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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남자분(박창수)부터 황선아, 김민주, 이선미, 현은재,이연희, 임수정 씨
▲ "멀리서 왔어요" 중앙 남자분(박창수)부터 황선아, 김민주, 이선미, 현은재,이연희, 임수정 씨
ⓒ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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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의 귀환이었다. 8월 1일 저녁 8시 서태지가 코엑스에서 '게릴라콘서트'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일 아침 일찍 코엑스에 갔다. 그리고 서태지를 기다려온 마니아들의 모습을 14시간 동안 밀착취재 했다.

이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힘든 기색이 없었다. 더구나 전날인 31일 오후부터 모인 사람도 50여명이나 됐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뜨거웠던 그 날, 길바닥에서 만난 10대부터 30대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하루를 시간대별로 기록했다.

[AM 07:20] '번호표 1번'은 전날 오후 3시에 왔다고...

늦게 온 사람들은 이 두 명을 부러워했지만, 콘서트 당일 제일 고생한 사람들이다.
▲ 입장순서 1번과 2번 늦게 온 사람들은 이 두 명을 부러워했지만, 콘서트 당일 제일 고생한 사람들이다.
ⓒ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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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역 5번 출구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20분. 벌써 출구 바로 오른쪽에 3열 종대로 100여명이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빨리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눈 앞에 펼쳐진 사람들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이들은 각자 아침에 배포하는 무가지를 깔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한 남자가 다가왔다.

"콘서트 보러오셨죠? 번호표 받으세요"
"번호표요?"

내 번호는 99번이었다. 오전 7시 20분에 도착한 내가 99번이면 과연 1번은 언제 온 걸까? 그리고 번호표를 배부하는 사람은 누구지? 게릴라 콘서트인데 웬 번호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제일 먼저 온 사람이 누구에요?"라는 물음에 모두 한 사람을 가리켰다. 듬직한 체구의 김동우(31·태권도사범)씨였다.

서태지 팬 16년차라는 그는 31일 오후 3시부터 노숙하며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피곤해보였지만 표정은 밝았다. "아내가 밥 싸올 거에요" 그는 활짝 웃었다.

번호표를 배부하던 김태진씨에게 "주최 측인 줄 알았다"고 말하자 그는 "오늘 새벽 급히 번호표를 만들었다"며 "공연 시작 후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김동우씨와 함께 공연 시작 전까지 내내 사람들의 질서유지에 힘썼다. 일일이 새로온 사람들을 찾아 번호표를 나눠주고, 늦게 온 팬들의 질문에 짜증 한 번 안내고 친절히 대답해줬다.

[AM 08:00 - 10:00] "우린 이젠 모두 가족 같아"

99번 표를 받아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유난히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7명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박수치고 웃으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오늘 처음 만난 사이였다. 공연 가서 앞뒤로 줄을 서거나 같이 버스를 탔던 사람들끼리 쉽게 친해지고, 커뮤니티 형성까지 연결된다고 했다.

김민주(24·여)씨는 "처음 봐도 오랫동안 서태지를 좋아한 사이라 음악 이야기 등을 하며 스스럼없이 친해진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온 황선아(32·여)씨는 직장에 휴가를 내고 7월 30일 '서태지 미니콘서트'까지 본 16년차 팬이다. 4년7개월 만의 서태지 컴백을 가리켜 "4년에 한번씩 열리는 축제 같다"고 말하며 "남편도 서태지 팬인데 일하느라 못 올라와 나를 매우 부러워한다"고 웃었다.

앞에 앉아있던 임수정(27·여)씨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 유학생인데, 서태지 컴백시기 즈음에 맞춰 5월에 귀국했다.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서태지를 좋아했다는 그는 "방학 기간에 맞춰 컴백해서 감사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고등학교 때 미국에 간 뒤에도 서태지 음악을 외국친구들에게 소개했는데, 친구들은 "한국에도 이런 음악이 있었냐"고 놀라고 '하여가'의 태평소 소리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이번 8집 싱글앨범에 대한 평이 갈리는 것에 대해 이들은 "듣는 사람이 좋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최용민(28·남)씨는 "8집 싱글을 듣고 큰 만족을 느낀 것은 아니다"며 "아직 실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싱글앨범 1장과 정규앨범 1장이 나올 예정이기 때문에 평가는 이르다"는 생각을 밝혔다.

[AM 10:00-14:00]  학생들 "친구들은 원더걸스·빅뱅 팬이 많아요"

10시가 되자 사람들은 순식간에 200여 명으로 불어났다. 10시 5분 경,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분당 영덕여고 박지은(18)양과 경기 하남시 소재한 고등학교 K양(19)이 첫 주인공이었다.(K양은 학교를 밝히기 꺼렸다) 각각 팬이 된 지 1·2년차인 새내기 팬이었다.

둘 다 방학 보충수업을 빼먹고 콘서트에 왔다고 했다. "학교엔 집에서 휴가간다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공연에 같이 올 사람을 찾다가 어제 서태지 닷컴에서 만났다고 했다.

