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 G8국가 가운데 가장 배우고 싶은 나라는 어디일까?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7월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독일(25%)이 1위를 차지했다. 2위 미국(16.5%)보다 월등히 높았다. 왜 그럴까? 독일을 지난 30여 년간 연구해 온 김택환 교수(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전 중앙일보 미디어전문기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요약한다.
"입시지옥·비싼 대학등록금·사교육이 없는 나라, 탄탄한 중소기업이 국민경제를 주도하는 나라, 양극화가 없고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복지 시스템이 있는 나라, 그리고 정치인들이 정파와 이념을 떠나 국민에 대한 책임과 국익을 우선하는 나라."김 교수는 최근 한국의 다음 국가 모델이 왜 독일이 되어야 하는지를 담은 책 <넥스트 코리아>(메디치)를 펴냈다. 독일 본(Bonn) 대학에서 정치학, 사회학, 언론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유학생, 연구원, 언론인 등의 신분으로 줄기차게 독일을 연구해왔다.
"견실한 중소기업 위주의 독일 모델, 부럽다"<넥스트 코리아>는 독일 전문가가 쓴 책답게 정치·교육·경제·산업·복지·외교·국민성 등에 대해 독일만의 특성을 심층분석한다. 김 박사는 독일이 왜 강대국이 되었는지를 분석하면서 '우리는 독일에게 무엇을 배울 것인가'란 질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 않고 제기한다.
"남북분단으로 제2의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동서독 통일 이후 통일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유럽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강한 나라로 부상한 독일을 어떻게든 배워야 한다. 재벌 위주 경제의 부작용을 경험하는 우리로서는 견실한 중소기업 위주의 독일 모델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을 결합해 온 경력답게 심층분석에 생생한 사례를 가미한다. 서독에서 망한 기업이 동독과 통일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동독을 기반으로 부활했는지, 중소기업의 장인정신과 기동성이 어떻게 독일 경제를 이끌어가는지를 인터뷰와 현장취재를 곁들여 보여준다. 김 교수는 독일이 우리의 모델로 적합한 것은 양국이 처한 환경이 여러 면에서 상당히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양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분단이라는 아픔을 겪고, '라인강의 기적'과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국토 면적, 인구도 비슷하며 천연자원이 많지 않아 인적 자원에 의존하는 지정학적인 환경도 닮았다. 또한 제조업이 강해 이를 바탕으로 수출 강국이 되었다, 국민성도 비슷하여 단일 민족으로 집단 문화적 성격이 강하다."김 교수는 "독일의 교훈을 통해 대한민국이 다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면서 특히 2012년 대선에서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권이 독일모델을 제대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역사의 3막을 여는 지금, 대한민국엔 새로운 비전과 실천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독일은 우리에게 혜안과 시사점을 준다."대선주자들뿐 아니라 미래의 대한민국을 설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