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아이가 어릴 적부터 세뱃돈과 용돈으로 세 개의 저금통을 분산 관리하며, 목적 통장을 만들고 국내외 여행을 다녀오는 '얘들아, 용돈 모아 여행가자' 이야기가 연재됩니다[기자말] |
아이가 모은 돈으로 스마트폰을 샀다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햇살이 비추어 봄을 알리는 3월이다. 신학기를 맞이하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를 만나는 설렘으로 가득한 달이기도 하지만 학용품과 신학기 프로모션 상품이 쏟아지는 때이기도 하다. 검색 키워드에 '신학기'만 입력해도 상위에는 가방, 스마트폰, 학용품이 즐비하다.
필자의 자녀도 이번에 고등학교 신입생이 되었다. 신학기 준비를 위해 가방도 새로 구입하고, 새 노트와 실내화를 장만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나는 일은 스마트폰을 새로 장만한 일이다.
그동안 엄마의 휴대전화를 물려받아 저장 공간이 부족한 탓에 자주 오류가 났다. 새 휴대전화를 사 주지 않는다는 부모의 단호함으로 용돈을 모으고 있었다. 다행히 지난 설날에 친지들로부터 받은 세뱃돈이 더해져 그토록 바라던 스마트폰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아이는 어떻게 고가의 스마트폰을 살 수 있었을까? 바로 세뱃돈을 아이가 관리했고 사달라고 졸라도 쉽게 사 주지 않았던 부모의 인내가 한몫했다.
'돈이 생기면 다 써버리고 만다'는 아이에게 세뱃돈을 맡길 수 없어 고민하는 부모를 자주 접한다. 이런 경우 용돈을 부모가 관리해 주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준다고 모은 돈이 많아지면(미성년자 2000만 원) 결국 증여세를 물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경제에 관심을 두고 스스로 용돈을 관리하는 경제 루틴을 형성할 수 있도록 시작해 보자.
경제적 주체를 부모가 아닌 아이에게
세뱃돈을 받은 아이가 돈을 모두 써버리지 않고 잘 관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루틴처럼 꾸준한 경제 습관을 길러야 한다. 필자의 아이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경제학교에서 물건을 팔아보는 경험으로부터 돈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이후 매월 용돈을 주며 주어진 돈에서 갖고 싶은 것을 계획하여 사보도록 하는 자본주의 금융교육을 시작했다.
현재는 코로나 시대로 오프라인 행사가 열리지 않아 물건을 사고파는 경험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으니, 돈 관리는 친지로부터 용돈을 받게 되는 세뱃돈부터 시작해 보자.
아이가 관리하기에 다소 크다고 생각할 수 있는 돈 관리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용돈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가 있어야 한다. 즉, 경제적 주체의 변화다. 아이가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부모에게 용돈을 타서 사용하던 수동적 방식에서 벗어나 용돈을 미리 주고 필요에 따라 아이가 관리하도록 하는 능동적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세뱃돈을 처음부터 아이가 관리하기에는 금액이 많다. 이때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두 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아이와 의논하여 신학기 필요 용품을 세뱃돈에서 사고 나머지 돈으로 시작하자. 예를 들어 친지로부터 받은 세뱃돈이 10만 원이라고 하자. 새로 사야 할 학용품 비용이 5만 원이라고 했을 때 5만 원은 부모가 물건을 사 주고 나머지 5만 원을 아이에게 준다.
둘째, 10만 원 중 저축의 비중을 높게 하고 남은 돈으로 아이가 관리를 시작하도록 하는 것이다.
세뱃돈도 분산 관리하자
이렇게 구분하여 받은 세뱃돈으로 용돈 관리를 시작해 보자. 어른도 월급을 받으면 한 곳에 모두 사용하지 않고 저축, 소비, 투자 등 용도에 따라 나누어 관리하듯 아이도 용돈 관리의 기본은 모으기(저축과 투자), 쓰기(소비), 나누기(나눔) 세 개로 분산 관리하는 것이다.
