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3월 31일 열렸던 이화여대 학생총회에 2001명의 학생들이 참석해 대강당을 채웠다. 이날 학생총회에서는 5대 요구안 실현을 위한 채플 거부를 결의했다.
 지난 3월 31일 열렸던 이화여대 학생총회에 2001명의 학생들이 참석해 대강당을 채웠다. 이날 학생총회에서는 5대 요구안 실현을 위한 채플 거부를 결의했다.
ⓒ 이화여대 총학생회 '다른이화'

관련사진보기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지난 4일부터 채플을 거부하며 등록금 인상 철회 등을 요구했으나 학교와의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지난 3월 24일 등록금 인상 철회 등의 내용을 포함한 5대 요구안을 제시했지만 학교측은 '앞으로 협의해 나가자'는 말뿐이었다. 이후 학생 2001명이 참석한 가운데 3월 31일 학생총회가 열렸고 필수 과목인 채플 수업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학생총회에서 가결된 5대 요구안은 ▲ 등록금 문제 해결 ▲ 장학금 확충 ▲ 자치공간 확충 ▲ 수업권 문제 해결 ▲ 학점 적립제 도입이다. 특히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신입생 등록금 인상 철회'와 '과·단대 차등책정 내역 및 근거 공개', '등록금 운영 내역 공개'가 포함돼 있다.

채플 거부에 많은 학생이 동참했다. 첫날인 4일에는 400여 명의 학생이 대강당 앞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중간에 비가 와 집회가 중단되기도 했으나, 집회 마지막 날인 8일에는 채플이 열리는 대강당 좌석의 1/3 가량만 차, 많은 학생들이 채플거부에 동참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6일에는 학생대표자들과 학생처 직원들이 만나 협의회를 열었다. 학생대표자들은 학생총회에서 결의한 5대 요구안에 대해 학교의 답변을 요구했지만 학교는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날 학교 측은 '등록금을 왜 인상했는지에 대한 설명회를 하겠다'며 '장학금이나 자치 공간 확보 등 다른 사안은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니 앞으로 협의하자'는 뜻을 밝혔다. 기한 없는 약속인 셈이다.

이어 8일에는 류이슬 총학생회장과 김지영 부총학생회장 및 학생대표자 7명이 학교에 다시 한 번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의미로 삼보일배를 진행했다. 삼보일배는 이화여대 정문부터 총장실이 있는 본관까지 이어졌다.

학생들 5대 요구안에 학교는 '추후 협의하자'

4월 8일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및 학생 대표자 7명은 5대 요구안 실현을 촉구하며 학교 정문에서부터 본관까지 삼보일배를 했다.
 4월 8일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및 학생 대표자 7명은 5대 요구안 실현을 촉구하며 학교 정문에서부터 본관까지 삼보일배를 했다.
ⓒ 이혜리

관련사진보기


삼보일배가 끝난 뒤 이화여대 학생대표자들은 김선욱 총장과의 면담을 위해 진선미관 건물로 향했다. 그러나 회의실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학교 측이 지정된 대표자만 들어갈 수 있다며 일반 학생들의 참관을 거부한 것. 학교에 학생들과의 소통 의지가 있는지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학교 측은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과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에 소속돼 있는 대표자들만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좌석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단위 대표를 2명이 공동으로 맡고 있는 경우에도 1명만 입장할 수 있다고 했다. 한 직원은 "국회의원들이 회의하는 데 일반 시민이 들어갈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참관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실랑이가 길어지면서 다른 직원이 나서 "계속 이렇게 하면 총장님을 못 모신다"고 하자, 한 학생은 "총장님 만나 뵙기 참 힘드네요"라며 맞섰다. 결국 학교 측에서 지정하지 않은 일반 학생들은 면담을 참관하지 못했고 오후 5시 15분쯤 김 총장이 회의실에 들어섰다.

면담에서 별다른 합의는 나오지 않았다. 면담에 참석했던 한 학생대표자의 말에 따르면 이날 면담은 김 총장이 냉난방 문제 등 단대별 요구안을 듣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등록금에 대해서는 학교 측에서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보였고, 세대 간 장학금 등의 제도를 시행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세대 간 장학금은 수업료 전액 면제와 함께 한 달에 50만 원의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장학금 제도로 2011학년도 입학생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다.

