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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촌 누이가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했다. 정확히는 병석인 친정 부모님을 종종 찾아 보살피다 얼마 전 학교에서 퇴직하고 요양원을 운영하는 동생의 조언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아주 전업한 것이다. "제2의 인생" 이런 미사여구를 떠나 누이도, 외삼촌 내외분 몸과 마음도 전보다는 편하신 것 같다.  

"나중에 요양보호사 일을 하든 안 하든 빨리 따 놓으라"는 누이의 조언에 나도 시간을 쪼개 요양보호사에 도전했다. 알고 보니 '요양보호사'는 고령 구직자들이 많이 선택하는 노후 직업이다. 연령·학력 제한도 없고, 일자리 수요도 늘어나니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인기란다.

현재, 요양보호사 교육원은 전국에 1000여 개가 넘고, 서울에만 316개(2021년 기준)가 등록돼 있다. 그만큼 수요도 많겠지만 교육 수준도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기왕 자격증을 따려면 시험 예상 문제만 달달 외우는 것보다 제대로 실전 교육과 실습을 받는 게 중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찾아보니 괜찮은 평가를 받는 교육원이 동네에 있다. 운 좋게도 비대면 온라인에서 벗어나 3년 만에 재개된 대면 수업 과정에 등록할 수 있었다. 수도권 수업료는 대략 50~70만 원으로 교육 과정과 강사진 수준에 따라 다르다.

요양보호사는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국가 자격제도로 도입됐다. 초기에는 일정 교육만 이수하면 자격을 취득했지만, 2010년부터는 국가자격증 시험이 시작됐다. 교육원에서 이론 80 + 실기 80 + 실습 80 = 총 240시간 교육 중 각 80% 이상을 이수해야 시험 응시 자격을 준다.

종일반은 하루 8시간씩 6주, 야간반은 하루 4시간씩 12주다. 고용노동부(hrd.go.kr)에 내일배움카드를 신청해 자격이 되면 교육비의 30~50% 내외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도 있다. 대신, 매 수업 시간마다 출석부에 이름을 정자로 기재하고, 출·결·지각·조퇴 등은 스마트폰 앱(HRD-Net)으로 고용노동부와 시도에 통보되는 등 출석 관리가 아주 엄격하다.
 
 강사의 지도 아래 수강생들과 서로 돌아가며 직접 휠체어에 대상자를 들어 앉히고 들어 옳기는 기술을 실습했다. 몸이 불편한 대상자를 보살피는 기술이 중요하다.
강사의 지도 아래 수강생들과 서로 돌아가며 직접 휠체어에 대상자를 들어 앉히고 들어 옳기는 기술을 실습했다. 몸이 불편한 대상자를 보살피는 기술이 중요하다. ⓒ 조마초
 
교육원에 가니 20여 년 전 외국어 연수원에서 공부할 때와는 또 다른 설렘 또는 긴장감이 든다. 내 기수 40여 명 중 남자는 4명뿐이다. 20~30대 1명씩, 40대 서너 명, 70~80대 1명씩, 그리고 나머지는 50~60대다. 지원하게 된 동기도 직업으로 원하는 사람은 별로 없고, 거의 내 가족을 돌보는 '가족요양보호사'가 되는 거였다. 

표준교재는 550쪽으로 꽤 무겁고 두꺼워 '이걸 어떻게 다 외우나!' 하는 심적 부담이 컸다. 제1장 요양보호 개론부터 제4장 현장실습까지 이제껏 살면서 전혀 몰랐던, 아니 무관심했던 노화의 과정, 특성, 사회복지, 노인의 인권 보호, 노인학대 예방, 노인장기요양보호제도, 요양보호사의 인권 및 직업윤리, 노인성 질환, 대상자 중심 요양보호, 일상생활 지원의 원칙, 의사소통과 정서 지원, 기록 및 업무보고, 치매 요양보호, 임종 요양보호, 응급상황 대처 등을 6명의 전문 강사진에게 배우고 요양시설을 방문해 직접 실습하는 것이다.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kuksiwon.or.kr)을 통해 일자를 선택해 인터넷으로만 접수할 수 있다. 시험은 올해 42회부터 모니터, 마우스, 키보드로 보는 컴퓨터시험(CBT)과 종이로 보는 지필시험(PBT)으로 나뉘었고 매달 전국 9개 지역에서 동시에 치른다. 응시료는 회당 3만2000원이다.

