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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활고로 자살한 세모녀 소식이 세간에 보도되어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 70만원을 남기고 떠난 죽음에 대해서 네티즌들은 물론이고 대통령까지 안타까움을 표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에 이러한 생계형 자살사건에 대해서 사인으로 우울증을 거론하는 보도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심신질환과는 다르게 우울증은 자살과의 관련성이 높다는 점에서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우울증 발병시 관련 정신의학기관에서 약물/상담 치료를 통해 증상을 치료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처지가 필요하다. 실제로 적절한 때에 치료를 받으면 현재의 증상 개선 뿐만 아니라, 향후 재발 방지도 어느정도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울증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확산과 개입 프로그램의 증가는 실제로 자살률을 낮추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보도 세태는 개인을 자살로 내모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우울증이라는 질병의 문제로 치환시키는 경향이 있다. 우울증의 발병에는 유전적인 소인도 포함되어 있어, 질병에 취약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취약한 사람들이 모두 우울증에 걸리고 자살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살의 이유가 '우울증' 때문이라면, '왜 우울증에 걸리며, 치료 받지 못하는가?' 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은근슬적 눈감아 버린다.

우울증을 자살의 주범으로 만듦으로써 국가기관에서는 자살을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질병의 문제'로 환원한다. '질병의 프레임' 안에서 우울증은 치료해야 하는 병이고, 따라서 관련 향정신의학산업이 더 호황을 누리며, 국가기관은 사회구조 변화 같은 어려운 문제보다는 항우울제 판매나 상담센터 확충 같은 보다 쉬운 해결책을 택해버린다.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국가기관과 관련 산업 활성화를 원하는 정신의학산업 사이에서 '환자'로 분류된 사회적 약자들은 새로운 산업의 가난한 소비자로 전락하고 만다. 우울증을 방지 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과 지지체계 구축과 향정신의학 상품의 보급 중 어느것이 선행되어야 하는지 묻는다면, 답은 자명하다.


태그:#우울증, #향정신의학,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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