이날 총장과의 면담에 참석하러 왔지만 회의실에 들어가지 못한 동아리연합회 공동대표 강아무개씨는 "총장이 우리에게 '언제나 오라'고 했지만 정작 찾아가도 만날 수가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적립금 7389억 원으로 전국 1위... 신입생 등록금 인상 부당"

이화여대는 올해 재학생 등록금을 동결했지만 신입생 등록금은 2.5% 인상했다. 약대는 9% 가량 올랐다. 대학 정보를 공시하는 웹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0년 이화여대 등록금(1학기와 2학기를 합산한 액수)은 881만9000원이다.

인문사회계열 등록금이 759만9000원으로 가장 적고 예체능 계열이 1033만2000원으로 가장 많다. 생활비까지 포함해서 생각한다면 실로 엄청난 액수다. 벌써 1학기의 1/3이 지났지만 2011년 등록금은 대학알리미에 공시되어 있지 않다. 

올해부터는 각 대학에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를 설치하도록 하는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이 시행됐지만 이화여대에서는 등심위가 구성되지 못했다. 등심위에 들어가는 위원 구성을 어떻게 할지 학교와 학생 측이 줄다리기하다가 끝났다. 학교 측 4명, 학생 측 3명, 회계감사 1인(학교에서 선정)으로 위원을 임명하는 안에 대해 논의하다 등심위 구성이 되지 않은 채로 학교 측이 재학생 등록금 동결, 신입생 등록금 2.5% 인상을 발표했다.

과·단대별 등록금 차등 책정도 지적되고 있다. 학교 측은 등록금을 더 내는 만큼 혜택을 받게 된다고 하지만 학생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혜택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등록금의존율도 문제다. 대학 운영비용 가운데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등록금의존율의 경우, 이화여대는 현재 54%로 서울시내 다른 사립대학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화여대의 적립금이 7389억 원으로 전국 1위인 만큼 신입생 등록금 인상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 재학생 등록금은 동결됐다"며 "신입생 등록금은 세미나, 멘토링 등 특화 프로그램이 신설됐기 때문에 최소한의 인상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학생들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총학생회 "강도 높은 등록금 투쟁 이어갈 것"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앞에 걸려있는 현수막. 등록금은 해가 갈수록 높아지지만 정작 학생들은 건물의 냉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앞에 걸려있는 현수막. 등록금은 해가 갈수록 높아지지만 정작 학생들은 건물의 냉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이혜리

관련사진보기


실제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은 학교의 이러한 등록금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학내 실천언론모임 '무브먼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아무개(23)씨는 "자본을 쌓으려는 대학과 교육주체 간 힘의 싸움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등록금"이라며 "대학이 적립금을 풀고 등록금 세부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학생들이 등록금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와 학생은 절대 동등한 관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씨는 또 교육에 대한 사회 전체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입생 등록금 인상 철회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교육비를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 자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정부가 교육예산을 확대하고 교육은 사회의 부담이라는 인식이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학생 양아무개(24)씨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대학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라며 "'등록금이 비싸면 대학교에 안 가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취업을 할 때 등, 대학 졸업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대학에 가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양씨는 "돈이 없어서 교육을 못 받는 현실은 사라져야 한다"며 "대학생들이 취업난을 동시에 겪고 있기 때문에 등록금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부분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근본적으로 교육철학을 가진 정부가 필요하다"
[인터뷰] 류이슬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류이슬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류이슬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 최은경

관련사진보기

- 왜 학생총회를 열고자 했나.
"물론 총학생회는 학생총회를 열지 않고도 채플거부하자고 제안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 자신의 몸이 따라갈 수 있게끔 하려면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한 투쟁 방식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방식을 결정하는 자리가 학생총회였다."

- 이렇게 잘 될 거라고 생각했나.
"생각 못했다. 학생총회를 하기로 결정한 전학(전체학생대표자회의)대회가 3월 15일이었고 총회가 31일이었으니 딱 2주 남은 거였다. 시간이 너무 촉박했지만 2주 만에 성사되고 나서 놀랐다. '학생들의 힘이 이렇게 무섭구나'라고 느꼈다. 채플거부에 대한 여론이 높다고 느꼈다. 그만큼 요구안 실현에 대한 학생들의 지지가 많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 채플거부 효과 있는 것 같나.
"있는 것 같다. 언론에도 보도됐었고. 향후 투쟁 계획이나 학교가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줄지에 대해 많은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있어 실제로 학교도 많이 압박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학내 여론도 채플거부를 중심으로 흘러갔기 때문에 아무래도 달라진 게 있다."

