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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이디어와 문제의 해답을 얻고자 매일 책상 앞에만 앉아 머리를 짜내고 있지는 않은가?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이론대로만 전개되지 않는다.<현장이 답이다>의 저자 다카하라 게이치로, 사람들은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고 외치는 그를 현장주의 경영의 대표자로 손꼽는다.

그는 자본금 3000만 원으로 유니참을 설립해 매출액 2조 원이 넘는 아시아 최고 위생용품 기업으로 성장시켰으며, 45년간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경험한 사실들을 모아 700권에 달하는 노트를 써온 것으로 유명하다.

회사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세련되고 논리적인 경영이나 경제학 이론에만 의지하지 않고 곧바로 땀 냄새가 진동하고 고함소리가 가득한 현장으로 돌아가야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현장주의'이다. 다카하라 게이치로는 이 책의 구성을 4가지 챕터로 나누어 그가 설립한 회사 '유니참'의 탄생과 실패, 발전과 성공의 경험에 의거한 인재론과 경영자론을 소개하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고 말한다. 와인을 좋아하기 때문에 소믈리에가 되고 싶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선호가 어떤 면에서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마땅한 욕구일 수 있으나 치명적인 함정이 내포되어 있다고 본다. 즉, 하고 싶지 않은 싫은 일을 피해 도망가는 자세가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비추어 보아도 그렇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면 그저 좋아하는 것 이상의 것은 손에 넣기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느껴 보았을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즐김으로써 스트레스는 풀리지만 오히려 본인의 능력이 커지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싫어하는 일도 참고 계속하다 보면 더욱 큰 대가를 얻고, 인생의 폭 또한 넓어지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골라서 하기보다는 싫든 좋든 '해야 할 일'을 하는 편이, 후회하지 않고 가치 있는 일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절대 게이치로가 자신의 일을 즐기는 것에 대해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에 따르면, 일을 좋아하는 것 단지 그 자체에도 능력치를 높여주는 마력이 있다.

<현장이 답이다> 다카하라 게이치로  저/양준호 역
 <현장이 답이다> 다카하라 게이치로 저/양준호 역
ⓒ 서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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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우리의 내면 속에 깊은 우물을 파는 것

상품 기획을 위한 발상법에는 '강 모델'과 '우물 모델'이 있다. '강 모델'은 고객이 자신들과는 반대쪽인 강기슭에 있다고 생각하여, 고객의 심리나 동향을 여러 가지 각도에서 조사하고 분석한 후 이렇게 하면 팔린다는 해답을 도출해 내는 방법이다. '우물 모델'은 고객이 자신들과 같은 쪽의 강기슭에 있다고 생각한다. 즉 자기 자신을 고객의 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자기 속에 잠재하고 있는 필요를 우물을 파듯이 내려가는 방법이다.

두 가지 모두 고객의 입장에 서는 방법이지만, 고객을 객관적인 분석의 대상으로 설정하는 '강 모델' 방식보다는 기획자 자신이 한 명의 고객이 되어 생각하는 '우물 모델' 방식이 좀더 고객의 입장에 가깝다. 바로 이 우물 파기 방식은 자기 자신의 능력을 계발시키는 데에도 응용이 가능하다. 즉 지식을 가로로 확대시키는 것보다, 오히려 우물 파기처럼 하나의 지식을 세로로 심화시킴으로써 인간의 능력은 비약적으로 성장해 간다. 그렇다면 그 우물을 파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동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일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는 재능이라는 것을 특별하게 여기거나 지나치게 신봉하는 경향이 있다. 저 사람은 재능이 있으니까 도저히 당해낼 수 없다면서 능력의 차이를 쉽게 재능의 탓으로 돌리고, 그러한 차이를 결정적인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재능은 의외로 특별한 것이 아니다. 재능은 그저 일에 몰두하는 집중력이다. 밤낮으로 일에 몰두하면서도 그것을 괴롭다거나 고생스럽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것, 바로 이런 것이 재능의 실체가 아닐까. 일에 대한 의무감을 없애고 이러한 집중력과 지속성을 갖게 하는 주체적 태도는 바로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것에서 비롯될 것이다.

실패와 성공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현장에 나가라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은 애당초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대부분 그것을 실현시킬 힘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 이상의 일이 부여되었을 때도 그 일에 대해 머뭇거리거나 주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과제를 자기 것으로 소화해야만 한다. 넘지 못할 것 같은 장애물 앞에서 괴로워하기 쉬우나 새로운 일 자체를 해보는 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도중에 실수를 범하더라도 고쳐가면서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겠으면 일단 앞으로 전진하는 이러한 적극성이 결국에는 큰 결실로 연결된다. 설령 실패로 끝난다 해도 그 과정이 우리를 성장시킨다. 게이치로가 성공과 실패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 것처럼 일의 즐거움과 괴로움도 뫼비우스의 띠처럼 같은 선상에 있는 것으로, 그 즐거움은 괴로움 속에 섞여 있다가 서서히 나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젊은이들은 바늘 구멍보다 더 좁다는 취업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 세계가 요구하는 훌륭한 글로벌 리더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그러나 이론에만 정통하고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추려는 노력 외에도 '현장'을 중시하는 태도를 기반으로 스스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또한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에 급급하여 진정 '해야만 하는 것'에 소홀했던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며 앞으로의 방향을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체감할 수 있는 현장에 늘 자신의 몸을 두라는 다카하라 게이치로의 현장주의는, 모든 일을 이론과 데이터에만 의존하려는 나약한 우리에게 가하는 소리 없는 채찍질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현장이 답이다>, 다카하라 게이치로 저, 양준호 역, 서돌, 2007년 07월, 1만2000원



현장이 답이다 - 이론은 언제나 죽어있다

다카하라 게이치로 지음, 양준호 옮김, 서돌(2007)


태그:#현장이 답이다, #서돌 , #현장주의 경영, #CEO 인사이트 시리즈, # 다카하라 게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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