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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발자국은 또 하나의 길이 되어 세상과 만난다…우리는 부끄럽다 네가 피땀으로 일구었던 땅 한 평의 자유와 소중한 가치 앞에…우리도 한때 너와 함께 목숨을 걸고 무서운 사랑을 해 본 놈들이 아니냐.” (이성렬의 추모시 “너의 길 위에 울며 서다” 일부).

 

‘민중의 벗’ 고 하영일. 전국공무원노조며 시민사회단체에서 늘 궂은 일로 청춘을 함께했던 그가 죽은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창원사람들을 그를 ‘시민사회장(葬)’으로 하늘나라에 보냈다.

 

그의 1주기 추모제가 22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하영일 동지 추모사업회’(회장 이병하) 주최로 열렸다. 이날 추모제에는 권영길 의원과 손석형 민주노동당 창원시위원장, 정현재 전국민주공무원노조 위원장, 박이제 전국민주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 윤호근 경남도청공무원노조 위원장, 허연도 민주노총 경남본부 지도위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추모제는 묵념에 이어 이성렬씨가 쓴 추모시 “너의 길 위에 울며 서다”를 민주공무원노조 마산지부 조합원 성명숙씨가 낭독했고, 마창환경운동연합 회원 감병만씨가 '검무'로 추모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병하 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1년전 시민사회장으로 그를 보냈더니, 주변에서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국회의원과 시장만 시민사회장으로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음지에서 일한 사람을 그렇게 해서 보내면 안되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조금 전 고인의 동영상을 봤는데 직접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런가. 하영일 동지는 투쟁의 승리를 가져오도록 음지에서 역할을 했다. 장면 하나하나 하 동지의 정신이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휴대전화에 입력된 번호를 정리하다가 며칠 전 하영일 동지의 번호가 떠더라. 그래서 지우려고 하다가 남겨두기로 했다. 고인과 주고받은 전자우편도 그대로 두었다. 고인이 하고자 했던 것을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면서 “진보진영이 어렵고 힘든 시기다. 방법이 조금 차이가 있지만 하영일 동지가 염원했던 민중평등 세상이 되도록 함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영길 의원은 추모사를 통해 “고 하영일 동지한테 너무나 큰 짐을 지웠던 것 같다. 고인은 목숨처럼 사랑한 공무원노조가 탄압에 시달릴 때, 공무원들의 노동3권 쟁취를 위해 함께 외쳤다. 하영일 동지를 생각하며 우리 모두 함께 하자”고 말했다.

 

박이제 본부장은 “하영일 동지는 늘 공무원들이 똑 바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이 똑 바르게 하면 나라도 바로 선다고 했다. 오늘 새삼 하 동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하 동지가 염원했던 날이 오기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고인의 형은 유가족 인사를 통해 “오늘 부산에서 오면서 1년 정도 지나고 해서 담담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사진을 보니 감정이 북 받친다”면서 “가끔 솥발산에 자주 간다. 평소 마음을 주지 못했던 것이 더 고통스럽다. 두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이날 추모제를 마친 뒤 참석자들은 양산 솥발산 묘지를 참배했다. 고 하영일씨는 창원대 총학생회 사무국장을 지냈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고인은 2001년 경남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 상근자로 활동하면서 공무원노조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전국공무원노조 경남본부 사무차장을 지내고 2006년 경남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 ‘나누미’ 활동을 하기도 했다. 고인은 2006년 9월 심장암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다 지난 해 1월 22일 숨을 거두었다.

 

공무원노조 조합원 등 지인들은 ‘하영일 동지 추모사업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으며, 회원들은 매달 일정액의 성금을 내고 있다. 추모사업회는 매월 25일자로 80만원씩 유가족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 추모사업회는 최근 고 배달호 열사 유가족 생계비로 3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태그:#하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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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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