세뱃돈으로 받은 돈이 10만 원이라고 할 때 5:3:2(저축과 투자:소비:나눔) 혹은 5:4:1(저축과 투자:소비:나눔)로 형편껏 나누면 된다. 이 기준은 아이의 필요와 형편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으니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구별해야 효과적이다.
사고 싶은 물건 조사하고 비교하기
이렇게 모은 돈으로 아이는 사고 싶은 물건을 사는 행복한 3월을 맞이했다. 그동안 용량 부족으로 아무 이유 없이 꺼지거나, 먹통이 되는 경우가 있었기에 스마트폰이 사고 싶은 물건 1위였다. 용돈을 나누어 관리하며 소비 저금통에 차곡차곡 모았지만, 스마트폰을 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이번 설날에 친지로부터 받은 세뱃돈이 더해지면서 큰돈이 마련되었다. 모인 돈을 생각하면 최신형도 가능하지만 그동안 훈련된 합리적 소비를 생각하며 가격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사실 가격을 알아보기 시작한 것은 사고 싶다고 생각할 때부터였지만, 최종 결정은 돈이 마련되었을 때 시장조사에 따랐다. 아이에게 필요한 휴대전화를 먼저 알아보고, 비슷한 사양의 스마트폰을 비교해봤다. 대략 가격이 27만9000원과 37만 원 두 대의 휴대전화 사이에서 고민했다. 하지만 사양은 같은데 기종에 따른 가격 차이임을 확인하고는 더 저렴한 것을 선택했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한다
혹시 아이가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어서 한번 더 물어보았다.
"ㅇㅇ야, 최신 휴대전화를 갖는 친구도 있는데 더 비싼 스마트폰을 갖고 싶지 않니?"
"괜찮아요. 이것도 제가 쓰기에는 용량도 크고 성인이 되면 바꿔야 하니 저렴한 걸로 살게요. 대신 다른 걸 더 사고 싶어요."
아이가 가성비를 생각하며 충분히 고민했을 것을 생각하니 두말할 필요가 없다.
비슷한 사양의 스마트폰을 공짜로 주고 할부약정 하는 곳을 알아보니 훨씬 더 비쌌다. 요금제에서 할인해 준다고는 하나 할인금액이 결국 요금제에 모두 포함이다. 실제 따져보니 두 배의 구매 비용이 드는 것과 같았기에 자급제 폰에 저렴한 알뜰 요금제로 선택하여 가성비는 두 배로 늘어났다.
아이는 이렇게 내 형편에 맞는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그동안 버킷리스트로 생각했던 자전거, 가방, 샌딩 밴드(목공예에 필요한 공구 부품) 등을 샀다.
올바른 소비를 위해 그동안 쓰고 싶은 것도 참으며 열심히 모은 그 수고를 알기에 스마트폰 케이스는 선물로 사 주었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덮개 있는 케이스를 장착하고 즐거워하며 또 다른 꿈을 위해 검색창을 열었다.
"엄마 여름에는 제주도에 가고 싶어요."
2018년 다녀올 때는 아빠가 회사일로 바빠서 함께 하지 못했기에 온 가족이 제주도 여행을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아이들 바람이다. 아이는 새 스마트폰으로 제주도 항공권 비용을 신나게 검색했다.
세뱃돈을 아이가 관리할 수 있도록 맡겼을 뿐인데, 올바른 경제 습관이 몸에 배었다.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하는 꿈이 생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인내는 덤으로 얻게 되었다.
돈이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것, 사용할 때는 쉽게 없어진다는 것을 느끼며 경제 공부를 실천하고 있다.
"엄마, 돈이 썰물처럼 들어오더니 밀물처럼 사라졌어요."
물건을 구매한 기쁨 한편에는 돈이라는 물성의 정체를 그렇게 배워가고 있다.
그렇다면 모으기 저금통에 넣어 둔 돈은 어떻게 사용했을까?
세뱃돈으로 모은 '모으기 저금통'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저자의 브런치에 함께 발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