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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연
모처럼 후텁지근한 기운이 물러가고 뽀송한 바람과 햇빛이 가득한 주말입니다. 아침부터 서둘러서 이불 빨래도 하고 집안 청소도 하고 나니 문득 피크닉이 생각나더군요.

처음에는 김밥이나 유부초밥을 만들어보려 했는데 가만 생각하니 이 더운 날씨에 상하기 십상인 것 같아 그냥 주먹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주먹밥이면 너무 심심할 것 같아 마침 냉장실에 있던 베이컨으로 띠를 둘러주었습니다. 곁들여서 방울토마토와 얼마 전 많이 만들어서 다 못 먹고 남아 냉동해 둔 다진고기 감자 크로켓을 한 번 해동해서 전자렌지에 데워 넣어봤고요.

평소에 만들던 요리보다 오늘의 도시락은 좀 더 색감이 화려하지요. 나름대로 열심히 만들어 사진까지 찍은 것인데 베이컨말이 주먹밥 도시락의 느낌이 사진으로 잘 전달되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잡지책을 보면 꼭 이런 도시락에는 상추 따위를 넣어서 '깔아' 주기에 저도 한 번 따라해 봤습니다.

이번에 준비하는 요리책 작업을 하면서 요리 스타일링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걱정하니 옆에서 아이 아빠가 한 수 알려주더군요. "모르면 고수들을 따라하는 것이 최고야!"라구요. 아, 오해는 마십시오. '모방'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실력 있는 스타일리스트들이 만든 훌륭한 작품을 많이 보고 좋은 점을 배워서 응용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내라는 뜻이니까요.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정말 좋은 요리 사진을 많이 보면서 나름대로 연구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다보니 조금은 발전한 것 같습니다. 소위 말하는 '안목'이라는 게 생겼다고나 할까요? '음, 이런 경우에는 상추를 깔면 되겠군. 이런 경우에는 이런 접시를 쓰면 좀 음식이 돋보이겠군' 하는 아이디어도 많이 갖게 되었구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 정작 아쉬운 것은 제 손끝에서 나와주는 실력이 발전한 것이 아니라 '눈만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예전 같으면 스스로 요리 사진 찍어 놓고 흡족해했을 것이-지금 와 다시 보면 너무너무 창피할 정도로 엉터리인 사진임에도- 이제는 원하는 사진이며 스타일링이 나오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다시 말해 실력은 안 따라주고 눈은 높아져 가지고 뭐 찢어지는 뱁새 꼴이 된 셈인데요. 이러면서 차차 나아지겠지 싶어서 그냥 편하게 '과정을 즐기자'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못지않게 소중하고 의미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저도 이제 제법 철이 든 것일까요? 언젠가는 정말 멋진 요리 스타일링과 괜찮은 사진도 남길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자, 각설하고요. 쉽게 만들 수 있는 베이컨말이 주먹밥을 간략하게 소개해보도록 할게요. 먼저 재료부터 알아볼까요?

재료(4인 분량)
밥 5공기, 베이컨 8~10장, 볶음밥 가루(시판제품), 참기름 3~4큰술, 기타 과일이나 치킨 등 곁들이면 좋은 재료 적당량


ⓒ 이효연
1. 커다란 볼에 따끈한 밥과 볶음밥 가루를 넣어 골고루 섞어줍니다.
저는 얼마 전에 우연히 사은품으로 받은 일본제 후리가케가 있기에 이것을 사용했는데요. 요즘 마트에 가면 국산 볶음밥, 비빔밥 가루가 많이 나와 있으니 구입해서 사용하시면 되구요. 만일 시간이 좀 있다면 조미김에 잔멸치 볶아 빻은 것, 깨소금 등을 사용해서 천연 재료로 주먹밥을 만들면 그보다 더 좋은 게 없겠지요.

일제 후리가케의 경우 종류가 다양해서 골라 먹는 재미는 있지만 사실 대부분 MSG(L-글루타민산나트륨)가 많이 들어간 것이 많아서 그다지 건강에 좋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입에는 착착 달라붙는지도 모르지요. 국산 제품 가운데 MSG 안 들어간 제품을 골라 사용하는 편이 더 좋을 겁니다.

ⓒ 이효연
2. 참기름도 넣어줍니다.

