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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이 서클'은 칼 폴라니가 청년 시절 대학의 후진성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비밀 모임의 이름입니다. 정치의 계절, 겨울입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무슨 기준으로 정치인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 됐습니다. 우리는 알고 싶습니다. 그래서 '모비딕 프로젝트'를 연재합니다. 거대한 고래, 모비딕을 쫓는 마음으로 후보자를 추적하는 '갈릴레이 서클'의 총선 기획입니다.

4·13 총선을 겨냥해 2030 유권자들이 모여 청년의 목소리를 냈다. 2030유권자행동 추진위원회(이하 2030유권자행동)가 3월 26일 신촌 연세로 일대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국회의사당까지 도보행진도 실시했다. 2030유권자행동은 45개 대학교 총학생회와 15개 청년단체가 참여했다.

이 단체는 지난 7일 출범한 대학생청년공동행동네트워크의 연장선이다. 이번 행사는 청년의 요구를 정치권에 전달하기 위한 취지에서 계획됐다. 유지훈(34) 2030유권자행동 공동대표는 "최근 공천 논란 등 정치권이 청년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면서 "청년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기 위해 이번 집회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행사에 참여한 김대환(27) 청년좌파 회원은 "우리와 같은 단체들이 너무 갇혀있는 경향이 있다"면서 "대중들에게 더 다가가 목소리를 들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표하자!"... 2030 청년의 외침

2030유권자행동추진위원회가 신촌 연세로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2030유권자행동추진위원회가 신촌 연세로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 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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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부터 진행된 사전 행사에서는 2030유권자행동에 속한 청년단체들과 정당들이 부스를 운영했다. 투표하자서포터즈는 청년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게임을 진행했다. 청년예술가네트워크의 밴드 더맑음은 길거리 청년을 대상으로 공연을 선보였다. 예비의료인 청년 단체인 길벗은 건강불평등을 통계로 소개하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외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 민중연합당이 각 당 및 청년정책을 홍보했다.

사전 행사 종료 후에는 신촌역 2번 출구 앞에 설치된 야외무대에서 본 행사를 시작했다. 각 대학 총학생회는 학내 문제를 발언했다. 박상연 경북대총학생회장은 "나라에서 총장을 임명하는 것은 사상교육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박 총학생회장은 "대학생들이 학내 기구의 주체가 돼야 한다"면서 "나아가 사회의 주인이 되기 위해 이번 총선에서 투표를 꼭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빈 성신여대 학생은 학내 구조조정에 대한 투쟁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씨는 "투쟁 과정에서 학생증을 빼앗기거나 요구를 일방적으로 거절당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배준 상지대 부총학생회장은 최근 상지대 비리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며, 비리재단과의 투쟁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일자리 문제 얘기하는 언니 오빠들이 용감해 보여"
2030유권자행동추진위원회는 청년 10,000명을 대상으로 청년정책에 대해 팩트체크를 실시했다.
 2030유권자행동추진위원회는 청년 10,000명을 대상으로 청년정책에 대해 팩트체크를 실시했다.
ⓒ 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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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030유권자행동은 10,000명의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정책에 관한 팩트체크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 결과 청년 78.9%가 반값등록금이 실현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또한 박근혜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이 도움됐다고 평가한 청년은 12.4%에 불과했다. 이외 정부와 국회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청년 문제로는 일자리 문제와 등록금을 1, 2순위로 거론됐다.

기타 청년단체들의 발언도 있었다. 김대환 청년좌파 회원은 본인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은 어려움을 이야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일을 하다가 폐가 터져 병원비로만 400만원이 나왔다"면서 "어려운 청년층을 위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본 고등학생 최하윤(18) 양은 "나도 알바를 한 적이 있어 공감이 돼 슬펐다"고 이야기했다.

신엘라 경기청년연대 부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민생살리기 서명운동에 맞서는 행동을 제안했다. 신 부의장은 "청년법안을 만드는 10만 명 서명운동에 벌써 2만 명이 동참했다"면서 "이를 모아 20대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것이다"고 말했다.

