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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8사단 윤일병 집단 구타 사망 사건으로 인해 온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가운데 병영 생활을 다루고 있는 예능 프로인 <진짜 사나이>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그저 군대를 미화하고 홍보하기 급급하다는 비난 속에 폐지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진짜 사나이>와 군대 내 사건사고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으며, 이 프로를 폐지하고 나면 군부대 사건사고가 눈에 띄에 줄어들까'라고 폐지 반대를 주장하기도 한다.

또한 '<진짜 사나이>가 병사끼리 서로 존중하며 배려하는 우리 군대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언제 예능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의 올바른 가치와 방향을 제시하는 교양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했는지 묻고 싶다. 게다가 <진짜 사나이>에서 처음 의도한 바는 '리얼 입대 프로젝트'라는 명칭에서도 나타나듯이 연예인들이 현역 군인들과 똑같이 병영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관찰하는데 주안점이 있지, '군 조직 문화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데 있지 않았다.

사람들이 <진짜 사나이>의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군대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과거 유머1번지의 '동작그만' 같은 코너라면 굳이 리얼리티를 살릴 필요는 없다. <개그콘서트>처럼 각본대로 진행하는 코너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예능 프로그램은 '리얼'이 대세이다. 참여자들의 울고 웃는 모습 가운데 진정성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아무리 웃고 즐기는 예능이라도 '리얼'을 표방하면 최대한 사실성을 확보해야 한다.

예전에 SBS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정글의 법칙>이 조작 논란에 휩싸여 한동안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무슨 다큐멘터리도 아닌데 너무 과한 비난이 아닌가 하는 여론도 있었지만 '리얼'을 표방한 프로그램이었기에 사람들의 실망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시청자들은 예능 프로그램이라도 '리얼'이라는 문구를 내걸었으면 당연히 사실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연거푸 터지는 군대 내 사건사고를 보자면 <진짜 사나이>에서 보여주는 병영 모습과는 너무나 차이가 크다. 그 방송만 보자면 군대 내에 부조리 같은 것이 있을 수가 있는가 싶다. 그래서 <진짜 사나이>의 리얼리티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장면들을 지켜보며 조소하고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송 중에 출연 연예인들이 몸에 이상이 있다고 훈련에서 열외되거나 아프다고 하면 자유롭게 의무대에 가서 치료를 받는 장면을 종종 보게 되는데 실제 군대 내에서 가능한 일인가? 대부분의 경우 선임병들의 눈치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지도 못하고,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의사 표시를 해도 '죽을만큼 고통스럽지 않으면 그냥 참으라'는 장교, 부사관들의 싸늘한 반응이 돌아올 따름이다.

게다가 출연 연예인들이 가는 부대는 하나같이 시설이 좋은 곳이다. 군대 시설이 열악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다 과거의 일인가 보다. 식사하는 것도 보면 '저게 진짜 매일같이 나오는 식단일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심지어 야외 훈련을 나가서도 샤워를 한다.

더욱 비현실적인 것은 병사들 간의 관계이다. 물론 방송이라는 점과 출연 연예인들이 대부분 나이가 많다는 점 때문에 현역 고참병들이라고 해서 출연 연예인들이 계급이 낮다고 하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그 부분은 애초에 리얼리티를 살리기가 어려운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프로그램이 시작된 초반에는 내무실에서 선임과 후임 사이에 긴장감이 엿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출연 연예인들은 현역병들을 말로는 존대하지만 행동으로는 아우 대하듯 눙치면서 능수능란하게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나갔다. 그러니 밖에 나가 훈련받을 때야 육체적으로 고단해도 내무실에 들어오면 '고향의 안방'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어떤가? 군 생활이 힘들다고 할 때 팔 할은 선임병들과의 관계 때문에 힘든 것이다. 군 자살자 중에 자신의 직무가 힘들어서 자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인간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다. 그렇게 대부분의 병사들이 반인권적, 비인격적 대우를 받으며 힘겹게 군 생활을 버티는 것이 현실인데 <진짜 사나이>에 나타난 병영 생활은 육체는 조금 고되지만 선후임 간의 관계는 농담 따먹기나 하고 그렇게 편해 보일 수가 없다.

출연자 중 한 사람인 '헨리'를 보면 언제 튈지 모르는 엉뚱함 때문에 시청자들에게는 재미를 가져다주지만 실제 저런 캐릭터가 군대 내에 존재한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할 때 아찔해진다. 방송이니까 받아주는 것이지 실제 저런 모습을 보이는 병사가 있다면 보나마나 주변 사람들에게 엄청난 '갈굼'을 당할 것이다. 실제로는 그런 병사를 수용할만한 그릇이 못 되면서 화면에서는 '저런 천방지축도 늠름한 군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연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리얼' 프로그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연이어 군대 내에서 집단적 따돌림과 가혹행위로 군인들이 희생된 마당에 한쪽에서는 '그럴 리가 없다'는 듯이 전혀 다른 군대 모습을 방영하고 있으니 이게 있을 법한 일인가. 세월호 참사 이후에 한동안 우리 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함께 장례를 치르듯이 조심했다. TV에서도 웃음기가 끊어졌다. 세월호 피해자들을 존중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지금 군대 내의 온갖 부조리가 터져 나오는 시점에서 <진짜 사나이>는 계속해서 그들만의 병영 문화를 보여주겠다는 것인가.


태그:#진짜사나이 폐지, #진짜사나이, #윤일병 사건, #진짜사나이 윤일병, #병영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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