저는 참기름을 두 종류 두고 사용합니다. 하나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중국산 참깨를 사용한 '막쓰는 참기름' 이구요. 또 하나는 정말 아껴 쓰는 국산 참기름입니다. 이렇게 비빔밥이나 볶음밥에 넣는 용도로는 비교적 값이 저렴하고 푸짐한 중국산 참기름을 주로 사용하고 바로 만들어 바로 먹는 나물이라든지 무침 등에는 향이 강하고 좋은 국산 참기름을 넣어 먹지요.

어차피 저나 우리식구 입으로 들어갈 것인데도 국산 참기름, 한우 쇠고기를 쓸 때에는 왜 이렇게 '아까워, 아까워' 하며 손을 달달 떨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스운 일이죠?

쇠고기도 그래요. 어쩌다 마트 정육 코너를 지나갈 때 큼지막한 한우 덩어리를 거리낌 없이 턱 집어 카트에 넣는 사람들 볼 때면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되고 참 부럽다는 생각도 가끔 하지요. '나는 언제쯤 가면 아무 거리낌 없이 저렇게 한우를 부담 없이 대놓고 먹을 수 있는 날이 올까?'하구요.

ⓒ 이효연
3. 참기름을 넣은 다음 주걱으로 살살 섞어 고르게 버무려둔 다음 준비한 주먹밥 틀을 꺼내둡니다.

사진의 주먹밥틀은 2000원 코너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없으면 손으로 꼭꼭 뭉쳐서 만들면 그만이구요.

ⓒ 이효연
4. 자, 준비된 주먹밥 틀에 밥을 좀 많다 싶을 정도로 퍼 담습니다.

적게 담으면 나중에 주먹밥이 다 풀어지니까 주의하세요.

ⓒ 이효연
5. 이제 뚜껑을 닫아 꾹 눌러주세요. 힘 있게 꾸욱 눌러줍니다.

아이들과 같이 만들면 이 과정을 가장 신나하지요. 엄마가 눌러버리면 막 울어버리니 꼭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세요.

ⓒ 이효연
6. 만들어진 주먹밥에 베이컨을 돌돌 말아주세요.

좀 힘 있게 말아주어야 합니다. 교련시간에 압박붕대 감던 실력을 되새기면서 말이죠.

ⓒ 이효연
7. 오븐이 있는 분은 오븐에 넣어 섭씨 230도에서 10분 정도 봐 가면서 기름을 빼며 베이컨을 익히구요.

오븐이 없다면 프라이팬에서 중불에 살살 굴리면서 베이컨을 익혀내세요. 나오는 기름은 그때그때 닦아가며 제거하시구요. 안 그러면 밥에 베이컨에서 나온 기름이 흥건히 묻어 나중에 하얗게 굳은 돼지기름을 드셔야 하는 불상사가 생깁니다.

ⓒ 이효연
다 구워낸 베이컨을 일단 사기 접시에서 식힙니다. 바로 도시락에 넣으면 환경 호르몬이 나올까봐 걱정이 되니까요.

ⓒ 이효연
이제 준비한 재료를 각각 도시락에 예쁘게 담아줍니다. 각각의 칸을 호일이나 작은 반찬 접시로 나누어서 서로 맛이 섞이지 않도록 담아요. 보통 햄이나 치킨같은 동물성 반찬 한 종류, 과일이나 샐러드 한 종류, 그리고 베이컨 주먹밥 말이 정도를 넣으면 구색이 잘 맞을 거예요. 마른 밑반찬도 좋겠구요.

방울토마토가 도시락용으로 참 좋습니다. 따로 깎아 넣을 필요 없고 과일에서 나오는 물도 없어 안성맞춤이에요. 조금 남은 비빔밥은 베이컨을 두르지 않고 그냥 동그랗게 뭉쳐 넣어 봐도 좋습니다. 한 입에 쏘옥 들어갈 정도의 크기라면 더 먹기 편하겠구요.

ⓒ 이효연
간편하고 쉽게 만들 수 있는 도시락을 준비해서 가족끼리 정겨운 피크닉을 떠나보시기 바랍니다.

모두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효연의 멋대로 요리 맛나는 요리 http://blog.empas.com/happymc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주먹밥, #나들이, #베이컨주먹밥, #이효연, #휴가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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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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