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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주도로 과거사 관련 위원회를 통폐합하는 법안 상정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벌써부터 행정안전부가 예산삭감과 인력감축으로 위원회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어 반발을 사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전문계약직 3명 감원요구와 함께 예산을 삭감한 바 있으며,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도 전문계약직 3명 감원요구와 함께 한나라당 출신 인사를 내정했다.

 

또한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 상임조사위원 임명을 불허했으며,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에 3명 감원요구,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예산삭감, '군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군의문사위) 행정안전부 공무원 파견연장 금지조치를 했다.

 

아울러 각 과거사 위원회에 파견한 지방직 공무원을 원상복귀 시킬 때 대체인력 파견을 불허하는가 하면 전문계약직 재계약시 감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과거사 관련 위원회들이 17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만든 법률에 근거로 활동하고 있음에도 이명박 정부가 '통폐합' 방침을 세우자 '행정안전부'가 나서 '방해' 하고 있는 것이다.

 

"상식으로 생각해도 인원 늘려야"

 

위원회 관계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위원회 통폐합 방침과 행정안전부의 예산삭감·인력감축 등을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조사인원과 기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임을 말하고 있다.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전문계약직 감원요구에 대해 "몇 개월 전에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나라에서 하는 일에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내후년이면 위원회 활동이 끝난다"며 "지금도 사건에 비해 인력이 부족한 상황(152명, 지자체 파견 84명)인데 상식으로 생각해도 인원을 늘려야 할 형편"이라 강조했다.

 

행정안전부가 감원을 요구한 전문계약직은 주로 박사급들이 많으며, 조사업무에서 전문지식이 필요한 부분(한문·영문·일문 자료 등)에 투입되는 이들이다.

 

진실화해위 접수 사건은 모두 1만929건(분리사건 62건, 직권조사 7건 포함)으로 5월말 현재, 결정사건은 10.8%(1,182건)에 불과하다.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건이 8202건(75.1%), 사전조사 128건 등이다.

 

군의문사위, '200건' 조사 못하고 끝날 처지..."행안부 조치는 월권"

 

 

군의문사위 관계자도 "올해 활동기간이 끝나는데 다 조사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효율 있게 일하려면 일했던 사람이 계속할 수 있도록 협조를 해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위원회 활동에 지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군의문사위에 행정안전부 파견 사무관은 모두 3명으로 2명은 지난 3월께 파견기간을 연장했다"며 "그러나 5월 말 파견기간(1년)을 끝내고 복귀한 1명에 대해서는 '파견연장'이나 '후임자 파견'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군의문사위 진정 사건은 모두 600건으로 5월 말까지 종결한 사건은 215건이다(진상규명결정 71건, 진상규명불능 7건, 기각 34건, 각하 9건, 종료 29건 등).

 

군의문사위 사건 중 현재 매월 열리는 위원회에 계류 중인 사건은 9건이며, 올해 말까지 400건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정 시한대로 올해 말 활동을 종료할 경우 현 조사인력(약 60명)으론 나머지 200건은 조사도 못할 처지다.

 

한 조사관은 "가장 먼저 없어지는(활동종료) 군의문사위를 다른 위원회가 예의주의하고 있다"며 "법이 정한 기간이 있는 만큼 통폐합·재연장 등은 국회가 다뤄야지 정부부처 얘기하는 것은 분명한 월권이며, 3권 분립과 대의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 지적했다.

"과거사 진상규명, 피 범벅된 역사의 거울 닦아내는 일"

 

 

한편 가장 크게 반발하는 것은 위원회 관련법과 발족을 농성투쟁 등으로 이끌어낸 유가족 단체들이다.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추모연대), 과거사 통폐합 저지를 위한 전국유가족공동대책위 등은 9일 행정안전부(세종로 정부중앙청사)를 찾아가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원세훈 장관 면담을 요구했다.

 

한상렬 목사(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과거사 진상규명은 녹슬고 피로 범벅된 역사의 거울을 닦아내는 일"이라며 "깨끗이 닦을수록 왜곡된 역사를 바로세우고 민족정기를 모아 새 역사건설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박중기 추모연대의장은 "각 위원회는 60여년 묻혔던 일들을 바로 밝혀 정부권력의 정당함을 찾고 잘못된 일을 국민들이 인지하게 하고자 만들어졌다"며 "여·야 합의로 법률을 만들어 출범한 위원회들이 매듭도 짓기 전에 은폐하려는 음모가 진행 중"이라 주장했다.

 

윤호상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 상임대표도 "당사자인 유족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위원회를 통폐합하면서 불행한 과거사를 은폐하려 한다"며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배은심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은 "과거사 청산은 단순히 돌아가신 분들 영혼을 달래자는 것이 아니"라며 "정당한 과거청산으로 미래를 여는 대한민국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항의서한에서 행정안전부의 각 위원회 예산삭감과 인원감축 등 움직임을 '과거사 위원회 말려죽이기'라며 이를 중단할 것과 원세훈 행전안전부 장관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날 이들 단체들은 장관 면담을 요구했지만, '부재중'이라는 이유로 만나지 못했고 과거사 담당과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다음 주 차관 면담을 약속 받았다.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안전부 앞 농성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과거사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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