긴장되던 시험... 그 다음 날에 받은 문자 
 
 국시원 홈페이지에서 모니터, 마우스, 키보드로 보는 컴퓨터시험(CBT)의 모의 시험으로 감을 익힐 수 있다.
국시원 홈페이지에서 모니터, 마우스, 키보드로 보는 컴퓨터시험(CBT)의 모의 시험으로 감을 익힐 수 있다. ⓒ 조마초
 
시험에 접수했으면 병의원에서 건강검진(소변검사)을 받아야 한다. 평소 강의 시간에 졸거나 딴짓하지 않았고, 시험 전날 표준교재와 컴퓨터 모의시험으로 복습을 반복했다. 강사는 스트레스 받지 말고 60점 이상 나오게만 마음 편히 공부하라고 조언한다. 어쨌든 평균 9/10은 합격한다지만 어떤 시험이든지 보기 전까지는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묵직하게 가슴을 누른다.  

다행히도 교육 시간을 다 이수했고 일주일 후 국가고시를 봤다. 시험은 2023년 상반기(3~6월)에는 월2회, 하반기(7~10월)에는 월1회 토요일(오전 10시, 오후 1시)에 볼 수 있다. 객관적 오지선다형 이론(35문제)와 실기(45문제)를 두 과목 각각 60점 이상 맞아야 합격이다. 각 시험장 앞에서 수험번호와 이름, 좌석번호를 확인하고 자리에 앉으면 감독관이 신분증 검사 후 스마트 폰 등 전자기기를 수거한다.

정확히 10시에 시험을 시작한다. 시험문제는 A, B형으로 나뉘어 양옆, 뒷사람과 문제와 답이 다르고, 또 특수모니터라 자신 이외는 검게 보여 부정행위를 예방한다. 시험 시간은 90분간이지만 1시간이 지나면 몇 번의 종료 확인 끝에 퇴실할 수 있고, 90분이 지나면 자동 종료된다. 애매한 문제가 있어 "만점 받긴 틀렸구나" 했지만, 곧 시험이 끝났다는 홀가분함에 묻혔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9조의8(자격시험의 합격자 결정 등)에 따라 다음 날 오전 10시에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합격' 문자를 받았다. "합격" 소식은 언제나 기쁘고 뿌듯하다. 자격증 발급 신청은 본인 또는 교육을 이수한 교육기관에 위임할 수 있다.

꼭 필요한 요양보호사, 이건 개선됐으면 
 
 국시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합격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무슨 시험이든지 "합격"은 기분 좋은 소식이다.
국시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합격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무슨 시험이든지 "합격"은 기분 좋은 소식이다. ⓒ 조마초
 
2022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요양보호사 근무자는 51만3000여 명이나, 자격 취득자 4명 중 1명만 요양보호사로 활동 중이다. 매회 배출되는 요양보호사는 많지만, 현장에 부족한 이유는 고강도 노동과 열악한 처우, 성희롱 발생 등 이유가 한몫 한다.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의 기본 월급은 '고용노동부고시 제2022-67호'에 명시되어 있는 금액으로 2023년 월급은 최저시급인 9620원을 월 단위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이다. 그러나, 몸이 불편한 50~80kg 몸무게 대상자를 부축하고, 옷 갈아 입히고, 목욕시키고, 들어 옮기고, 수발을 드는 일의 강도에 비하면 낮은 금액으로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요양보호사의 평균 연령은 45세이지만, 한국은 59세다. 요양보호사 80%가 노인이 노인을 돌보다가, 또 곧 자신이 돌봄을 받게 되는 것이 반복된다. 그리고, 2021년 건강공단에 등록된 가족요양보호사 중 남성 요양보호사는 약 11%로 아직 간병과 돌봄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2022년 통계청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5년에는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6%로 될 전망이다. 특히 우리의 고령화 속도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다. 한국의 생활환경 개선, 교육 수준 향상, 의료서비스 발달 등으로 기대수명이 증가해 1970년 62.3세에서 2021년 83.6세로 약 21년 늘었다. 미래학자들은 이제 100세를 넘어 120세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생의 마지막 약 17~20년을 건강 문제로 돌봄을 받게 되는 것이 문제다.

응급처치 과정은 개인적으로 오래전부터 매년 교육받고 있어 익숙했지만, 대상자 체위 변경과 이동 돕기, 감염성 질환 예방, 보건 위생, 안전 관리, 식품 관리, 청결 관리 등 요양보호사 교육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상식이다. 생존수영이나 응급처치처럼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기본 지식으로 전 국민이 다 배우면 좋은 국민적 교육으로 추천한다.

#조마초#마초의잡설#요양보호사 #가족요양보호사#HR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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