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필자는 멕시코를 여행 중이다. 길 위에서 조우하는 사람과 삶을 인터뷰한다. 멕시코 라파스에서 어머니날'을 맞아 모녀에게 삶을 물었다.[기자말]
어머니 마리사(Marisa Isabel)와 딸 마리아나(Mariana Guadalupe) 모녀
 어머니 마리사(Marisa Isabel)와 딸 마리아나(Mariana Guadalupe) 모녀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전 엄마와 할머니 몰래 아버지와 함께 꾸미는 일이 있어요. 어머니와 할머니께서 잠드시면 숨겨놓은 장미로 거실을 꾸미고 꽃다발을 놓아둘 거예요. 그리고 자정이 되었을 때 어머니와 할머니를 깨워서 눈을 가린 다음 방 밖으로 모시고 나와 꽃다발을 드리려고 해요."

9일 날 만난 초등학교 5학년인 마릴루(Marilu 10살)는 '어머니날 (Día de la Madre)'을 맞아 아버지와 함께 자전거 수리점을 하시는 엄마와 투병중인인 할머니를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었다.

마릴루의 윗대 할머니 중에는 25명의 자녀를 낳아 키운 분부터 8명을 낳아서 키워낸 분까지 어머니의 역할이 대단한 집안이었다. 마릴루도 엄마를 존경하는 여전사로 생각하고 있다.

"엄마는 슈퍼 히어로에요. 왜냐하면 아빠가 저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제게 소리를 질러 꾸중하시면 엄마가 아빠를 말려주시거든요. 엄마는 아빠가 저를 잘못 훈육하실 수도 있다는 것을 아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엄마는 저의 숙제를 도와주시기도 하죠. 간혹 엄마도 제게 고함을 치시기도 하지만요."
  
어머니날을?맞아?아버지와?함께?어머니와?할머니를?위한?깜짝 이벤트를?준비 중인?10살(Marilu).?그녀는?친척?어르신들과도?극진하게?소통한다.
 어머니날을?맞아?아버지와?함께?어머니와?할머니를?위한?깜짝 이벤트를?준비 중인?10살(Marilu).?그녀는?친척?어르신들과도?극진하게?소통한다.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매년 5월 10일은 멕시코 '어머니날'이다. 가족의 유대가 각별한 멕시코에서 '어머니날'은 특별한 기념일이다. 각 가정마다 가족모임을 갖고 모성의 숭고한 사랑을 추억하고 기린다. 각 가정마다 형편에 따라 선물을 준비하므로 기업으로서는 대목이기도 하다. 꽃집을 비롯한 보석, 향수, 전자제품이 특수를 누린다.

멕시코에서는 1922년부터 5월 10일을 '어머니날'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어머니를 기리는 날을 제정한 최초의 국가이다.

'어머니날' 우리 부부가 매일 한 번 이상 방문하는 공설시장 치즈가게, '궁수자리'의 여주인께 '어머니날'의 소회를 들어보기 위해 가게를 방문했다. 마침 따님이 나와 함께 어머니를 돕고 있었다.

어머니 마리사(Marisa Isabel)는 56살, 딸 마리아나(Mariana Guadalupe)는 20살. 딸이 한 살 되던 해에 아버지는 다른 여자를 만나 집을 떠났고 그 후 모녀는 서로가 살아야 할 이유가 되어 존재 자강이체로서 서로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딸, 마리아나 "강인하고 용감한 엄마"

- 어머니날 축하 꽃을 드렸나요?

"빨간 장미와 해바라기를 드렸어요. 주로 장미나 데이지, 튤립, 해바라기 등을 드리는데 장미는 색깔이 다양하므로 취향을 고려해 색을 골라요."

- 이날에 별식을 만들기도 하나요.

"세비체(Ceviche)를 주로 만듭니다. 주로 전통음식을 만들곤 해요. 물론 케이크도 만들지요."

- 당신은 오늘 무엇을 준비했나요.

"돈이 부족해서 아침에 초콜릿 한 상자밖에 못 드렸어요. 하지만 저녁식사는 제가 준비할 예정입니다."

- 어떤 요리를 생각하고 있나요?

"엄마가 제일 좋아하시는 '빵가루를 입힌 닭가슴살튀김'이요. 엄마는 바삭하고도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을 좋아하시거든요."
  
어머니날?장미 선물이?선호된다.?멕시코 종교에서?절대적인?위치를?차지하고?있는?과달루페의?성모는?1531년?아즈텍?농부인?성?후안?디에고에게?발현해?성모?마리아라는?사실을?증거하기 위해?장미를?활용했다.?
 어머니날?장미 선물이?선호된다.?멕시코 종교에서?절대적인?위치를?차지하고?있는?과달루페의?성모는?1531년?아즈텍?농부인?성?후안?디에고에게?발현해?성모?마리아라는?사실을?증거하기 위해?장미를?활용했다.?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 아버지께서는 어머니를 위해 무엇을 준비할까요.

