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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촛불집회의 순수성에 대한 의문제기가 오늘따라 거세진 듯하다.

 

그들의 논리는 아주 간단하다. 촛불시위자들의 숫자가 줄었는데, 그 이유가 촛불집회가 순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단적인 예로 든 것이 정권퇴진 요구와 광우병 대책위의 구성과 관련하여 진보적 성향의 시민단체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계와 대학생들이 촛불집회에 결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눈에는 대학생들은 모두 한총련에 소속된 대학생들로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한총련 소속의 대학생들은 미국의 위험한 쇠고기를 먹어도 되는 건지, 생존권을 걸고 싸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화물연대 소속의 노동자들은 미국의 싼 쇠고기를 먹어도 되는 것인지 그리고 친북성향의 민족주의자들은 먹고나서 죽을 지도 모르는 미국 쇠고기를 먹어도 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먹고 죽으라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래서 이 나라에 통일을 외치는 세력이나 생존을 걸고 싸워야 하는 노동자들의 씨를 말리려는 불순한 의도로 미국의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려고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렇다면 촛불은 지금 현재 순수와 불순의 사이에서 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한편 그들은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대중들을 참으로 단순하다고 비꼰다. 통상적 마찰이 예상되는데 왜 자꾸 재협상이라는 용어를 쓰느냐, 국가의 이익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국민의 자존심이냐, 자존심 세우면 먹을 것이 나오냐는 논리다. 그래서 재협상을 주장하는 이들이 배부른 소리하는데 단순무식한 좌파 빨갱이들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상적 마찰을 감수해야 하는 국민은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이다. 혹시라도 미국이 행사하는 무역 보복에 대해 고통을 당해야 한다면 촛불을 든 시민들이며 좌파 빨갱이라고 그들이 부르는 우리들이다. 그것은 불을 보듯뻔하다. IMF 환란 시에 고통을 당한 것은 촛불을 든 시민들이지, 대기업의 총수나 임원들이 아니다.

 

그들은 그 당시에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그리고 양극화라는 엄청난 사회적  부조리를 심화시켰다. 그렇다면 단순한 촛불시민들은 그러한 고통을 감수해도 좋으니 재협상하라는 거다. 그리고 협상 당사자들에게 그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불순한가?

 

우리는 순수와 불순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촛불을 들고 청와대로 올라가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만나면 불순이다. 협상을 잘못한 행정부의 수장이자 외교권을 행사하는 대통령에게 엄중하게 사과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 불순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모를 죽음에 대한 공포를 표현하는 것도 불순이고, 주권자의 최소한의 권리인 건강권을 보장하라고 말을 하는 것도 불순이다. 친구(피로 뭉친)국가에 불량식품을 나에게 주지 말 것을 주장하는 것이 불순이다. 이 모든 것이 불순이다. 그렇다면 나는 순수하지 못해도 좋다. 불순한 촛불을 들 것이다.

 

촛불을 들고 청와대로 달려가 대화를 원할 것이며, 끝까지 우리의 건강권을 팔아넘긴 각료들에게 그리고 거기에 동조한 정치인과 언론에게 물러갈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내 가족의 건강을 해치려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서 싸울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불순한 세력으로 남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시대의 순수와 불순의 개념은 혼란스럽다. 
순수가 불순이고 불순이 순수이다. 순수와 불순도 권력의 관계에 대해 규정된다. 
그러나 나는 정치적 순수와 불순은 누가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확장시키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시대에서 불순한 촛불을 계속 들 것이다. 


태그:#촛불시위, #보수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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