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제20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4만 7077표로 국민의 힘 윤석열 당선인에게 패했다. 불과 0.73%p 표차다. 유권자의 민심은 냉정했다.
2017년 5월 촛불혁명을 통해 전 국민의 열망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문재인 정부는 출범했다. 이듬해 여당 민주당은 제7회 지방선거에서 전체 64%로 압승했다. 이 여세를 몰아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도 전체 의석 300석 중에서 180석을 확보하며 매머드급 집권당으로 탄생했다. 헌정사상 유래가 없었다.
그러나 5년 후 "민심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수가재주 水可載舟), 엎을 수도 있다(역가복주 亦可覆舟)"라는 명제로 국민은 화답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했던가. 매머드급 집권당은 5년 만에 다시 청와대를 내 주며 야당으로 전락하게 됐다. 그야말로 일장춘몽(一場春夢)이다. 동시에 1987년 개헌 이후 '정권교체' 10년 주기설도 깨졌다.
민주당, 대선의 패인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인은 '공정과 정의, 상식의 회복'을 시대정신으로 어젠다를 독점하며 현 정부와 민주당의 오만-위선-무능-내로남불 행태에 어퍼컷을 날렸다. 문 정권과 민주당의 자업자득이라고 본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가치는 문 정권의 모토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세상을 더 불공정하고 더 불의하게 만들어 윤 당선인의 '공정과 정의, 상식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했다고 본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부동산 폭등 문제와 함께 이상직 의원 사건, 임미리 교수 고발 취하 건,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내로남불 사퇴와 홍익인간 건국이념의 교육기본법 삭제 관련 소동, 위성정당 사태, 지차단체장의 잇따른 성폭력(추행) 사건 등이 있다.
이러한 모습은 집권당이 촛불혁명이라는 국민의 열망과 기대를 내로남불과 선택적 정의로 응답하며 오직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혈안이 된 이기적 발로였다. 국민은 분노했다. 이렇게 5년 동안 쌓인 민심 이반의 임계점이 이번 정권교체로 드러났음을 민주당은 겸허히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한편, 필자는 대선 참패 후 0.73%p라는 근소한 차이가 주는 착시현상으로 집권당이 아전인수로 해석할까 내심 걱정이 앞섰다. 현재 그 걱정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최근 민주당은 대선 참패 수습은 커녕 당권 다툼으로 시끄럽고, 대선에 기여한 당원들에게 특별 포상을 하겠다고 해 보도되기도 했다. 집권당에겐 반성과 성찰, 혁신을 하겠다는 의지는 여전히 없고, 오직 오만과 독선만이 보이는 것 같다.
지금이라도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선 국민의 목소리에 귀 닫고 눈 감는 정치가 아닌, 겸손과 낮은 자세로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들의 삶의 문제를 진심으로 살피는 민생의 정치를 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6.1지방선거와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국민들 사이엔 "광화문 촛불로 시작해서 강원도 산불로 망했다"거나,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망했다"는 조소 섞인 말들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현 정부와 민주당이 아프게 곱씹어 봐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