"아버지는 저희와 함께 살지 않아요. 간혹 외삼촌이 오시기는 하지만요"

- 그것은 의미는 무엇인가요.

"아버지는 엄마와 저를 두고 떠나간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게 아버지는 '무책임'과 동일한 의미예요."

- 당신에게 어머니는 어떤 존재인가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해내시는 책임감 있는 분이세요. 일단 결심을 하면 그것을 성취할 때까지 한눈팔지 않는 분이죠. 또한 상반된 요소를 동시에 가지고 계신 분이기도 합니다. 강인하고 용감하고 섬세한..."

- 오늘은 왜 엄마의 가게에 나왔나요.

"틈틈이 엄마를 돕습니다. 주로 오전에는 엄마를 돕고 오후에 학교를 갑니다. 저는 대학교 3학년이에요."

- 졸업 후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졸업 후 인사 분야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가족사업을 확장하는 계획도 있습니다."

어머니 "딸은 축복"

- 딸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가장 큰 하나님의 축복이고 선물입니다. 제 매일의 삶에 대한 동기이자 살아갈 힘이고 또한 제 인생의 표창장입니다. 더불어 시간을 초월하는 희망이죠."

- 그런데도 당신의 표창장과 다투기도 하나요?

"물론이죠. 딸은 학기말이 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무척 예민해져요. 그럼 제가 화를 내기도 하죠. 하지만 내가 화를 냈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바로 딸에게 사과를 하죠. 그리고 서로 포옹하고 그날을 이겨냅니다."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혈전증으로 혼자는 거동이 불가능하게 된 시어머니 마리솔(Marisol)의 약을 챙기는 울리람(Uliram) 부인.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혈전증으로 혼자는 거동이 불가능하게 된 시어머니 마리솔(Marisol)의 약을 챙기는 울리람(Uliram) 부인.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 자녀가 몇 명인가요.

"외동딸입니다. 이 딸을 낳았을 때 전 36살이었어요. 남편은 아이가 한 살이 되었을 때 나를 떠났어요."

- 당신의 남편은 당신에게 어떤 사람이었나요.

"내가 그와 사랑에 빠졌을 때 그는 최고의 남자였고 최고의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나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을 때 그는 최악의 남자였고 최악의 사람이었습니다."

- 쉽게 마음이 바뀔 남자라는 걸 모르고 사랑의 함정에 빠져버리셨나요.

"그것은 지난 20년 동안 제 스스로에게 여러 번 했던 질문입니다. 한마디로 저는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던 거예요.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여겼고 그 좋아하는 마음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좀 더 성숙하고 나서 보니 사랑은 내가 기대 없이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어야 하며 그런 사랑에도 많은 결점이 있으니 그 결점들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랑의 여러 결점들 때문에 사랑할 용기를 잃지는 마세요."

- 몇 살에 그리고 어떻게 사랑에 빠졌나요.

"24살 때 댄스파티에서 너무나 잘 생긴 사람이 춤까지 잘 추는 사람을 만났어요. 그 사람이었고 바로 사랑에 빠지고 말았죠. 그런데 그에게 그것이 가진 전부였어요."

- 잘못된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면 잘생긴 남자를 경계해야겠군요?

"보통 멕시코 여자들에게 잘생긴 남자는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키가 큰 남자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는 키가 작고 통통하고 이빨이 어긋나있었어요. 제게는 그 점이 그 남자를 세상에서 가장 잘 생긴 남자로 보이게 했어요. 말하자는 잘생긴 남자의 전형은 아니었던 거지요. 그러니 잘생긴 남자를 경계한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84세의 마누엘리타(Manuelita) 할머니와 쌍둥이 손자 헤수스(Jesus)와 이르빙(Irving). 단지 반나절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재회의 모습은 반가움으로 가득하다.
 84세의 마누엘리타(Manuelita) 할머니와 쌍둥이 손자 헤수스(Jesus)와 이르빙(Irving). 단지 반나절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재회의 모습은 반가움으로 가득하다.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 당신을 만난 지 몇 년 만에 그가 떠났고 왜 떠났을까요.

"우리는 12년 동안 데이트를 했어요. 어느 날 나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고 나는 12년 동안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므로 그의 말을 거절할 필요가 없었죠. 결혼 후 나는 아이가 갖고 싶었지만 3년 동안 임신이 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아이를 갖게 되었을 때 나는 어머니의 역할에만 빠지게 되었죠. 그는 내 사랑을 아기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이를 낳으지 1년 만에 다른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그녀와 함께 떠나버렸죠. 그 여자에게도 아이는 있었는데 말이죠."

