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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실 장면
 녹음실 장면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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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매체에서 한국어를 들을 수 없다면 어떨까. 거짓말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바로 '한국어 더빙' 문제이다.

더빙이란 방송, 영화 등의 녹음 작업을 총칭하는 말로, 여기서 말하는 한국어 더빙이란 외국 영상에 우리말 음성을 녹음하는 것이다. 더빙은 노인, 아동, 장애인 등 자막을 읽기 어려운 시청자들도 차별 없이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적인 서비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막 방송에 비해 한국어 더빙 방송을 쉽게 찾을 수 없다. 한국어 더빙의 필요성은 2013년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21년부터 우리말 더빙 법제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본격적인 법제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말 더빙 법제화, 그 내용 살펴보니 

우리말 더빙 법제화는 현행 '방송법' 제69조 ⑧ "방송사업자는 장애인의 시청을 도울 수 있도록 한국수어 · 폐쇄자막 · 화면해설 등을 이용한 방송(아래 "장애인 방송"이라 한다)을 하여야 한다"에 한국어 더빙을 추가하여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더불어 우리말 더빙 법제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방송사, 제작사, OTT 기업 등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더빙 콘텐츠를 필수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정할 것을 요구한다. 더빙에 참여하는 성우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는 것도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이다.

우리말 더빙 법제화를 지지하는 대학생 엄수빈씨는 "우리말 더빙 법제화는 한국 방송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막을 읽기 어려운 방송 취약 계층에게도 방송을 즐길 권리를 동일하게 보장해야 하고 한국 성우들의 권리에 대한 제대로 된 보호망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밝혔다.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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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더빙 법제화 논의에 불을 붙인 사건도 있다. 바로 EBS의 더빙 방송 제작 중단 결정이다. 지난 2022년 EBS 프로그램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는 더빙 대신 원어로 듣고 싶다는 시청자의 의견이 많았다며 더빙판 서비스를 종료하고 자막 방송으로 변경했다.

이러한 결정 이후 '위대한 수업' 시청자 게시판에는 더빙 방송 재개를 요구하며 비판의 목소리가 강했다. 많은 논란 끝에 '위대한 수업' 제작진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한국어 더빙 서비스를 재개하기로 결정했지만 해당 사건으로 인해 우리말 더빙 법제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더 나은 방송 서비스를 위한 필요조건

더빙 방송 제작에 가장 큰 걸림돌은 금전적 문제이다. 방송사를 향한 비판에 방송사 측도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자막 방송을 제작하는 것이 더빙 방송을 만드는 것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며 더빙 방송 제작을 꺼리는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어 더빙 방송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더빙 방송을 추가로 제작하게 되면 제작비가 두 배로 든다. 제작비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잘 나오는 자막 방송 위주로 제작할 수밖에 없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음을 밝혔다.

현행 방송법은 더빙 방송 제작을 방송사의 자율 선택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자막 방송과 더빙 방송을 모두 제작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방송사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발의된 우리말 더빙 관련 법안 중엔, 방송사에 더빙 방송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일부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도 있다. 

국내 성우의 권리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성우와 해외 OTT 기업은 정해진 기준 없이 일대일 계약 방식을 체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말 더빙 절차를 명시한 법이 생긴다면 성우가 법률적으로 한국성우협회와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아 공정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도울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말 더빙을 통해 글을 읽을 수 없거나 시각적 콘텐츠를 즐기기 어려운 사람들의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다. 즉, 우리말 더빙 법제화는 더 나은 방송 서비스를 위한 필요조건인 셈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우리말 더빙 법제화를 위한 다양한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작년 6월 지상파 · 종편 사업자는 외국어 콘텐츠를 편성할 때 이용자에게 한국어 자막 · 더빙 선택권을 제공하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21년 4월에는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방송사업자가 외국어 영상물을 편성할 시 더빙 · 자막을 함께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제작 경비는 방송통신발전기금에서 지원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또한 도종환 의원은 작년 8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 함께 우리말 더빙 법제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매해 우리말 더빙 법제화를 위한 법안 발의와 청원이 진행되고 있지만, 더빙을 방송 소외 계층을 위한 필수서비스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조 서비스로 바라보는 시각이 크다는 점이 적극적인 법제화 추진을 방해한다. 우리말 더빙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여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태그:#더빙, #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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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2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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