- 등록금 관련 요구안에서 인상철회 외에는 거의 다 정보공개에 대한 내용이다. 학교가 공개했는데 투명한 것으로 밝혀지면 할 말이 없게 되는 것 아닌가.
"전혀 투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적립금 몇 천억 원이 쌓여 있는데 그것을 어디에 쓰는지 하나도 모른다. 투명하다고 하면 학생들이 요구하지 않아도 다 밝히는 게 맞다. 등록금 인상요인에 새내기들의 해외연수 장학금 등 여러 프로그램이 나와 있다. 그렇지만 새내기 몇 명한테 얼마씩 주고, 얼마동안 할 계획이고, 그래서 몇 프로를 올리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그냥 이러이러한 정책을 펴겠다는 말만 나와 있다. 누가 보기에도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 이화여대는 올해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열리지 못했다. 왜 그런 건가.
"시행령이 작년 12월에 나오다 보니 사립대학들이 등심위를 급박하게 설치하게 됐다. 등심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참여가 보장돼야 하는데 학교가 일방적으로 구성해놓고 심의하자는 식이었다. 학교에서 제시한 구성안에서는 학교 직원 비율이 더 높았다. 법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등심위는 의결이 아니라 심의만 하는 것이다. 심의한 대로 등록금이 책정된다는 보장이 없다. 대표자들과의 논의 과정에서 그런 한계가 있는 등심위에 들어가 봤자 별로 이야기할 것이 없겠다는 판단을 했다."

- 교육비를 학생에게 전가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도 있는데.
"원론적인 문제 제기도 중요하지만 시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의제가 무엇인지를 고려했다. 올해 신입생 등록금 인상은 명확히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여론 형성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등록금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각 대학에 요구해도 대학은 정부에 책임을 떠넘긴다. 정부가 사립대학에 지원을 덜 한다든지,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등록금도 올릴 수밖에 없었다든지 등의 이유다. 학교관계자는 실제로 '정부가 물가를 안 올리면 학교도 등록금을 안 올리겠다'고 말했다. 정부에 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총학생회에서도 4월 2일 교육공동행동에 참여했다."

"힘을 모으면 된다... 그러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 등록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보나.
"지금 하는 투쟁방식은 개별 학교에서 대응하는 것이고,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등심위법이 처음부터 잘 만들어졌다면, 그리고 정부가 등록금을 일정액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는 제재 수단을 마련했다면 개별 학교에서 이렇게 싸울 필요도 없다. 사립대학들에 자율적으로 맡겨버리니까 문제가 생긴다. 어느 대학은 동결이고 어느 대학은 인상이고 어느 대학은 신입생만 인상이고. 대학마다 등록금이 다르니 대학생들이 힘을 합치는 데도 더 어려움이 있다."

- 등심위가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하나.
"학생들이 참여해 등록금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합법적인 기구가 만들어진 것 자체는 성과라고 보지만 왜 만들었나 생각될 정도로 한계가 많다. 빨리 법을 개정해서 학생 의견이 등록금 책정에 반영돼야 한다. 등심위가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이것 또한 학생들이 개별 대학과 합의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주 극단적인 예지만 어떤 총학생회는 학교와 일정 부분 인상하는 것으로 합의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개별 대학의 협의를 넘어 하나로 힘을 합쳐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교육을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공공재로 취급하는, 그래서 마땅히 정부가 제공해야 한다는 교육철학을 가진 정부가 필요하다."

- 등록금 문제에 대한 현 정부의 정책은 어떻게 보나. 
"이전보다 교육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부분이 심해진 것 같다. 대통령이 공약했던 반값 등록금도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할 의지가 없다고 본다."

- 앞으로의 투쟁계획은?
"학교의 답변을 무턱대고 기다리기보다는 압박을 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학대회를 잡아서 원래 제안하려고 했던 동맹휴업을 안건으로 내서 해결하고자 한다. 이것 또한 학생 스스로의 결의가 없으면 못한다. 총학생회만 동맹휴업 한다고 해서 학교가 압박을 느끼지는 않을 테고. 전학대회에서 이에 대해 결정하게 될 것이다."

-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나.
"문제의식을 같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 등록금도 낮은 게 아닌데 어떤 학생들은 동결로도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물론 너무 올라서 동결이 성과일 수는 있겠지만 절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비상식적인 등록금 액수다. 우리가 하나로 힘을 합칠수록 등록금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다. '힘을 모아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의심은 좋지 않다. 총회를 하면서 학생들과 나누고 싶었던 것은 '힘을 모으면 된다'라는 승리의 경험이었다. 우리의 힘을 믿고 나아갔으면 좋겠다. 그러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희망을 가지고 함께 가자고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태그:#이화여대, #등록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