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채소야 늘 먹는 거고 그러니깐 더 신경이 쓰이죠. 예전엔 남편이 식탁에 풀만 있느냐고 뭐라고 하더니 요즘에는 그게 상전이 된 꼴이죠. 뭐."

채소 값이 금값이다. 집 앞 대형마트를 주로 애용하는 양모씨(50·주부)는 증가하는 채소 값에 혀를 내두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씩 장을 본다. 쓰기 나름이지만, 보통 한 번 장 보면 식품비만 4~5만 원 정도 드는 것 같다"며 "총 가계지출 중 식품비는 50만 원 정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신선채소는 전년 동월 대비 25.1%나 상승했고, 농축수산물도 1년 전보다 3.3% 올랐다. 품목별로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배추(182.3%), 당근(173.8%), 양파(83.9%), 파(55.1%) 등 채소가격이 급등했다.

재래시장, 사람들이 붐빈다.
 재래시장, 사람들이 붐빈다.
ⓒ 홍성민

관련사진보기


모처럼 장이 열린 10일 일요일. 재래시장엔 사람들이 붐볐다. 일반 마트보다 싸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장을 찾은 홍모씨(62·주부)는 "싸니까 여길 오지. 덤으로도 좀 얻고 말이여"라고 밝혔다.
재래시장, 채소를 판매하고 있다.
 재래시장, 채소를 판매하고 있다.
ⓒ 홍성민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채소 값이 워낙 상승해서, 재래시장에서도 가격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채소 가판대 앞, 구매를 주저하는 소비자에게 상인은 "덤으로 두어 쪽 더 줄게"라며 흥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른 한 쪽에서는 1kg 애호박을 두고서 소비자가 "1kg 안 되는 것 같다"고하니 상인은 "꼭지를 떼서 그렇게 보이는 거다"고 둘러대기도 했다.

가락시장, 채소가격을 흥정하고 있다.
 가락시장, 채소가격을 흥정하고 있다.
ⓒ 김정은

관련사진보기


농협에서 운영하는 할인점인 하나로 마트에도 사람이 붐볐다. 이모씨(40·직장인)는 "채소 값이 올라 아무래도 가격에 더욱 민감한데, 대형마트 못지않게 주차도 편하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애용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0일 판매된 100g당 당근 가격을 살펴보면, 대형마트가 830원, 재래시장이 600~800원, 하나로 마트가 625원으로 하나로 마트가 대형마트에 비해 0.25% 더 싼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친환경 유기농제품이 진열돼있지만 발길이 뜸하다.
 대형마트, 친환경 유기농제품이 진열돼있지만 발길이 뜸하다.
ⓒ 김민서

관련사진보기


평소 건강을 위해 친환경 당근을 자주 구매한다는 윤모 씨(32·직장인)는 "주로 대형마트에 들러 친환경제품을 사곤 했는데, 요즘엔 너무 비싸서 부담이 된다"고 걱정했다.

반면, 카드혜택 등의 이유로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안양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김모씨(37·주부)는 "시장을 가나 어딜 가나 비싼 건 마찬가지다"며 "그래도 대형마트는 카드혜택이 있어 나중에 카드 값 청구될 때 얼마가 할인 돼 나오거나, 포인트가 쌓이니깐 유용하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
 대형마트,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
ⓒ 김민서

관련사진보기


또한 소비자는 대형마트에서 기획한 행사 상품 등을 이용해 할인혜택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 A마트 관계자는 "오전봉사상품이라고, 개장하고 오전에 일찍 오는 분들을 위해 채소가격을 조금 내려서 판매하는 게 있다. 브로콜리나 콜라비 같은 경우, 오후에는 1,190원, 1980원에 파는데 오전에는 이보다 싸게 980원, 1,280원에 살 수 있게 한다. 이것 때문에 일찍 오시는 분들도 꽤 있다"고 전했다.

주말농장을 이용해 채소 값 부담을 줄인 경우도 있었다. 강씨 부부(60대)는 "몇 년 전부터 주말농장을 이용해 채소를 직접 길러 먹으니 채소 값 상승을 체감하진 못했다"며 "처음엔 귀찮아서 안 한 건데 지금 생각해보니깐 잘한 것 같다. 우린 나이 먹은 사람 둘이 사니깐 그냥 안 먹고 아끼면 되는데, 젊은 사람들은 힘들겠다"고 밝혔다.

채소 값 상승으로 인한 서민들의 부담이 늘어나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달 28일 "3~4월 마늘 단경기 수급 안정을 위해 시장접근물량(TRQ)으로 도입 보관 중인 마늘 2천여 톤을 국내 시장에 방출할 계획"이라며 "마늘 가격안정을 통해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태그:#신선식품, #채소가격상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