다양한 문화 예술 행사도 진행됐다. 동국대 힙합팀 콩자반은 정치와 나라 현실을 풍자한 가사로 랩을 했다. 청년예술가네트워크는 알바생과 취준생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행위예술을 선보였다. 특히 청년의 어려움을 격파하는 택견 공연은 참가자뿐 아니라 행인들에게서도 많은 호응을 얻었다. 택견 시범단이 비리재단, 최저임금 등 청년이 겪는 어려움을 적은 판넬을 돌려차기로 부술 때마다 관객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청년들의 이야기에 공감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지나가던 취업준비생 송다정(23)씨는 "요즘 취업난이 심하고 최저시급이 보장되지 않는 일자리가 많다"면서 "취준생 입장에서 공감이 많이 됐다"고 소회를 전했다. 오랜 시간 집회를 구경하고 있던 신지연(15), 김소미(15) 양은 "언니 오빠들이 일자리나 등록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용감해 보인다"고 말했다.

집회에 호기심을 보이던 외국인 관광객도 있었다. 호주에서 온 필립(30)씨는 "굉장히 열광적이다"면서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본인의 국가에서는 이런 청년들의 집회가 일상적인 일이냐고 묻자 "당연히 그렇다"고 말했다. 반면 못마땅해 하는 이도 있었다. 문아무개(65)씨는 "저런다고 해결되는 일들이 아니다"면서 "자기들이 정치학 박사도 아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강대교 위 바람은 거셌지만... "봄바람 휘날리며~♪"

청년들의 도보행진에 응원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청년들의 도보행진에 응원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 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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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15분부터는 국회의사당으로 도보행진을 실시했다. 신촌로터리에서 출발해 서강대교를 건넜다. 이후 서강대교남단 사거리에서 우회해 여의도순복음 교회를 지나 산업은행에서 행진을 마쳤다. 약 1천여 명(경찰 추산 700명)의 청년이 집회 및 도보행진에 참여했다.

현장에는 많은 경찰이 있었지만, 도보행진은 별다른 충돌 없이 평화롭게 진행됐다. 행진은 두 개의 대열로 이뤄졌으며, 발언자들이 돌아가며 선두에 있는 방송차에서 행진을 이끌었다. 장범준의 벚꽃엔딩이나 빅뱅의 뱅뱅뱅과 같은 노래를 틀며 문화제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강대교 남단에 이르러선 경찰에게 행진이 막히자, 파도타기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도보행진에 참여한 박예슬(23)씨는 "노래를 틀어주니 노래방 같다"면서 "위안부 피해자 수요집회에도 참석했는데 분위기가 사뭇 다르고 즐겁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도보행진을 지켜보던 조영우(42)씨는 "신나 보인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응원은 못 해주지만, 잘 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참가자 중에는 유독 대학 학생회 구성원들이 많았다. 주미란(23)씨는 "아침부터 일찍 전남에서 올라왔다"면서 "원래 정치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번 총선을 앞두고 다함께 원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바로 코앞이었지만... 불발된 청년들의 국회점령

청년들이 강풍과 싸우며 서강대교 위를 건너 국회로 향하고 있다.
 청년들이 강풍과 싸우며 서강대교 위를 건너 국회로 향하고 있다.
ⓒ 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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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집회에서 이야기 되지 않은 청년 문제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김정연(20)씨는 "등록금을 낸 만큼 돌려받는 느낌이 들면 좋겠다"면서 "수강신청도 힘든데다가 좋은 교수에게서 수업을 받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2030유권자행동의 선두에서 도보행진을 함께한 용달트럭 기사 한아무개(70)씨는 "사실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왔다"면서 "그래도 청년들이 이렇게 말하면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을 지날 땐 일부 신도가 청년들을 향해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해당 신도는 "너희를 위해 매일 기도를 했는데 정작 하는 행동이 좌파더라"면서 "정신 차리고 빨리 집에 가라"고 소리쳤다.

한편 집회 및 도보행진 내내 기자들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동행했다. 모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 중인 이동준(21)씨는 취재진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씨는 "청년이 기득권이나 정치인에 대해 원하는 바를 말해도 일부 종편 언론이 악의적인 보도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발언 및 행동을 계속해서 채증하던 선관위 직원은 "더 이상 묻지 말라"며 취재를 회피했다.

국회에 불만을 표하는 청년들의 모습과 새누리당의 현수막이 대조적이다.
 국회에 불만을 표하는 청년들의 모습과 새누리당의 현수막이 대조적이다.
ⓒ 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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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후보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소수 정당의 후보가 단 한 명의 국민을 대변한다 하더라도 그 후보는 조명 받아야 합니다. '갈릴레이 서클'이 기획한 <모비딕 프로젝트>는 기성언론이 비추지 않은 구석 정치를 비춥니다. 우리의 발칙하고 빛나는 생각을 기대해주세요.



태그:#갈릴레이 서클, #모비딕 프로젝트, #2030유권자행동추진위원회, #청년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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