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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내천은 도심 속의 전형적인 건천이었다. 하지만 서울 송파구에서는 청계천에 못지않은 생태하천으로 복원하여 송파구 지역주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명소로 되어가고 있다. 물놀이장만 하더라도 한여름이면 가까운 하남, 성남 등에서 원정을 오는 물놀이객이 많을 정도다.

▲ 도심속의 대표적 건천인 성내천이 생태하천으로 다시 태어나 주민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있다
ⓒ 양동정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이는 성내천에 송파구(구청장 김영순)에서는 8월 한 달 동안 매주 목요일 밤 7시 반에 작은 공연장인 물빛 광장에서 난타, 유진박, 김유리째즈밴드 등 국내 유명 음악인들을 초청, 무료 목요 음악회를 하고 있다.

공연이 있는 날이면 인근지역 주민들이 무더운 여름밤을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식히기 위해 많을 때는 족히 5천~6천명까지 모여든다.

지난 8월 23일(목)은 이화여대 만돌린 오케스트라 등의 공연이 열렸다. 여전히 4천~5천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관중 사이를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헤집고 다니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추억 속의 '아이스께끼' 장사 구성혁(33)씨다.

▲ 바캉스 때나 사용하던 아이스 박스를 이용해 만든 아이스께끼통
ⓒ 양동정
통상 낚시나 야유회 갈 때 쓰는 아이스박스 표면에 "아이스께끼"라고 쓴 종이를 붙여 어깨에 메고 시민들 사이를 신나게 헤집고 다니며 연신 "아이스께끼"를 외쳐댄다. 요즘 아이들은 얼음과자가 흔해서 잘 모르겠지만 가난하게 살던 어린 시절 '아이스께끼' 하나 먹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있었던가? 헌 고무신이나 깨진 냄비 등의 고물을 모아서 바꿔먹기도 하고, 멀쩡한 고무신을 일부러 구멍을 내서 바꿔 먹고 부모님께 혼난 적도 있지 않았던가?

▲ 아이스께끼통 내부에는 골목 슈퍼에서 파는 500원짜리 얼음과자가 가득하다. 한개에 1천원에 판매한다고 한다.
ⓒ 양동정

한여름밤의 콘서트와 '아이스께끼'의 만남은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아이스께끼' 통에는 시중 슈퍼마켓 어디를 가나 오백 원 정도 하는 보잘것없는 얼음과자에 불과하지만 취업 준비중인 구씨는 한 개에 천원 받는다고 한다. 평상시는 성내천에 운동 나오는 사람을 상대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팔면 백 개 정도 팔아서 5만원 정도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 마침 공연장에서 만난 스태프들에게 여덟 개를 8000원에 사주고 큰 인심이나 쓴 척했다.
ⓒ 양동정
"하지만 오늘 같이 공연이 있는 날은 훨씬 더 팔아요" 한다.

마침 내가 아는 공연 스태프들을 만나 추억의 '아이스께끼' 여덟 개를 사서 크게 인심(?)을 썼다. 께끼 통을 둘러메고 바삐 자리를 뜨는 구씨를 바라보며 60년대 중학생 시절 고향의 시장통에서 때국 흐르는 삼베바지에 땀을 줄줄 흘리며 "아이스께끼!"를 연신 외쳐대던 이름 모를 내 또래의 아이 모습을 한참 생각했다.

▲ 청중을 찾아 바삐 발길을 옮기는 추억의 아이스께끼 장수 구씨.
ⓒ 양동정
청중 속으로 사라지는 구씨의 뒷모습을 보며 "오늘이 처서라! 이제 찬바람이 나면 저 장사마저 못하지! 빨리 취직되어야겠네" 하다가 "하지만 내년에도 성내천에 나타나 추억의 그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한다.

태그:#아이스께끼, #얼음과자, #성내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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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역할에 공감하는 바 있어 오랜 공직 생활 동안의 경험으로 고착화 된 생각에서 탈피한 시민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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