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다가오고 있다. 백신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코로나19 터널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잘 해내고 있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이동영역이 축소되면서 공공교통은 심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2019년 대비 동기간 이용 인원이 전체적으로 28.7%나 줄었고 운임수익도 3460억 원 감소했다. (10월 기준) 이렇게 운임수익이 급감하면서 올해 전체 적자가 9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하철은 평소에도 중앙정부로부터 노인 등의 무임수송비용을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면서 그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코레일 또한 작년 대비 전체 여객수송량이 57.3% 감소하면서 운임손실분이 지금까지 8524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3차 대유행이 가시화되면서 올해 운임손실분이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공공교통 운송기관들은 정부 재정 보조가 적어서 상대적으로 운임수입 의존율이 높은데, 이러한 운임수입의 급감은 경영압박으로 바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우려가 크다. 그러므로 중앙은 물론 지방정부는 서민들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공공서비스인 공공교통에 대한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운임과 운송기관 부담 줄이고 정부 재정 보조 비율 높여야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지하철과 철도 이용 승객이 급감하자 각 나라는 교통운송기관에 대한 재정지원을 단행했다. 미국(Cares Act), 영국(TfL emergency funding agreement), 독일(Part of fiscal stimulus package), 이탈리아(Relaunch Decree) 등의 국가에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코로나19로 손실을 본 교통운송기관(본부)에 한시적으로 보상을 했다. 우리나라 또한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이 한시적이나마 필요하다.
이러한 재정지원이 없으면 운송기관은 영업적자가 쌓이면서 결국 요금인상에 기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공공교통 요금까지 오르게 되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더 이상 대중교통은 지방 사무이므로 운송기관과 지방정부의 전적인 책임이라는 입장에서 탈피해서, 코로나19로 인한 운임수익 급감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운송기관의 운영비 충당에 있어서 운임의존 비중을 낮추는 작업도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앙은 물론 지방정부의 재정 보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적으로 서울지하철 2018년 예산 현황 자료를 보면 전체 수입의 33.8%를 도시철도 채권, 공사채, 장기채 등의 외부 차입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코레일 또한 2004년 공사 출범 때부터 건설 부채(4.3조 원)를 부담해왔고, 운영에 필요한 차량 교체와 시설재 투자 비용 등도 적절히 지원받지 못하고 운송기관이 조달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통운송기관은 운임과 기관 자체 부담 등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이러한 교통운송기관의 재정 운영체계는 궁극적으로 수익성을 강제하면서 공공성을 훼손시킬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도 재정투자가 시급한 이유는 기후 위기 시대에 요구되는 공공교통의 역할 때문이다. 지구 온도 1.5C 상승에 따른 환경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노력하여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로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이러한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서 후진국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교통 부문도 마찬가지이다.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이용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도로 부문의 교통온실가스배출 규모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2017년에는 2008년 대비 1,400만 톤이 추가 발생했다고 한다. 자동차 사용을 억제하고 에너지효율과 탈 탄소 효과가 탁월한 지하철과 철도 등의 공공교통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도로 부문의 온실가스를 효과적으로 저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공공교통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한 중앙정부의 대대적인 투자는 너무나 상식적이다.
물론 중앙정부가 제일 문제이기는 하지만 지방정부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해외 주요 대도시들은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개발 부담금, 혼잡통행료, 주차장 요금 등으로 조성된 재원을 공공교통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같은 경우는 실제로 거두고 있는 혼잡통행료도 공공교통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중앙정부만 탓하고 있다. 중앙정부 탓만 한다고 해서 지방정부의 책임이 면해지는 건 아니며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공공교통 이용하는 계층에 혜택 돌아가는 그린 뉴딜 되어야
전현우의 <거대도시 서울철도>라는 책을 보면, 누가 공공교통에 의존하고 있는지 통계적으로 잘 나와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공공교통 이용률이 광역 지역별로 15%~23% 이상 높았으며, 남녀 모두 중·장년(30~59세)보다 청·노년의 이용률이 훨씬 높았다. 관리자·전문가와 생산직·노무직(노동계급) 계층을 성별로 분석해보면 여성 그룹에서 여성 노동계급이 관리자/전문가 계층보다 훨씬 더 이용률이 높게 나왔다.
반면 서울 지역을 제외한 중·장년 남성들은 모든 광역지역에서 승용차를 압도적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중·장년 남성보다 여성과 여성 저소득노동자 그리고 청년, 학생 등이 공공교통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통 부문의 그린뉴딜은 이들과 같은 핵심적인 공공교통 이용계층에 대해서 보다 더 편리하고 안전하고 저렴한 공공교통 이용을 지원하고 장려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는 교통 부문의 그린뉴딜로 공공교통에 대한 투자보다는 전기수소 자동차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기수소 자동차가 친환경적이라서 그린뉴딜이라고 하지만 아직 재생에너지 비율이 미약한 한국은 전기수소 자동차 구동에 필요한 전기 생산을 대부분 화력발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므로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미약하다. 단순히 배출만 생각해서 친환경적인 자동차라고 언급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는 계층에게 막대한 보조금이 지급되는 이 정책은 정의롭지도 않다. 올해 책정된 수소차 국고보조금은 2250만 원이고 지역 보조금까지 합치면 최대 4450만 원이다. 전기차는 국고와 지역보조금을 다 합치면 최대 182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이동을 위해서 공공교통에 의존하는 여성, 저소득노동자, 청년, 학생 등은 재정적 보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수소차를 사용하고 유지할 수 있는 고소득층들에 대해서는 막대한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다. 이렇게 진행되고 있는 전기수소 자동차 활성화 정책이 정의롭고 효과적인 그린뉴딜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기후위기 시대, 공공교통이 지속가능한 사회에 중요한 공공적인 인프라가 되기 위해서는 중앙은 물론 지방정부의 대대적인 재정투자가 이뤄져야 함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