- 순순히 그를 놓아주었나요.

"한 살짜리 딸을 남겨두고 떠날 수 있는 것도 그의 용기라고 생각했어요. 저 또한 딸과 함께라면 결혼생활이 이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우리의 결혼에서 마리아나가 태어났으니까요. 그가 떠난 지 20년이 되었지만 다시 그를 만난 적은 없어요. 그래서 '야! 너 왜 나를 떠났어?'라고 물어볼 기회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이혼 상태는 아닙니다. 별거인 셈이죠."

- 결혼한 많은 멕시코 남자들이 부인에게 충실하지 못한거 같더라고요.

"인정하기가 고통스럽지만 그런 남자들도 많이 있죠. 나이를 먹어 저절로 성인이 되었지만 정신은 여전히 미성숙한 사람들이죠. 그렇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아요."

- 멕시코에서 부인에게 불충실한 남자들이 많은 이유가 뭘까요.

"어머니들의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는 가부장제 안에서 살면서 어머니들은 남자아이에게 유독 관대하고 항상 더 많은 것들을 허용해왔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엄마들은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특정 약속과 책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방식으로 자식을 교육한 셈이죠."

- 당신의 딸이 남자를 사귀는데 조언을 구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마리아나가 그녀의 아버지에 대해서 묻기 시작했을 때 이 말을 해주었죠. '딸아, 세상에는 두 종류의 남자가 있단다. 책임감이 있는 남자와 그렇지 않은 남자다. 그가 잘생겼는지, 춤을 잘 추는지에 대해서는 상관치 말아라. 부디 책임감 있는 남자를 만나라. 그런 남자는 한번 한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 너와의 약속을 어기는 남자라면 네가 먼저 떠나거라. 그는 너의 아버지 같은 남자일 테니...'"
 
- 재혼을 할 생각은 않으셨나요?


"일에 더 빠져들면서 남자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어요. 가끔 외로울 때는 미사에 가거나 소설 쓰는 법을 배우면서 그것을 잊었어요. 지금은 단편소설 쓰기에 전념하고 있어요. 출판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이렇듯 저 자신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 당신의 결혼 전 꿈은 무엇이었나요?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싶었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고, 가족을 갖고 싶었고, 아이를 갖고 싶었으며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 모든 꿈을 이룬 셈이군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워크숍을 통해서 계속 글 쓰는 것을 향상시킬 것이며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메시지를 줄 수 있을 책을 출판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살기 힘들 때에도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물론입니다. 최악의 순간에도 당신을 만나러 오는 좋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그들의 미소만으로도 그다음 날 슬픔과 걱정의 마음이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함께 살고 서로 돕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여기에 존재하는 멋진 이유이죠."
  
5월 10일 어머니날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모시고 외식을 나온 손녀.
 5월 10일 어머니날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모시고 외식을 나온 손녀.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한 살짜리 딸을 두고 다른 여자와 함께 떠나버린 남편 몫까지 홀로 감당하며 딸을 키워오신 마리사씨. 그녀는 떠난 남편을 탓하기보다 공설시장에서 한때 사랑해서 딸을 얻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며 '식료품과 유제품 판매점 궁수자리(Abarrotes y Cremeria el Sagitario)'를 운영하며 모녀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있다. 가게 이름 '궁수자리'는 황도 12궁의 하나로 마리사 씨의 어머니의 탄생 별자리이다.

마리사(Marisa Isabel)씨의 어머니는 마리아(Maria Guadalupe), 딸의 이름은 마리아나(Mariana Guadalupe)이다. 멕시코 전통에서 자녀의 작명은 이름 뒤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이 모두 부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경우 아버지의 성이 먼저 표시되고 그 뒤에 어머니의 성이 표시된다. 이 가정의 경우, 가게의 이름을 비롯한 모든 이름에 여성만 있다. 마치 멕시코에서 여성의 직위와 역할을 함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부부가 머무는 이곳은 차가 지날 때마다 모래먼지가 날리는 가난한 동네, 라린코나다(La Rinconada)다. 이 동네에서 맞이하는 '어머니날'를 통해 행복한 삶에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행복의 조건은 큰집과 그 집을 빼곡하게 채운 브랜드 상품들이 아니라 이해의 마음으로 채워진 곳에서 장미 한 송이 건네는 것임을 알겠다. 마리아나가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빵가루를 입힌 닭가슴살튀김'을 해드리듯 지금 아니면 안 될 일들에 시간을 쓰는 일임도 알겠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어머니날, #멕시코여행, #라파스,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화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삶의 다양한 풍경에 관심있는 여행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