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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로 맞닿는 순백의 세상 끝으로 한 걸음에 달려가고픈 충동을 가보지 않고서야 느낄 수 있겠는가? 그곳엔 비록 살을 에는 광풍이 몰아치더라도….

 

대자연의 비경은 혹독한 대가를 치른 자에게 내 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기에 겨울이면 소백산을 찾는다.   

 

마침 직장 등산동호회로부터 토요일 산행지를 선택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선뜻 소백산이 떠올라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산으로 출발”이란 카페를 되었다.

 

집결지가 직장 근처인 부산 서면이라 더욱 편리하고…. 

 

“산으로 출발”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버스에 오른다.

 

 “아니 웬 젊은 산꾼들이 이리도 많아!”

 

젊은 사람들 틈에 끼이는 게 약간은 부담스러웠지만 산을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괜찮겠지 생각하며 대열에 합류한다.

 

보물섬님이 2호차를 맡고, 산생각님이 1호차 안내를 맡아 진행도 척척… 군더더기가 없다. 

 

90명이나 되는 인원을 체크하고 안전 산행을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즐거움이 배가 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10:40

 

부산에서 3시간 넘게 달려 삼국시대 전략적 요충지이면서 도적들이 들끓었다는 죽령에 도착했다.

 

죽령 산신당에 산신인 “다자구야 할머니”를 모셔 놓고 지금도 해마다 마을 사람들이 제를 올린다고  하는데.. 

 

단양군 민속자료에 의하면 “옛날 이곳에 산적들이 밤낮으로 백성을 괴롭혔는데, 산이 험준하여 관군도 산적을 토벌하기 힘들었다. 이 때 한 할머니가 나타나서 산적소굴에 들어가 ‘다 자구야’하면 산적이 자고 있는 것이고,  ‘덜 자구야’하면 도둑이 안자고 있는 것으로 관군과 계획을 짰다. 두목의 생일날밤 술에 취해 산적이 모두 잠들자 할머니가 ‘다자구야’라고 외쳐 이 소리를 들은 관군이 산적을 모두 소탕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죽령 휴게소를 지나 임도로 접어들자 햇살에 반사된 백설은 시야를 멀게 하여 어디에도 시선 둘 곳 없어 선두자의 발자국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차라리 상고대나 피었으면… 너무 쾌청한 날씨도 탈인가….

 

두 시간여 눈덮인 임도를 따르다 보니 임도중계소와 연화봉 갈림길이 나타나고  산허리를 돌아 전망대에 서니 일망무제로 시야가 트여 가슴속까지 시원하다.

 

 
진행 방향으로 연화봉과 비로봉이 부드러운 능선 끝에 백발로 솟았고, 돌아보니 흰눈 덮인 산그리메가 아스라하다. 

 

 13:30  

 

전망대부터는 시야가 터여 곁눈질 하며 이어지는 임도를 타고 연화봉에 섰다. 악명 높은 소백산의 칼바람이 시작되는 이곳에 바람 한 점 없이 포근할 줄이야….

 

 연화봉 표지석 뒤편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우리강산 맑고 푸르게”라는 캐치프레이즈 앞에서 단체기념 사진에 몸을 살짝 밀어 넣는다.

 

 

산 생각님의 카리스마와 동영상 인터뷰…  대포로 무장한 운영진에서 멋진 장면을 놓치지 않고 회원 한분 한분을  배려하는 모습에서 90명이나 되는 젊은 산꾼들이 참여하게 되고, 

젊음과 낭만이 넘쳐나 “산으로 출발”한다는 것을…. 

 

 눈밭에 미끄러져도 “까르르~~” 하얀 웃음을 연발할 수 있다는 건 청춘이다. 한 걸음 옮기기조차 힘든 여정 속에서도 해맑은  표정을 짓는 건 가슴속으로부터 낭만이 분출하기  때문 아닐까?

  

연화봉에서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부드럽다고들 표현하지만 발목을 잡는 눈 덮인 능선을 걸어 보라.  결코 부드럽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니..

 

 가파른 계단을 올라 숨을 돌리자 이름 모를 산새 한 마리가 머리 위에서 떠나지 않는다. 

먹던 초콜릿을 들어 보이자 사뿐히 내려앉는다. 얼마나 굶주렸으면 목숨까지 걸고서….  

 

산새가 먹이 찾는 일을 포기하고 인간에게 의지하려 함인지? 아니면 인간이 자연의 조화를 깨뜨려서인지?

 

 푸른 하늘과 맞닿은 소백설경을 언제 다시 보랴!

 

 비록 몸은 힘들어도 산객들 눈가엔 하나 같이 행복한 미소가 흐른다.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손에 잡힐 듯한 비로봉을 오르는데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16:00

 

 죽령에서 5시간 반 동안 설산을 넘나들며 드디어 하얀 민둥머리 비로봉에 섰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옛말이 있지만 떠나지 않는 자 어찌 그 소중함을 미처 알겠는가?  지나온 능선을 굽어보며 고통을 감내하며 걸오 온 이유를 되물어 본다.

 

 인생 40대에 들어서면  자녀들도 어느 정도 성장하고  생활에 여유를 갖는다. 이때쯤이면 뱃살이며 허리 살이 덕지덕지 붙은 자신의 모습도 보게 되고 건강에 관심을 갖게된다. 대부분 산을 찾는 나이는 불혹을 넘어서이고….

 

"산으로출발"에  참여하여 이런 고정관념이 깨지게 되었다. 어쩌면 생기발랄한 젊은이들이 자연을 벗 삼아 낭만을 분출하는 모습을 오래전부터 기대해 왔는지도 모른다.

 

 자연과  청춘이 어우러진 모습은 그 어떤 풍광보다 아름답기 때문에..

 

 

     소백산(小白山)

 

  小白山連太白山 

  태백산에서 치달려 온 소백산

 

  他百里押雲間

  백리에 구불구불 구름사이 솟았네.

 

  分明畵盡東南界

  또렷이 동남방의 경계를 그어

 

  地設天成鬼破

  하늘과 땅이 만든 형국 귀신도 울었소.

 

-서거정(徐居正)


태그:#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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