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4일, 몰려드는 식곤증을 이겨내려 애쓰고 있을 때였습니다. 제 핸드폰으로 한 통의 메시지가 왔습니다. 아이패드 이벤트에 당첨되었으니 http://ufe.giftup.co.kr 으로 접속하여 확인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느낌이 좀 이상했습니다. 어떤 업체에서 보냈다는 정보도 없었고, 무슨 이벤트인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보낸 사람 번호가 000-0000이었습니다. 일단 적혀 있는 사이트로 이동해 보았습니다. 아래와 같은 화면이 나왔습니다.

어느날 날라온 아이패드 이벤트 당첨 문자. 그런데, 당첨이라고 보기엔 좀 미심쩍습니다.
▲ 아이패드 이벤트 어느날 날라온 아이패드 이벤트 당첨 문자. 그런데, 당첨이라고 보기엔 좀 미심쩍습니다.
ⓒ 김의철

관련사진보기


천천히 살펴보니, 아이패드 이벤트 당첨이라기보다는 아이패드 예약 가입인 것 같았습니다. 가입하고, 정당한 요금을 내고, 보조금을 지급받는 것 말입니다. 가입비와 USIM은 "당사부담"이라고 되어 있더군요. 그런데 "당사"가 어느 회사인지 정보는 알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제가 어떤 이벤트에 응모했다는 걸까요.

그래서 포털사이트에서 사이트 url로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흥미로운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저와 같은 시간에 비슷한 문자를 받으신, 제가 받은 사이트 주소와 유사한 http://cht.giftup.co.kr 에서 당첨 사실을 확인하신 분들의 사연이었습니다.

10월부터 시작된 아이패드 이벤트. 현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00 설농탕의 아이패드 이벤트 10월부터 시작된 아이패드 이벤트. 현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김의철

관련사진보기


매일 매장당 5명에게 아이패드를 준다는 내용이 보입니다. 그 외엔 어떤 설명도 나와 있지 않으니, 증정 이벤트가 맞겠지요. 혹시나 해서 "참가하기" 버튼을 눌러보았습니다.

혹시나 다른 주의 사항등의 정보가 나오지 않을까 해서 참여하기 버튼을 누렀는데, 역시나 별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 아이패드 이벤트 참가 신청 혹시나 다른 주의 사항등의 정보가 나오지 않을까 해서 참여하기 버튼을 누렀는데, 역시나 별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 김의철

관련사진보기


별다른 주의사항 등의 안내는 없는 것으로 보아, 증정이벤트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블로거들은 이 이벤트를 두고 증정 이벤트가 아닌 "아이패드 예약 가입 대행 광고"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OO설농탕을 통해서 아이패드를 구입하면, 가입비와 USIM비 채권료를 대납해주는 혜택을 줄 테니 가입하라는 것이라는 겁니다. 이것을 OO설농탕에서는 "IPAD 당첨자"라고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가입비와 USIM비 면제를 "IPAD 당첨자 안내"라고 표현한 00 설농탕의 공지
▲ 아이패드 당첨자 안내 공지 가입비와 USIM비 면제를 "IPAD 당첨자 안내"라고 표현한 00 설농탕의 공지
ⓒ 김의철

관련사진보기


참고로, USIM은 휴대폰 등의 휴대용 단말기에서 무선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할 때 반드시 필요한 개인 인증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채권료는 할부로 휴대폰 등의 단말기를 '할부'로 구입할 때 내야 하는 일종의 보증금이구요.

다시 말하면, OO설농탕의 "아이패드 당첨"의 의미는 '아이패드 할부 구입 예약 및 KT 무선 인터넷 가입 행사'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왜 OO설농탕은 이런 예약 가입 행사를 경품 이벤트라고 표현했을까요? OO설농탕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설렁탕 업체입니다.

당연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이벤트 당첨 발표 홈페이지는 마비되었습니다. 이어 12일 확인해보니 사이트는 '아이패트 공급사의 공식적인 판매정책 발표 전'이라는 안내문만 내걸린 채 임시폐쇄된 상태였습니다.

아이패드 이벤트 당첨 홈페이지의 현재 상황입니다. 아이패드 낚시 이벤트 집단 소송단 홈페이지( http://cafe.naver.com/fishingipad )에서 게시자 승낙 후 가져왔습니다.
▲ 이벤트 당첨 홈페이지의 현재 상황 아이패드 이벤트 당첨 홈페이지의 현재 상황입니다. 아이패드 낚시 이벤트 집단 소송단 홈페이지( http://cafe.naver.com/fishingipad )에서 게시자 승낙 후 가져왔습니다.
ⓒ 아이패드낚시이벤트소송단

관련사진보기

현재 해당 업체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 사람들이 모여서 소송단(http://cafe.naver.com/fishingipad)을 꾸리고 있다고 합니다. OO설농탕은 이 일이 더 크게 번지기 전에, 진심이 어린 사과와 향후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10월경에 해당 설농탕 업체의 이벤트 소식을 듣고, 참가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올가을에는 해당 업체 매장을 방문한 적이 없어서 당연히 탈락이겠구나 하고 포기했었습니다. 왜냐면 '매장당 매일 5명'이었거든요. 그렇다면, 홈페이지에서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모두 '당첨'을 시켜준 것일까요?

