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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회장 주수호, 이하 의협) 등 의료계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계인사들 30여명이 지난 9일 서울 시내 모 음식점에서 미국산 쇠고기 시식행사를 했다.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과 관련한 소모적인 논란을 끝내자는 취지에서 국내 의료계와 경제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직접 미국산 쇠고기를 시식함으로써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고자 마련하였다고 한다.

 

의사가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해소시켜줄 필요가 있지만 역시 어디까지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의사로서의 최선을 다하고 난 다음의 일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질병의 위험이 분명히 있고 그를 예방할 수잇는 확실한 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행하지도 않은 채  건강에 대한 정당한 우려마져 호도하기 위해 시식행사에 나서는 것은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식행사에서 주수호 의협회장은 미국산쇠고기을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고 하였다. 나 역시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발병가능성이 작다 하더라도 위험성은 분명히 있고 일단 발병하면 치명적일 경우 그리고 예방가능한 조치가 있을 경우 사전예방의 원칙에 의해 실제로 그 예방가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상식 아닌가? 더구나 아직 광우병에 대해 과학적으로 알려진 사실보다 모르는 부분이 더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의협의 수장으로서 정말 무모한 발언이 아닐 수없다. 실제 미국산쇠고기의 광우병 발생 가능성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를 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의 유력한 과학적 이해에 따르면 광우병을 일으키는 병적 프리온이 아주 미량이라도 체내에 흡수되면 없어지지 않고 체내에 축적이 된다. 뿐만 아니라 체내의 다른 정상프리온마저 병적 프리온으로 바꾸어 증식한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통로는 전혀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과학적 견해이다. 한 광우병 전문가는 병적 프리온이 일단 체내에 들어오면 언제 발병하느냐가 문제일 뿐 100% 발병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금까지 발생한 인간광우병의 환자의 대부분이 10대혹은 20대임을 감안하면 어린나이의 사람들이 인간광우병에 특히 취약하다고 볼 수있는데 시식에 나선 이들은 대다수가 사회적으로 살만큼 살았다고 할 수 있는 어른들이 아닌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시식행사에 나섰다면 무모하다고 해야 할 것이요, 알고 나섰다면 파렴치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지난 4월 18일 미국산쇠고기수입전면개방협상 이후 지금까지 꺼지지 않고 있는 촛불시위를 이어가는 주역들은 바로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고 할 수있는 우리의 자라나는 초중고 학생들이었다.

 

미국 농장동물 및 야생의 동물들 사이에 프리온질환이 풍토병으로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정황적 증거들이 많이 있다. 더구나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우려로 부터 결정적으로 자유롭지 않은 것은 미국이 광우병발생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동물성사료의 규제, 도축우의 광우병 전수검사, SRM제거, 이력추적제 등 광우병예방에 필수적인 조치들을 하나도 시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에서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포함된 쇠고기가 전량 리콜되는 사태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미국 내 도축 및 검역 체계의 허점도 드러나고 있다. SRM외에도 최근에는 O157대장균 오염으로 미국산 쇠고기 리콜사태가 매우 빈번하게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30일에는 '네브래스카 비프(Nebraska Beef)' 쇠고기 분쇄육 약 241톤이 리콜되었고 이어서 지난 3일엔 쇠고기 2400톤이 또다시 리콜됐다. 사태가 이 정도면 해당 작업장에서 나오는 쇠고기는 수입을 중단하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새롭게 고시된 미국산쇠고기수입위생조건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이와 같이 미국산 고기에 문제가 발생해도 우리정부가 임의로 수입중단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되어 있다.

 

O157대장균은 우리몸에 들어오면 출혈성대장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기능이 취약한 어린이나 노인들에게 감염되면 요독증 등의 합병증으로 죽을 수도 있는 질병의 원인균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의 내브래스카 도축장의 O157의 발견과 리콜사태는 결코 우연이라고 보지 않는다. 많은 전문가들은 여전히 소에게 동물성사료를 금지하지 않는 미국의 기업식축산행태에서는 광우병의 위험과 함께 도축쇠고기의 O157의 오염은 결코 근절될 수 없는 현실임을 거듭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상황이 이러하다면 의협으로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개방이 우리국민들을 얼마나 위험천만한 상황에 빠뜨릴 수 있는지에 대해 강도 높은 경고하고 의협의 주장대로 미국산 쇠고기와 유통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쇠고기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전면적인 재협상이 요구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와 같이 미국산쇠고기수입으로부터 예상되는 국민건강의 위해요인에 대해 분명하고도 단호한 예방조치 없이 나선 이번의 의협의 미국산쇠고기 시식행사는 무모할 뿐 아니라 국민건강을 위한 전문가 단체가 앞장서서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식행사에 나선 의협 대표들이 과연 대한민국의 의사가 맞는지 묻지 않을 수없다.


태그:#미국산쇠고기, #광우병, #O157, #시식회,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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