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통영시 산양읍 풍화리 해안도로를 따라 한참을 가다 보면 해란(蟹卵)마을이 나온다.
주말 동안 내린 비로 먼지 하나 없는 화창한 봄바람을 가르며 해란포구를 찾았다.

해란마을로 향하는 양쪽 길가에는 개나리가 만개했으며 드넓게 펼쳐진 해변은 희망을 마음의 그물에 가득 담아올 수 있는 곳이다.

통영 자체가 '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리고 있지만 고즈넉한 해란포구는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감추고 있었으며, 풍화리 드라이브 코스는 지도상으로 봐도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낭만으로 가득했다.

해란은 게가 많이 잡히고, 해안의 지세가 마치 게가 두 집게발을 벌려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 유래한 게섬개의 한자지명이며, 뜸으로 게섬개, 고당골, 사발개가 있다.

해란포구에서 저 멀리 특이하게 생긴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옛날 늙은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고기 잡으러 간 영감이 돌아오지 않자 할매는 지금의 명지개 뒤 바닷가에 나가 있었는데 며칠을 기다린 후에 함박구미 뒤편 물결에 떠밀려오는 영감의 시체를 발견했다.

그러나 그 시체는 해안에 닿자 곧 바위로 변했으니 시신이라도 만져보고 싶던 할매는 바위를 잡고 통곡을 하다 같이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있는 명지영감바우였다.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지만 생긴 모습이 특이한지라 자꾸만 시선을 붙들었다.
해란포구를 둘러보다 '해란바다낚시공원'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해란바다낚시공원은 국립해상공원의 200여 개 섬 중에서 가장 물이 맑고 해산물이 풍부한 통영의 함박섬 앞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곳으로 가는 길 또한 바다를 끼고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했다.

해란바다낚시공원은 입장료는 없지만 가족이나 단체 관광객이 와서 낚은 고기의 무게로 달아 1kg에 2만 원을 받아 수익을 올리고 있었으며 야채, 초장값은 개인당 3천 원씩 별도이다.

낚시공원이 아니더라도 훤히 비치는 바다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들이 해란포구의 때 묻지 않은 깨끗함을 대변하듯, 수면 위를 뛰어 다니며 노닐고 있었다.

조금은 쌀쌀한 봄바람을 맞으며 해란마을 앞에서 조개를 캐고 있는 할머니의 손끝이 조금은 시려 보였지만 한 바가지를 넘게 채취하고 있었다.

"할머니, 무슨 조개가 이렇게 많습니까", "마을에서 뿌린 거 아이가, 여기서 조금만 더 캐서 부산에 있는 아들놈 집에 보내야 손주들 반찬도하고 국도 끓여 먹을 거 아이가"

부모님의 자식들에 대한 사랑은 절대적이고 헌신적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해란바다낚시공원, 개나리가 화창하게 만개한 해란포구 가는 길, 부모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해란포구….

모든 것이 익숙하기도, 어색하기도 한 곳이었다. 통영 땅에 혹이 난 형태로 자리한 풍화리는 산양일주도로에 치여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무심결에 풍화리로 접어들었다 해도 풍화리의 매력에 끌려 끊임없이 바다를 따라가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통영의 아름다운 포구를 매회 소개 하고자 한다.



태그:#통영, #바다, #해안, #포구, #여행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