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간다라 불상, 미륵 보상상입니다. 맨 왼쪽 사진은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사진이고, 나머지 두 기는 일본에 전해지는 불상입니다.
 간다라 불상, 미륵 보상상입니다. 맨 왼쪽 사진은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사진이고, 나머지 두 기는 일본에 전해지는 불상입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지난 9일 류코쿠뮤지엄에 다녀왔습니다. 류코쿠뮤지엄에서는 '태양신과 미륵신앙 간다라에서 일본에' 특별전(4.20.~6.16.)이 열리고 있습니다. 간다라 지역 바미안 대불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미륵신앙과 미륵불이 어떤 경로로 일본에 전해졌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바미안 유적은 힌두쿠시산맥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서 유라시아 여러 문화가 교차하는 곳입니다. 계곡 벼랑에는 크고 작은 석굴 700여 개가 자리 잡고 있으며 석굴 벽에는 수많은 불상과 벽화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동쪽과 서쪽에 대불 두 구가 있었습니다.

바미안 석굴에 있었던 대불은 2001년 3월 이슬람 원리주의 조직 탈레반에 의해서 폭파되었습니다. 그 이전부터 일본 연구자들이 방문하여 벽에 그려진 벽화를 모사하고 측량하여 규모를 조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폭파 전 조사했던 자료를 갈무리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록 대불과 둘레 모습을 이제 다시 볼 수 없지만 조사자료를 통해서 나마 실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불상입니다. 교토와 시가현 가운데 있는 엔랴쿠지 절에 있습니다. 큰 불상의 태내불로 나왔다고 합니다.(사진 왼쪽) 오른쪽 사진은 교토 야세 묘덴지(妙傳寺) 절에 있는 금동 반가사유상입니다. 영락 용무늬 장식이 백제의 것이며 청동성분 분석으로 7세기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불상입니다. 교토와 시가현 가운데 있는 엔랴쿠지 절에 있습니다. 큰 불상의 태내불로 나왔다고 합니다.(사진 왼쪽) 오른쪽 사진은 교토 야세 묘덴지(妙傳寺) 절에 있는 금동 반가사유상입니다. 영락 용무늬 장식이 백제의 것이며 청동성분 분석으로 7세기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우리나라에는 미륵신앙과 관련된 절이나 불상, 유물들이 많습니다. 불교가 들어오면서 미륵신앙의 형태로 들어와 민중의 맘을 사로잡아 일찍이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일본 교토 묘덴지 절에 있는 금동반가사유상은 아름답고 치밀한 장식과 꾸밈새로 보아 일본 최고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미륵신앙이 깊고 널리 펴진 것에 비해서 일본 간사이 지역은 관음신앙이 더 널리 퍼져 있고, 관음신앙과 관련된 유물이나 불상도 더 많습니다. 아마도 관음의 자애롭고 섬세한 손길과 품성이 많은 자연 재해 속에서 일본인의 마음을 위로하고 어루만져 주었나 봅니다.   

미륵은 원래 바라나시 나라의 바라문 출신 귀공자였습니다. 그는 석가모니의 설법을 들으며 수행을 거듭하던 중 '장차 부처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처럼 미래에 부처가 되리라는 예언을 받는 것을 '수기(授記)'라고 합니다.
 
바미안 대불이 폭파되기 전에 대불 천장을 모사한 그림입니다. 오른쪽 가운데 불상은 조로아스터교의 태양신 모습입니다.
 바미안 대불이 폭파되기 전에 대불 천장을 모사한 그림입니다. 오른쪽 가운데 불상은 조로아스터교의 태양신 모습입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미륵은 수기를 받은 후 도솔천에 올라가서 보살로 지내며 그곳 사람들에게 설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미륵보살이 명상에 잠긴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은 어떻게 미래의 중생들을 교화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리고 불상이 만들어지던 곳의 유목민들의 우두머리가 의자에 앉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아프가니스탄 간다라 지역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미륵 불상은 불교와 더불어 처음 중국에 전해졌습니다. 지금도 중국의 용문 석굴이나 여러 곳에서 미륵 불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어서 한반도에 미륵 신앙이 전해졌고 일본에서 자리 잡았습니다.

"서기 584년 9월 백제에서 돌아온 록심신(鹿深臣)이 미륵보살석상을 가져왔다. 다음 해 병을 앓는 마자(馬子)가 미륵보살석상에 예배하며 연명을 빌었다." - 일본서기, 권 제 20. 민달천황(敏達天皇) 13년, 9월조
 
류코쿠뮤지엄 전시장입니다.
 류코쿠뮤지엄 전시장입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일본에서 미륵신앙은 미륵 자체를 신앙으로 숭배하고 섬기는 데 그쳤습니다. 그렇지만 한반도에서 미륵신앙은 일반 민중들 사이에 더 널리 퍼졌고 미륵 신앙을 포괄적으로 넓혀갔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찾아보기 힘든 미륵 하생도 신앙을 표현한 불화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일찍이 일본 불교 연구자들은 자신들이 섬기는 불교와 그 사상이나 교리를 표현한 불상 등 불교 유물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한반도나 중국은 물론 불상이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아프가니스탄 간다라에 가서 그곳에 남겨진 불교 유적을 찾아서 답사하고 모사하였습니다.
 
바미안 유적 동굴 벽화 가운데 파괴되기 전 복원한 모사 그림입니다. 머리 몸통 다리를 구부려 한장에 묘사하는 삼곡법으로 그렸고 양 옆에서 천인이 조아리고 있습니다.
 바미안 유적 동굴 벽화 가운데 파괴되기 전 복원한 모사 그림입니다. 머리 몸통 다리를 구부려 한장에 묘사하는 삼곡법으로 그렸고 양 옆에서 천인이 조아리고 있습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아프가니스탄 바미안 대불과 둘레 석굴들의 본래 모습이나 벽화들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그나마 일본 연구자들이 조사해 놓은 바미안 대불과 주변 지역의 조사 자료로 엿볼 수 있을 뿐입니다.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는 아시아 여러 나라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불상이나 불교 유적들은 불교의 역사와 실상을 이해하는데 귀중한 자료입니다. 특히 아시아 문화의 실상을 이해하고, 그들의 심성을 이해하는데 소중합니다. 전시회를 둘러보면서 일본 사람들의 불교 신앙뿐만 아니고 학문적인 관심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박물관 안 베제클리프 석굴 벽화를 복원해 놓은 곳에서 학생들과 자리를 잡았습니다.
 박물관 안 베제클리프 석굴 벽화를 복원해 놓은 곳에서 학생들과 자리를 잡았습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참고누리집, 류코쿠뮤지엄, https://museum.ryukoku.ac.jp/exhibition/2024/bunmei/ , 네이버 지식백과 미륵불상 (한국의 박물관: 불교, 2000. 4. 20., 한국박물관연구회), <첨부화일> 전시 안내장, 전시품 목록, 최근 일간신문 기사모음 등입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미륵신앙, #류코쿠뮤지엄, #바미안대불, #금동반가사유상, #간다라불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