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2월 YTN의 대주주가 유진기업으로 바뀌면서 수십년간 이어져온 YTN의 공적소유 체제는 막을 내렸다. 유진 측은 과거 대량 해직사태 주범인 김백 사장을 임명했다. '민영방송 YTN 잔혹기'는 김백 사장 이후 YTN의 모습을 생생히 기록한다.[편집자말] |
김백 YTN 사장은 스스로를 부정할 수 있을까.
지난 1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김백 사장 내정 비판 보도와 관련해 YTN에 법정제재를 의결하면서 YTN 사측의 대응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 사장 입장에선 법정제재에 적극 대응하면 자신의 임명에 대한 비판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사장으로서 배임 논란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정제재 2건, YTN은 어떻게 대응할까
방심위는 지난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YTN에 대한 법정제재 2건(주의)을 의결했다.
YTN 대주주인 유진그룹이 사장추천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김백 사장을 내정한 것을 비판한 내용을 보도한 'YTN 뉴스N이슈'(2월 16일), 방송 출연자들이 방송통신위원회 2인 체제(원래는 5인)에서 YTN 최대주주 변경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승인한 것을 비판하고 유진그룹의 오너가 검사 뇌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는 점을 언급한 'YTN 뉴스 Q'(2023년 11월 23~24일, 2월 16일)가 각각 주의를 받았다. 방심위는 "이해당사자인 노조와 출연자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보도했다"고 봤다.
법정제재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사 재승인 심사에서 감점을 받는 사안이다. 최근 류희림 위원장 체제의 방심위가 법정제재를 남발하면서 MBC 등 방송사들은 방심위에 대한 소명 단계(당사자 의견진술)부터 적극적인 대응을 해오고 있다. YTN 역시 어떻게든 사후 대응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당 보도와 관련해 지금까지 YTN 사측은 문제점은 인정하면서 선처를 받아내는 전략을 취했다. 지난 4월 23일 방심위 방송소위 의견진술에 참석한 황보연 YTN 보도국 사회부장은 이정옥 등 여권 측 심의위원의 질문에 "절대적인 양으로 봤을 때는 한쪽이 더 많았던 거는 사실이라고 인정한다", "표현 자체도 문제가 있었다",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낮은 자세를 보였다.
보도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기 어려운 YTN 사측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된 대응으로 풀이된다. 보도의 정당성을 적극 주장한다면, 김백 사장 스스로 선임 과정의 문제를 인정하는 모양새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보도에서 유경선 회장의 검사 뇌물 실형도 언급됐기 때문에, 김백 사장 입장에선 대주주인 유진그룹의 심기도 살펴야 하는 입장이다.
노조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배임 책임 물을 것"
그럼에도 방심위가 중징계를 의결하면서 향후 YTN 사측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YTN 사측은 상위 기관인 방통위에서 징계가 확정되면, 재심 청구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YTN 사측 관계자는 "재심을 통해 관련 내용을 위원님들께 잘 설명하겠다"고 했다. 재심 역시 방심위에서 실질적인 판단을 하게 되는데, 재심에서도 '법정제재' 결정이 유지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방송사는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그런데 YTN 측이 보도 문제점을 인정하는 소극적 자세를 유지한다면 소송을 위한 논거를 만들기 어렵고, 당연히 승소 가능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태도를 바꿔 적극적으로 법정제재 방어 논리를 구성한다면, 김백 사장이 자신의 선임을 둘러싼 비판, 대주주 유진 그룹에 대한 비판 등을 수용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 경우 김 사장 스스로 자신의 선임을 부정하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도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한석 YTN 지부장은 "법정제재는 방송사의 명운을 가르는 중차대한 문제로 사측이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당연히 김백 사장을 비롯한 사측에 배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YTN 사측, 대형 로펌 동원해 보도국장임명정지 소송 대응
한편 YTN 사측은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가 제기한 보도국장 임명을 무효화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 대해선 적극 대응하고 있다. YTN 지부는 김백 사장이 노사 단협에 적시된 보도국장임면동의제를 거치지 않고 보도국장과 본부장을 임명했다며 사측을 상대로 임명처분효력정지신청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냈다. 이에 사측은 대형 로펌인 태평양 소속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노사 양측은 지난 4월 30일 서부지법에서 열린 심문에서 보도국장 임면을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전을 벌이기도 헀다.
법조계 관계자는 "인사와 관련된 가처분 신청에서 사측이 대형 로펌을 선임해 대응하는 것은 자주 보진 못했다"면서 "대형 로펌 변호사 선임비용은 당연히 더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그만큼 사측의 대응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YTN 사측 관계자는 "노조에서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비용 지출이 필요 없는 사안이라 매우 안타깝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