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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국회의원총선거를 앞두고 선거제도를 어떻게 해야할지 논쟁이 한창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선거제도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내년 선거는 하나마나다. 오늘 당장 총선을 치른다면 민주당은 압승할 것이고 국민의 힘은 괴멸에 이를 것이다.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것처럼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심판에 대한 의지는 거의 활화산이 되어 불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할까? 다름 아닌 이 상황을 막기 위한 여러 가지 공작이 진행되고 있고 그 야릇한 상황이 실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용하던 이낙연 전 대표의 준동, 일부 비명계의 탈당 소식이 들려온다. 이재명 측근의 실형 선고로 이 대표의 사법 위험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얼마든지 돌파할 수 있는 비본질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반윤석열 반사 이익만 챙겨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불발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불발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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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우리에게 늘 많은 것을 가르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압도적 힘으로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린 2016년 박근혜 탄핵을 떠올려 보자. 당시 보수 세력은 지리멸렬했다. 당은 분당되고 모두 살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대통령 선거는 물론 지방선거, 총선에서 완벽하게 패배했다. 이들이 다시 집권한다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당내 변변한 대선 후보 한 사람 없던 그들은 정치라곤 아무것도 모르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내세워 다시 역사의 한복판으로 등장하였다. 

돌아볼수록 문재인 정부는 큰 죄를 지었다. 역사적인 남북 관계 합의를 단 하나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각 분야의 개혁 또한 제대로 한 것이 없다. 어디 그뿐인가. 부패 스캔들을 일으켰고, 성추문에 휩싸여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압도적 다수 의석으로 도대체 무슨 일을 하였는가.

총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이 땅을 오랫동안 지배해 온 주류 보수 세력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집단이 아니다. 그리고 그들의 배후에는 언제나 든든한 형님, 미국이 있다. 미국은 미·중 사이에서 우유부단하고 걸핏하면 북과 화해하려 들고 말로는 한미동맹을 소중히 여긴다고 하면서 일본과 툭하면 싸우는 민주당의 집권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반미를 외치며 미국과 손절을 외치는 집단도 아니다. 민주당은 그야말로 어정쩡한 집단이다. 중국과 치열하게 패권 경쟁을 펼쳐야 하는 다급한 미국은 윤석열 같은 친미 돌격대를 원한다. 그들은 어떻게든 민주당의 재등장을 막으려 할 것이다. 

지금 국민들에게 정치적 희망을 주는 집단이 있는가? 민주당이 흔쾌히 '우리의 꿈'이라고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여론조사만 보면 상당수가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조금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자. 소수의 열렬 지지층을 제외한 민주당 지지는 반윤석열의 반사 이익일 뿐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모든 것을 다 보여 주었다. 이재명 대표가 장악한 야당 민주당 또한 마찬가지다. 도대체 어떤 희망을 우리에게 주었는가. 특히 이재명 대표에 대한 열렬한 지지는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대통령이 되면 정말 할 일을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디 세상사가 그런가. 지금 보여주지 않는데 대통령이 되었다고 달라지겠는가. 도리어 더 인의 장막에 둘러싸이게 될 터인데 말이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국민의 희망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그들은 정치집단이라기보다 그냥 '양아치' 수준이다. 대통령은 아무것도 모르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바이든, 날리면' 사고 치고 그 부인은 국정에 개입하고 고가의 선물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으며 주가 조작 범죄에 가담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영남권 중진들이 아무리 수도권으로 올라와도 감동할 국민은 별로 없다. 그들에게 아무런 기대감이 없기 때문이다.

보수의 희망 이준석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1월 26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고민' 토크 콘서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1월 26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고민' 토크 콘서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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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걱정스러운 현상 중 하나가 이준석 신드롬이다. 언제부터인지 잘 모르겠는데 유튜브든 뉴스든 인터넷만 열면 이준석이 나온다. 젊고 잘생기고 말도 잘하고 시원하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송곳 같은 비판 역시 많은 사람의 마음을 대변해 준다. 필자는 수년 전 그가 국민의힘 대표로 등장할 때 탄식했다.

'정치권 세대교체는 이렇게 이뤄지는구나. 진보 진영은 상상도 못 할 30대 차기 대통령 후보를 보수 진영에서 탄생시키는구나.' 

