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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너무 좋아하는 우리들인데, 이런 글이 얼마나 마음에 와닿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만, 조금만 덜 좋아해 보면 어떨까 싶은 마음으로 적어 봅니다.

 

1.메뉴(menu)

 

.. 산란 전인 5,6월에 잡아야 맛도 향도 뛰어난 재첩은 최근 메뉴가 다양해졌다 ..  <박병상-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알마,2007) 156쪽

 

"산란(産卵) 전(前)"은 "알을 낳기 앞서"로 다듬고, '향(香)'은 '냄새'로 고칩니다. '최근(最近)'은 '요사이'나 '요즈음'으로 손보고요.

 

 ┌ 메뉴(menu) : 음식의 종류와 값을 적은 표. '식단', '차림', '차림표'로 순화
 │
 ├ 최근 메뉴가 다양해졌다
 │→ 요사이 차림표가 늘었다
 │→ 요즈음 차림상이 넉넉해졌다
 │→ 요즘 들어 먹는 방법이 새로워졌다
 └ …

 

밥을 밖에서 사먹는 분들은 흔히들 "메뉴판 주셔요" 하고 말합니다. "차림판 주셔요" 하고 말하는 이는 드뭅니다. 밥집에서 일하는 분들도 '메뉴판'이라는 말을 곧잘 쓰지만 '차림판'을 말하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밥집이나 술집 벽에는 거의 '차림표'를 붙여놓습니다. 하지만 새롭게 문을 여는 밥집이나 술집들, 젊은 사람들이 드나든다는 곳은 '메뉴'도 아닌 'menu'라고 적곤 합니다.


2.서비스(service)

 

.. 영훈에게 점수를 서비스하는 것도 정도가 있는 거 아냐? ..  <산바치 카와-4번 타자 왕종훈 (10)>(서울문화사,1994) 120쪽

 

 "정도(程度)가 있는 거 아냐?"는 그대로 두어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지나치지 않아?"나 "너무하지 않아?"쯤으로 손보면 더 좋아요.

 

 ┌ 서비스(service)
 │  (1) 생산된 재화를 운반ㆍ배급하거나 생산ㆍ소비에 필요한 노무를 제공함
 │  (2) 개인적으로 남을 위하여 돕거나 시중을 듦. '봉사', '접대'로 순화
 │   - 서비스가 좋은 백화점 /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다
 │  (3) 장사에서, 값을 깎아 주거나 덤을 붙여 줌
 │   - 컴퓨터를 사니 서비스로 책상을 하나 주었다
 │
 ├ 점수를 서비스하는 것도
 │→ 점수를 바치는 것도
 │→ 점수를 그냥 주는 것도
 │→ 점수를 거저 주는 것도
 │→ 점수를 선물하는 것도
 └ …

 

요즈음에는 어디에서든지 '서비스를 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회사에서든 책방에서든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서비스'를 영어로 느끼는 분은 썩 안 많으리라 봅니다. 시골마을까지 구석구석 스며든 말이지 싶어요. 시골마을 사람들도 텔레비전에 익숙해지면서, 또 읍내나 면내 큼직한 할인매장에 드나들면서.

 

어쩔 수 없이라도, 또 사람들 흐름에 따라서라도 '서비스'를 몰아내거나 다듬어내거나 추스르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이 낱말도 때와 곳에 따라서 덜어내거나 솎아낼 수 있어요. 입버릇처럼, 또는 유행말처럼 쓰인다고 해도, 우리가 얼마나 알맞거나 올바른 말을 제자리에 쓰고 있는가 차근차근 돌아보면서 잘 추슬러 보면 좋겠어요.

 

술집에서, "서비스가 뭐 이래?" 하고 따지기보다, "여긴 (대접이) 왜 이래?" 하고 따질 수 있고, "서비스 좀 주셔요" 하고 바라기보다 "입가심 좀 주셔요"나 "덤 안주 주실 수 있어요?"하고 바라기도 하면서. "고객 서비스가 최우선입니다"고 말하기보다 "손님을 따뜻하게 맞이해야 합니다"나 "손님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처럼 말하면서.


3.리사이클(recycle)

 

.. 삼림 속에서는 나무나 풀을 자라게 하기 위해 필요한 양분이 리사이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우자와 히로후미/김준호 옮김-지구온난화를 생각한다>(소화,1996) 100쪽

 

"삼림(森林) 속에서는"은 "숲에서는"으로 고치고, "자라게 하기 위(爲)해"는 "자라게 하자면"이나 "자라게 하려면"으로 고칩니다. '필요(必要)한'은 '있어야 하는'이나 '들어가는'으로 손보고요.

 

 ┌ recycle
 │  1 재생하여 이용하다;재순환시키다
 │  2 (본질적인 형태·성질을 바꾸지 않고) 개조하다, 고치다
 │  3 <무역 흑자에 의한 자금 등을> (차관·투자 등의 형태로) 환류시키다
 │
 ├ 양분이 리사이클할 수 있기 때문
 │→ 양분이 돌고 돌 수 있기 때문
 │→ 양분이 다시 돌 수 있기 때문
 └ …

 

다시 쓰거나 고친다는 'recycle'이라면, 우리 말로 '다시 쓰다'나 '고치다'로 쓰는 편이 한결 낫지 싶어요. 이 자리에서는 '돌고 돌다'나 '다시 돌다'를 쓰면 어울리고요. '재생'이란 '다시 쓰기'이며, '재순환'이란 '다시 돌기'입니다.


태그:#영어, #메뉴, #서비스, #리사이클,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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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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