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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문학> 겉표지
 <전쟁과 문학> 겉표지
“다키지의 고뇌와 방황은 동시대의 문학을 지향하는 청년에게 공통의 문제이며 패전 전후에 청춘을 맞이한 내 자신의 문제이기도 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불안하게 보이는 그 고뇌와 방황, 새로운 문학을 모색하는 과정은 근대 일본의 사상과 문학이 직면한 제문제를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청년의 고뇌였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고 프롤레타리아 작가로서 자기를 확립했을 때 다키지는 근대 일본문학의 토대에 확실히 뿌리를 내린, 시대를 대표하는 선구적인 작가가 되었다.”
(저자 후기에서 발췌)
 
본격적인 일본 프롤레타리아문학 비평서 <전쟁과 문학>(부제-지금 고바야시 다키지를 읽는다)이 국내에 착륙했다. 저자는 일본근대문학 연구의 권위자 이즈 도시히코 요코하마 시립대 명예교수. 역자는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거성 고바야시 다키지의 생애와 작품을 현대문명비평의 시점에서 소개하는 점이 특징이다. 저자는 <9・11>사건 이후의 이라크 전쟁을 회고하며 전쟁의 폐해와 비애를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전쟁에 견주어 논한다. 그리고 이라크 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든 일본의 현실과 근대국민국가 형성시대를 일깨우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을 질타하고, 고바야시 다키지의 작가정신을 강조한다.

고바야시 다키지는 1903년 아키타(秋田)에서 가난한 몰락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4세 때 빈곤으로 부모와 함께 백부가 있는 북해도 오타루[小樽]로 이주해 학창시절을 백부가 경영하는 빵가게 일을 도우며 더부살이로 보냈다. 그러한 불우한 환경 속에서 노동자, 농민의 애환을 목격하고 자본가들의 수탈과 그들의 비인간적인 착취형태에 증오심을 느낀다.

그가 문학 활동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졸업 후였다. 북해도 척식회사에 근무하면서 문학잡지 <크라르테>를 통해 문학에 대한 열정을 키운다. 1930년에는 상경하여 일본 프롤레타리아 작가 동맹에 가입,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한다. 당시 쇼와천황 정부가 군국주의 일변도를 걷던 상황에서 반전평화, 인간해방의 시점에서 문학 활동을 전개하다 1933년 2월 20일 일본 특별고등경찰의 손에 의해 쓰키지[築地] 경찰서에 체포되어 그날 잔인한 고문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고바야시 다키지의 생과 체험이 작금의 젊은이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를 설파한다. 희망도 이상도 없이 방황하는 청년들의 의식 결여를 지적하고, <청년 다키지의 방황과 발견>을 통해 다키지의 고뇌와 투쟁적인 삶이 각 작품에 어떻게 그려져 있는지 구체적으로 논의를 전개해 규명한다. 그리고 다키지 자신이 성장과정에서 체험한 노동자, 농민에 대한 애환을 자신의 것으로 수용해, 사회주의 운동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밝힌다. 

저자는 일본이 군국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조선을 침략한 시대에 천황제 절대 권력에 맞서 대항했음은 물론, 자유와 반전평화 운동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다키지를 실천적 작가로 평가했다. 또 그러한 정신이 다키지의 대표작 <1928년 3월15일>, <게 가공선>, <당 생활자>등의 문학세계에 리얼하게 반영돼 있다고 보았다.

말미에서는 고바야시 다키지와 시가 나오야와의 관계를 규명하고 있다. 프롤레타리아 작가로 출발하기 전, 다키지가 나오야에게 매료된 사실, 옥중에서 작가 활동을 반성하고 새롭게 출발하려고 나오야에게 편지를 썼던 내용, 출옥 후 지하운동을 실행하기 전에 나오야를 방문했던 후일담을 소개하고, 이 두 사람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은 일본근대문학사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결론을 맺었다. 

이 책은 저자의 다년간의 연구 성과가 한일교류의 결과로 빛을 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역자 김정훈 교수는 “소세키를 중심으로 일본근대문학을 연구해온 나이 팔순의 연구자가 격렬히 움직이는 시대의 동향에 대해 날카롭게 비평하는 내용은 ‘문학 연구자도 현실을 응시, 뭔가 거기에 조력할 방법은 없는지 궁리할 때’라고 생각하던 역자의 생각과 맞닿아 있었다”라고 밝혔다. 수년간에 걸쳐 ‘반전평화’, ‘한일관계’등의 현안을 화제로 담론을 전개해온 저자와 역자의 교류가 의미 있는 비평서 한권을 토해낸 것이다.

<전쟁과 문학> 이즈 도시히코 지음, 김정훈 옮김 - 제이앤씨/ 299쪽, 15,000원

덧붙이는 글 | 덧붙이는 글 |



전쟁과 문학 - 지금 고바야시 다키지를 읽는다

이즈 도시히코 지음, 김정훈 옮김, 제이앤씨(2007)


태그:#일본문화,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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