희한하게도 어느 날 그가 당내에서 탄압받았다. 물론 성 접대 운운하며 여러 이유를 달았지만. 순간 무척 기분이 착잡했다. 새롭게 자라나는 젊은 정치인을 죽이는 것에 대한 반감이 아니었다. 우려가 현실로 되는 조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징계는 그를 정치적 거물로 키워주는 조건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는 이것을 200% 활용하며 자신의 몸집을 키웠다. 현직 대통령에게 대항하는 이준석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사실 야당 대표가 가져가야 할 이미지를.

과거와 달리 바뀌어 있는 언론 환경도 한몫 단단히 했다. 물론 이것을 활용할 줄 아는 것도 그의 능력임을 인정한다. 그는 대중들이 정말 듣고 싶은 말을 한다. 이준석이 신당을 만들건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을 하건 중요한 차이는 없다. 그가 엄청난 정치적 힘을 획득한 건 변함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준석은 어떤 정치적 비전을 말한 것이 없다. 그가 꿈꾸는 새로운 사회는 어떤 것인지 상이 분명하지 않다. 그럼에도 그가 성공한 것은 오로지 하나, 윤석열 비판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주고 그 대안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준석은 망가지는 보수 세력의 마지막 희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참 교활할 정도로 영리하다. 언론을 온통 쫓아다니게 한다. 이준석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듣기 좋다고 온갖 진보 매체들까지 그를 불러 떠들게 하고 있다. 어느 순간 많은 국민의 반윤 정서를 빨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사실 그가 윤석열 정부를 심판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대구에서 모든 의석을 이준석 신당이 차지한들 무슨 의미가 있냐 말이다. 국민의힘 의석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새 피를 공급하며 더 젊은 세력으로 보수 세력을 강화하는 데 일조할 뿐 아닌가. 제 3지대니 제 3세력 결집이니 하지만 실제 목표가 분명하지 않은 정치 세력의 등장은 모두 허상이다. 그들은 중도층 운운하고 있지만 보수 세력의 재결집과 세 불리기에 일조할 뿐 아무런 역사적 소명이 없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할 일이 무엇일까. 지금이야말로 굵고 깊은 정치를 해야 한다. 반윤 연대를 구성하고 모든 세력을 끌어모아야 한다. 이 땅의 모든 반윤 세력들을 모아내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 힘으로 총선에서 현 정부를 무너뜨리는 게 필요하다. 

이준석의 행보를 따라다니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라는 사고에 머무르지 말라는 이야기다. 민주당은 워낙 국민들의 반윤 정서가 강하니 그냥 이 정서에 기대가면 만사 오케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싸우지 않는 사람에게 결실은 결코 주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고통에 귀 기울이지 않는 집단에 희망을 걸지 않는 법이다.

알량한 이익 위해 치졸한 짓 하지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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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재명 대표는 정말 해서는 안 될 말을 하였다.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한 것이다.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와 위성정당을 유지하는 현재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신념을 지키며 가까스로 원내 진출한, 우리나라 정치권의 백신 역할을 하고 있는 다양한 진보 정당의 숙원을 송두리째 짓밟는 발언이다. 그들 모두를 하나로 묶어 큰 싸움을 해 나갈 의지가 없는 것이다.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상상을 초월한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단체장 시절 보여준 단호함, 실천력, 개혁적 의지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실 대표가 된 후 단식 외 무엇 하나 보여준 게 없다. 도대체 그의 정치적 비전이 무엇인지 그의 단호한 실천력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도리어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평소 지론과 달리 막아달라는 편지나 보내면서 시류에 따라 언제든 말을 바꾸는 모습만 선명하게 남겼을 뿐이다.

이재명 대표에게 진심으로 고언을 하고 싶다. 반윤 연대의 기치 아래 다양한 진보정당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시민·민중운동 세력과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그 거대한 진보 개혁세력을 묶어 반윤 연대의 힘으로 향후 무엇을 할 것인지 국민 앞에 당당히 밝혀야 한다.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는 것, 전쟁으로 치닫는 남북 관계를 변화시켜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가는 것, 질질 끌려다니는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것, 노동운동을 비롯한 민중 세력과 호흡을 같이 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촛불이 원하는 비전이다. 돌아보라. 이중 단 한 가지라도 당신의 입으로 발언한 적 있는지.

민주당은 알량한 이익을 위해 치졸한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힘과 모든 분야에서 싸우다가 느닷없이 선거법 개정에서 서로 환하게 웃으며 손잡는 짓을 하지 말라는 말이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그러면 망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태그:#반윤연대, #이준석, #이재명, #바보같은민주당, #역사적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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