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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평화누리와 함께 대학생 11명이 모여 세계에서 가장 강의 원형이 잘 살아있다고 알려져있는 낙동강 상류로 공정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크게 네가지 테마 '경제, 문화, 환경, 인권'를 주제로 여행을 기획하여 타인과 환경을 생각하며 자신도 즐길 수 있음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또한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인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강의 원형이 살아있는 곳을 보면서 환경 스스로가 재생능력이 있음을,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임을 느끼고 돌아오는데 목적을 두었습니다. 첫번째 숙박지였던 금광리. 단지 숙소로만 들렸던 그곳에서 우리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금광리를 포함한 세 마을이 댐의 개발로 인해 수몰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마을 주민의 터전까지 삼켜진다는. 그것은 단지 댐 건설에 의한, 물에 의한 수몰이 아닌, 시장주의와 무분별한 개발에 의해 삼켜지는 모습으로 보여졌습니다. 우리들의 작은 목소리로 그들의 투쟁에, 삶의 외침에 조그만 보탬이라도 되고자 기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기자 주

첫 번째 목적지 금광리에 도착했다. 할머님들과 유일한 마을청년(장진수, 37세) 한 분이 시원한 수박과 참외, 그리고 따뜻한 미소로 우리를 맞아주셨다. 마을의 정취와 풍경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으며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경상북도 영주시 평은면에 위치한 금광리. 우리는 그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마을 앞에 흐르는 내성천에 강 걷기를 위한 숙소로 들렀을 뿐이었다. 마을회관 앞에 상을 펴고 과일을 깎는 동안 마을청년 장씨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처음 이야기가 나왔던 영주댐 건설은 주민들의 반대로 표류하던 중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오고 4대강 사업이 본격화 되면서 그에 편승되어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기초공사를 시작으로 올해 6월말부터 본 공사에 착수했습니다. 수자원 공사측은 2011년, 내년 중순까지 철거하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이걸 권유로 봐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수자원공사 측에서 나와 보상을 해준다며 실태조사를 하고 갔습니다.

저희 마을은 인동 장씨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으로 400년을 이곳에 뿌리 내리고 살았습니다. 금전적 보상이 주어진다고는 하나 그것도 개개인에게 몇 푼 쥐어주는 것일 뿐입니다. 영주댐 공사가 백지화되지 되지 않는다면 우리들은 떠나야 할 것입니다. 예순이 넘은 노인들이 평생을 살아온 터전을 잃고 타지 어디로 나가 살 수 있을까요."

그는 침통했던 표정을 바꾸며 말을 마쳤다.

"찾아주신 여러분께 너무 감사합니다. 편하게 쉬다 가세요."

초여름 바람소리와 풀벌레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장씨의 목소리. 

저녁식사를 마치고 마을회관에 할머님들을 모셔 그들이 이 마을에서 살아온 삶과 에피소드들을 나누어 주셨다. 영주댐으로 인한 수몰에 관련된 질문에서 할머님들은 깊은 한숨으로 답을 대신하셨다.
▲ 금광마을 할머님들 저녁식사를 마치고 마을회관에 할머님들을 모셔 그들이 이 마을에서 살아온 삶과 에피소드들을 나누어 주셨다. 영주댐으로 인한 수몰에 관련된 질문에서 할머님들은 깊은 한숨으로 답을 대신하셨다.
ⓒ 진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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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이곳 금광리에서 살아오신 할머님들은 손자, 손녀뻘 되는 우리가 마냥 귀여웠던지 장씨의 이야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흐뭇한 미소로 우리를 바라보고 계셨다.

저녁이 되어서 우리는 할머님들을 모시고 그네들의 추억들과 영주댐 건설에 대한 생각을 나누었다. 스무 살에 시집 와 60년을 이곳에서 사셨다는 할머니. 그녀는 영주댐 건설에 대해 10년 정도만 살면 이제 세상을 떠날 텐데, 그때까지 만이라도 이곳에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일할 능력도 없는 당신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고 되려 담담하게 이야기하셨다. 일흔이 넘은 노인들은 저항할 여력조차 없어 보였다.

마을을 둘러보았다. 문화재 자료 제233호인 인동장씨 고택, 유형문화재 제341호인 장석우 가옥, 마을을 들어서면 입구 바로 앞에 보이는 운곡서원 유허비가 눈에 띈다. 이 마을의 가구 수는 130가구로 국내 단일 성씨 집성촌 중에는 규모가 가장 큰 마을로 <대한민국 오천년, 국 성씨 편람>에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이런 마을을 단지 '개발'이라는 그들만의 선함과 '금전적 보상'이라는 얄팍한 양심으로 수몰시키려 하고 있다.

금광리 마을 안에 있는 유형문화재 제341호 장석우가옥
▲ 유형문화재 제341호 장석우가옥 금광리 마을 안에 있는 유형문화재 제341호 장석우가옥
ⓒ yji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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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은 선한 것이다'라는 생각은 미제와 일제를 최고로 생각하며 압축 성장을 해온 우리들의 마음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물론 그러한 생각은 2000년대 이전까지 절대적 명제로서, 실제적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많은 어른들이 박정희를 시대의 독재자가 아닌 구국의 영웅으로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박정희가 세끼 끼니조차 해결하고 있지 못한 많은 사람들에게 도로나 자연의 개발로 주린 배를 채워줬기 때문이다.

당장 배를 주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목적이나 정의 같은 것은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것들이었다. 그때에도 자연이 훼손되는 부분이 있었겠지만, 배만 굶지 않는다면야 무슨 상관이었겠는가. 적어도 21세기 이전에는 '개발은 선한 것이다'라는 명제는 틀린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2010년을 사는 지금은 어떠한가. 인권과 삶의 터전, 문화유산을 훼손하면서까지 '개발=선함'이라는 정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정부는 400년을 이어온 집성촌에 방문해 할머님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표정들을 보았을까.

'소통'이란 단어는 스스로 신물이나 뱉기조차 번거롭다. '용수확보'라는 명분아래 그들에게 몇 푼 보상해 주어 그들의 삶의 터전을 갈가리 찢어 공동주택에 분할해 넣어둠으로써 정부는 그들의 몫을 다했다고 자위하고 있는 걸까.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지껄이면서.

금광마을 주민들이 영주댐 건설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하기 위하여 현수막과 함께 마을회관 앞에 모였다.
▲ 금광마을 주민들 금광마을 주민들이 영주댐 건설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하기 위하여 현수막과 함께 마을회관 앞에 모였다.
ⓒ yji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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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자체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필자가 현 정부를 싫어하는 까닭은 '개발' 때문이 아니다. 개발과 자본을 인간 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할머님들과 대화를 하며 개발이 어떻고 선함이 어떻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니터 앞에서만 접하던 일들은 실제론 훨씬 차갑고 잔인했으며, 그 앞에서 난 알은체 하며 이런저런 말들을 할 수 없었다. 우리들의 작은 여행이 그들의 보금자리를 지키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실을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금광리 앞에 흐르는 내성천은 세계에서도 강의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다. 여행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장진수씨(금광리 청년회장, 010 2567 4196)에게 미리 연락을 하면 숙소 등을 안내해 줄 것이다. 여행의 자세한 사항은 <오마이뉴스>에서 '꿈틀'로 검색하면 다른 기사를 통해 자세히 알 수 있다.



태그:#꿈틀, #낙동강, #영주댐, #금광리, #공정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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