OO설농탕 기획홍보팀에 이벤트 의문점에 대해 물어보니

정확한 상황 판단을 위해 이벤트를 담당한 OO설농탕의 기획홍보팀에 8일과 9일에 걸쳐 이메일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몇가지 질문을 드려보았습니다.

질문) '경품 증정 이벤트'이지만, 사실은 예약 가입 대행 행사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낚시라고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에 경품 증정 이벤트에 대한 OO설농탕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아이패드는 통신기기입니다. 통신기기의 특성상 통신사의 판매 정책과 별개로 볼 수 없는 것이지요. 본 행사는 9월부터 기획하였고, 통신사의 정책이 나오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공지하지 못하고 시작한 잘못은 인정합니다. 다만 처음부터 월정액을 부담하고 의무사용기간이 있으며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다(단말기만 제공할 계획이 아니었기 때문)고는 공지하였습니다."

질문) 아이패드 경품 행사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고객들은 당연히 아이패드를 증정하는 이벤트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객들은 OO설농탕에 서운함을 표출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향후 대응책 같은 게 있으신지요?
"최초에 기획했던 대로 고객이 가입 시 부담하는 가입비, usim비, 채권보전료를 당사에서 부담하려 합니다. 많은 고객님들께서 타 대리점에서도 3면제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아이패드의 경우, 3면제를 실시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질문) OO설농탕의 홈페이지에서 경품 응모를 하면, 실제로는 매장에 방문하지 않아도 아이패드 당첨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경품 응모란에 있는 방문 매장 항목을 아무 매장이나 적어도 실제 방문 여부는 확인하지 않는다는 주장인데요. 경품 이벤트 페이지에는 매장당 매일 5명 아이패드 당첨으로 나와 있는데, 실제 방문과는 관계가 없는 것인지요?
"아이패드 당첨자 전원은 당사 각 매장에서 응모권을 통해 참여한 고객을 대상으로 해당 매장에서 응모 된 응모권을 대상으로 추첨한 것입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주장은 절대 사실이 아닙니다. 단 한 명도 이벤트 페이지에서 임의로 추첨한 사실이 없습니다."

OO설농탕 기획홍보팀 관계자에게 설명을 들어보니, 낚시가 아니라 사전에 공지한 대로 진행되는 큰 문제 없는 이벤트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월정액을 부담하고 의무사용기간이 있으며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였다는 것입니다. 해당 내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다시 질문을 드렸습니다.

질문) 처음부터 의무사용기간이 있고, 월정액을 부담해야 된다는 공지를 하셨다고 하셨는데요. 어디에서 해당 내용을 찾아 볼 수 있을까요? 공지나, 해당 이벤트 페이지, 경품 응모 페이지 등에는 해당 내용을 찾을 수가 없어서요.
"매장에서 배포되고 있는 응모권이나 홍보물의 경우에는 아이패드만을 위한 행사가 아닌 다양한 경품이 걸린 행사이므로 아이패드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명시되어 있지 않고, 자세한 내용을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다는 내용을 대신 명시하였습니다. 일부의 오해처럼 이 행사가 고객님들을 제휴사 통신 가입시키기 위한 전용 행사였다면 응모권이나 전단지 등에 아이패드 관련 내용을 더 자세히 기재했을 것 입니다."

답변 들었지만... 또다른 의문이 생겨

이 같은 답변과 함께 응모권과 아이패드 요금과 관련된 설명이 들어있는 이미지를 기획홍보팀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온라인상에서 이벤트 응모 완료 후 나타나는 아이패드 수령 안내문.
 온라인상에서 이벤트 응모 완료 후 나타나는 아이패드 수령 안내문.
ⓒ 김의철

관련사진보기


응모권 설명 화면 갈무리.
 응모권 설명 화면 갈무리.
ⓒ 김의철

관련사진보기


응모권에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조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보내준 자료로 미루어 판단하건대, 아이패드 요금제 등과 관련된 정보는 온라인 웹 페이지에서 응모를 했을 때만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패드 이벤트는 매장에서 응모한 고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온라인으로는 응모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다면 이미 매장에서 응모한 고객은 홈페이지에서 해당 정보를 찾을 수 없게 됩니다. 온라인으로 다시 한번 응모를 해야지만 아이패드 관련 정보가 나오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미 매장에서 응모한 고객이 다시 온라인으로 응모할 이유가 없습니다.

결국 매장에서 이벤트에 응모한 사람들에게는 관련된 내용이 공지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되는데요.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다시 OO설농탕 흥보팀에 이 부분을 질문했습니다. 그러자 OO설농탕에서도 그 점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하셨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이벤트는 '아이패드 당첨'이 아니라 '예약 가입 대행 행사'였던 모양입니다. 물론 '당첨자'에게는 가입비같은 부분에세 혜택을 주지만, 이 또한 '경품'의 본 의미와는 동떨어져 보입니다. '경품 당첨'이 특정 통신 회사의 가입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것을 소비자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쨋든 이벤트 과정에서 OO설농탕의 실수가 현재의 논란을 불러오게 되었습니다. OO설농탕이 실수를 과감하게 인정하고, 그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해 봅니다.


태그:#아이패드, #IPAD, #낚시, #설농탕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