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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불이 물이 하늘이 당신에게

 

 

당신이여

제발 그러지 마시라

때는 바야흐로 21세기이다.

없이 사는 사람들의 몸부림이 그리도 눈엣가시처럼 보였단 말인가

가슴 멍울져 시퍼래진 속내

정의롭고 양심적인 사람 그 누구에게라도 충분히 읽힐 그 서러움이

그리도 무참히 짓밟아버려도 되는 그런 것으로 밖에 되지않았단 말인가

 

사람이다.

잘사는 사람이건

없이 사는 사람이건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이건

당신을 반대하는 사람이건

그들은

분명 사람이다.

 

당신은 기억하는가!

작년 이맘 때 숭례문이 불에 타 없어져버렸을 때

어떤 사람이

청와대가 있는 북악산을 향해 뻗쳐대는 관악산의 화기(火氣)를

막아내고자 지어졌던 것이 조선의 숭례문이었노라면서

이 임금의 운이 다했는데 이를 어쩐단 말인가라고 탄식했던 것을

당신은 기억하는가.

비록 비과학적인 것에 바탕을 둔 탄식이기는 했지만

국민들의 걱정과 아픔을 대신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그 탄식을

 

당신이여 기억하는가

그래 불이었다.

그것은 하늘같기만한 민중을 없이 여기는 당신에게 하늘이 내린 형벌 같은 불이었다.

 

아아!

그러나 또다시 당신이여

당신은 작년 5월에 삼천리 온천지를 타올랐던 불을 기억하는가 

5월의 꽃보다 이쁘기만 한 나이 어린 소녀들이 촛불을 들지 않았는가

그 불은 진실이었으며

사람의 순수한 몸짓이었다.

사람! 그 자체였지 않았던가.

숭례문의 불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던

당신에게

소녀들이 든 불은 또 하나의 눈엣가시였던가!

 

아니지 않는가

 

당신이여 제발이지 그러지 마시라

아아,

당신은 그것도 모자라

오늘

땅에서 쫒겨나 하늘과 가까운 곳,

옥상 망루로 올라가 하늘에게 하소연하려 했던 사람들을

어이하여 불에 태워

영원히 하늘로 쫒아내고 말았단 말인가

 

당신이여 제발 그러지 마시라

불이다.

불은 사람이다.

 

당신이여 제발 그러지 마시라

불도 모자라 당신은 지금

물을 다치게 할 준비를 하고 있쟎는가.

물은

우리 금수강산의 강이다.

수 천년을 흘러온

물에 왜! 손을 대려하는가

 

당신이여

그대로 놔둬라

당신이여 들리지 않는가

이대로 흐르게 나를 놔둬라!

물의 탄식이 들리지않는가.

그렇다.

수천 년을 흘러왔던 강은 이후로도 수천 년을 그대로 흐르고 싶어 한다.

손을 대지마라 삽은 아예 대지도 마라

그대로 흐르게 놔둬라.     

 

당신이여

불을 함부로 하지마라

당신이여

물을 함부로 하지마라

당신이여,제발

사람을 함부로 하지마라

 

21세기인 지금에도

불은 여전히 사람이고 하늘이다.

21세기인 지금에도 물은 여전히 사람이고 하늘이다.

 

21세기 지금에도

사람이 기어이

사람이 불을 이고

사람이 물을 끌고 당신에게로 향하게 될 수도 있거늘

그렇게 되면 그것은 곧 하늘이거늘

 

제발이지 그러지 마라

사람들이 준엄하게 꾸짖고 있지않는가.

사람들이

불이

물이

그리고 하늘이

당신에게

당신에게...


태그:#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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