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쯤의 일이었나 보다.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대학 때 친했던 친구가 부친상을 당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같은 지역에 살고 있던 친구와 차 한 대로 가기로 약속하고 퇴근 후 집 앞에서 만났다. 상갓집을 가는 길이었지만 모처럼 만난 친구와 수다도 떨면서 충북 충주까지 내려갔는데, 혼자 가는 것보다는 훨씬 덜 지루하고 좋았다.
충주의 상갓집에 도착해 문상을 하고, 먼저 온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며 소주도 한잔 하게 되었다. 운전을 하고 온 친구는 운전에 대한 부담감으로 술은 입에도 대지 않고 잘 참고 있었다. 덕분에 혼자 친구들과 소줏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상황을 봐서 문상객들이 많으면 적당한 시간에 인사하고 나오려고 했는데, 상을 당한 첫날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 동기들이 밤샘을 해주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자리도 길어지고, 운전을 하고 간 친구는 술도 못 마시게 되었으니 옆에서 자리를 지키는 일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친구에게는 새벽에 일찍 집에 돌아가야 하는 사정이 있었다. 그래서 피곤해 하는 친구에게 옆에서 눈 좀 붙이라고 얘기 했더니 괜찮다고 했다. 그래도 새벽에 일찍 갈라면 좀 자두는 게 좋겠다고 했더니, 운전 경력이 몇 년인데 그 정도는 걱정 안 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졸리면 자기가 알아서 자려니 하고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다.
우리는 새벽녘에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차에 올랐다. 친구에게 졸리지 않겠냐고 여러 번 물어봤는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조금 불안은 했지만, 설마 하는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운전하는 친구가 졸릴까 걱정이 되어 옆에서 계속 말을 걸었다. 그런데 친구들과 밤새 이야기하느라 피곤했는지 중간에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순간에 30년 인생이 '휙' 지나갔다!꾸벅꾸벅 졸다가 갑자기 뒷머리가 서늘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깜짝 놀라 옆의 친구를 쳐다보니, 아뿔싸! 친구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얼른 앞을 보니 우리가 탄 차가 고속도로 바깥쪽의 가드레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제 죽는구나!'이 생각이 드는 순간, 철들어서 기억나는 30년의 세월이 눈 깜짝할 사이에 머리 속에 '휙' 하고 지나갔다. 죽기 전에 그렇다는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실제로 이런 상황을 맞을 것은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야!"죽음을 앞에 두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는데, 그게 운전하던 친구 녀석의 이름이었다. 졸고 있던 친구는 화들짝 놀라 눈을 뜨며 급하게 핸들을 안쪽으로 틀었는데, 그 순간 차의 바퀴가 가드레일 앞의 턱을 살짝 들이박고 차가 안쪽으로 튕겨 들어왔다. 다행히 뒤에 따라오는 차가 없어서 2차 사고는 피했는데, 정말 천운이라고 할 수밖에는 없는 일이었다.
사고 후 우리는 잠이 확 깼고, 집에 오는 내내 온몸이 긴장되어서 서로 말도 제대로 건네지 못했다. 무사히 집에 돌아오고 나서야 긴장이 풀렸고,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쑤시고 힘들어서 며칠간 고생을 해야 했다.
그날 친구와 헤어지면서 한 가지 약속을 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이야기하지 말자는 것이다. 특히 걱정을 하니 집에는 절대로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 날의 사건은 마무리가 되었고, 친구와 나는 절대로 무리해서 운전하면 안 된다는 너무나 뻔하지만,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 기사공모 '위기의 순간들' 응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