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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한 스포츠전문지가 신문발행일에 맞춰 기사의 내용과 시점을 임의로 설정하고, 그 내용을 사실관계에 대한 최종확인없이 신문발행일전에 미리 공개되는 인터넷판에 버젓이 올려 오보를 내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모 스포츠지는 31일 오전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이천수 선수의 네덜란드 명문 폐에노르트로의 이적 관련 기사를 다뤘다. 신문은 "이천수는 31일 낮 12시 비행기를 타고 네덜란드로 출발했으며 현지에서 메디컬 체크를 받고 구단과의 연봉 계약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로써 이천수는 스페인리그에서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지난 2005년 중반 울산으로 복귀한 지 2년만에 다시 유럽무대를 밟게 됐다"고 전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기사의 하단에는 '2007.08.31 10:34 수정' 이라는 문구가 또렷이 적혀있다. 이 기사의 수정 시점(오전 10시34분)대로라면 이천수는 아직 12시 비행기를 타지도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신문은 '이천수는 31일 낮 12시 비행기를 타고 네덜란드로 출발했으며'라고 밝히고 있다. 물론 이 기사는 31일자 신문이 아닌 다음날 9월1일자 신문을 겨냥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천수, 네덜란드로 출국?

 

이 기사 대로라면 이천수 선수는 31일 오전 12시 비행기를 타고 네덜란드로 출발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 기사는 아무런 문제없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천수 선수나 소속구단 울산현대 측에 사정이 생겨 이천수 선수가 12시 비행기를 탑승하지 못하는 등 자칫 일정에 차질을 빚기라도 한다면 이 기사는 완벽한 '오보'가 될 소지가 있다.

 

그렇다면 이 기사는 오보였을까, 아닐까. 통신사 <뉴시스>는 31일 긴급 타전을 통해  "이천수는 여권 등의 문제로 시간이 지연돼 당초 예정된 낮 12시20분 대한항공 KL925편과 오후 1시35분 네덜란드 항공사 KLM KL866편 암스테르담행 비행기를 모두 놓쳤다"고 밝혔다.

<뉴시스>의 기사대로라면 '이천수가 12시 비행기로 네덜란드도 출발했다'고 쓴 모 스포츠지의 인터넷판 기사는 명백한 오보가 된다. 

 

실제로 <연합뉴스>는 31일 오후 '이천수 출국 연기, 국내서 계약 매듭짓기로'라는 기사를 통해 이천수 선수의 출국일정에 차질을 빚은 소식을 전했다. 같은 날 <스포츠조선>도 '이천수, 계약 합의했지만 네덜란드 출국 못해'라는 기사로 이천수 선수의 네덜란드행이 잠정 연기됐음을 전했다. 

 

물론 일부 스포츠지들이 시점을 앞서가는 기사로 오보를 내는 것이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한 스포츠지는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경기 종료직전에 터진 설기현의 동점골을 채 확인하지도 않고 마치 한국팀이 경기에서 패한것처럼 작성한 기사를 인터넷에 속보로 올려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소설형 글쓰기 자제해야

 

사실 오보를 낸 모 스포츠지 기사는 이천수 선수의 네덜란드 입단 소식까지만을 정확하게 전달했어도 별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내일자 신문'을 의식한 것이 실수였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앞서 지적한 것처럼 기사의 일부 내용 또한 사실이 아니다.

 

기사의 '시점 문제'는 기사에 대한 신뢰성 문제이기도하지만, 정확한 사실을 기사로 다뤄야 하는 언론의 기본자세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 스포츠지들은 속보경쟁에만 눈이 어두운 나머지 다음날 발행될 신문을 기준으로 작성한 기사를 사실관계에 대한 최종확인도 없이 인터넷에 사전 공개하기도 한다. 그 결과 오보를 낸 모 스포츠지 기사와 같은 '소설'이 탄생되기도 하는 것이다. 

 

스포츠지들은 신문이 지녀야할 최소한의 신뢰성 회복을 위해서라도 신문발행일에 맞춘 소설형 기사 쓰기 방식을 자제해야 한다.

첨부파일
이천수.jpg

태그:#스포츠지, #보도비평, #폐에노르트, #이천수,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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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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