서울 대광고 김영광(17)군, 이민호(17)군도 새내기 팬이었다. 김군은 학교 친구인 이군을 통해 서태지 음악을 접했다. 김군은 서태지의 음악을 듣고 '엄마에게 개기게 됐다'고 말했다. 예전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살았는데, 서태지의 음악과 삶을 알고  나서 생각이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인천의 한 여고에 다니는 박아무개(18)양과 인천여상 이유리(18)양은 중 1때 록그룹 'PIA'의 팬 사인회에서 만나 친구가 된 사이다. 클래식 작곡을 공부하는 박양은 "서태지 음악이 작곡을 시작한 계기"라고 말하며 "나도 이런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주로 10대 팬들은 서태지 7집에 수록된 노래를 기점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걸로 보였다. 주변 또래들은 서태지에 대한 '대단한 사람'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고 했다.

김영광 군은 "'돈 없으면 컴백한다' '문화대통령이라고 거들먹거리는 것 같다'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이유리 양은 "전교에 서태지 팬은 2·3명 정도 밖에 없다"며 "주로 빅뱅·원더걸스 등 아이돌 팬이다"고 말했다. 박아무개 양은 "서태지 음악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아쉬워했다.

공연 전 경호계획을 교육받고 있다
▲ 경호원은 '교육 중' 공연 전 경호계획을 교육받고 있다
ⓒ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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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10분 경, 피아노 분수광장 건너 편에 검은 정장을 입은 건장한 청년 수십 명이 나타났다. 팬들은 "벌써 서태지가 오냐"며 순간 술렁였다. 몇몇 팬은 일어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들은 무대 바리케이트 설치와 서태지 경호를 맡은 TRI 회사 경호원들. 공연입장시부터 무대 주변에서 안전사고 방지와 서태지 경호를 담당했다. 총 85명이 투입됐으며 경호 관계자는 "서태지 차량의 이동 동선, 각 건물 출입구, 회사지정 경비구역 등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충수업 빼먹은 고딩, 휴가낸 직딩

서태지 이야기만 하면 가슴이 뛴다는 그녀들.
▲ "오빠, 사랑해요" 서태지 이야기만 하면 가슴이 뛴다는 그녀들.
ⓒ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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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강진실, 김세옥, 이미연, 문유림, 최민영씨
▲ '성남분당지역 매니아 모암' 좌측부터 강진실, 김세옥, 이미연, 문유림, 최민영씨
ⓒ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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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줄 맨 앞 줄에 앉아 있던 김상희(26·여)씨와 문미연(26·여)씨는 한창 서로의 손에 무언가 적고 있었다. '알랍' 태지'라는 글씨였다.

문씨는 "엄마는 '서태지가 밥 먹여주냐'고 하시지만 TV에 나오면 항상 먼저 알려주신다"며 주변에서도 챙겨줄 정도라고 말했다. 김씨는 "10대 때는 오기 여러웠는데 이젠 돈을 버니까 시간 날 때마다 참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서태지의 음악이 '인생의 활력소'라며 '인간됨됨이 등 사람 자체가 좋다'고 입을 모았다.

오후 1시가 되자 뜨거운 여름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온도가 상승했지만, 코엑스 분수광장엔 햇빛을 피할 그늘도 없었다. 몇몇 사람들은 우산을 펴들었고, 방석과 생수를 파는 장사꾼도 나타났다. 사람들은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견뎠다. 

'성남분당지역 마니아 모임(싸이월드 '태지나라 우리동네')' 회원 여섯 명을 만났다. 그들은 이번 서태지의 타이틀곡 소재인 '모아이 석상'을 그리면서 피켓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이 모임은 총 회원 60명에 29·30세 회원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회원 강진실(28·여)씨는 "서태지가 활동을 하지 않을 때는 회원끼리 모여 노래방에서 서태지 노래만 부르며 '미니 콘서트'를 연다"고 말하며 애정을 표시했다. 회원 김세옥(29·여)씨는 "대한민국 사회에 그와 같은 사람이 나오기 쉽지 않다"며 "서태지가 사회의 부조리를 걸러서 의제를 설정하면 우리는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회원인 문유림(23·여)씨는 "10대 회원이 1명 밖에 없다, 좀 더 10대에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M 14:00-18:00] 날은 덥고, 시간은 안 가고...

날은 더워지고 하염없는 기다림이 계속됐다. 늦게 온 팬들이 공연을 볼 수 있을지 불안해할 정도로 사람들은 끊임없이 늘어났다. 더운 날씨에 지쳐 분수 옆 계단에 앉아있는데 한 팬이 "물 드실래요?"하고 물을 건넨다. 스피커에선 최근 유행곡이 계속 나오고 있었는데 주위에선 "서태지 노래나 틀어주지"하는 말이 들렸다.

오후 3시경, 이제야 여러 취재진들이 나타났다. MBC·ETN 에서 나온 취재진들이 "어제 언제오셨어요?", "서태지씨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등 인터뷰에 열중이었다. 카메라만 오면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기운을 차리고 "서태지 사랑해"를 외쳤다.

한 여름 햇볕에 지친 팬이 잠을 청하고 있다
▲ "덥다, 더워" 한 여름 햇볕에 지친 팬이 잠을 청하고 있다
ⓒ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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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뭐 취재하는 것 같은데 기자 분이세요?"

수원에서 온 김기범(31·남)씨였다. 아까부터 나를 주시하고 있으셨던 것 같다.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내게 한 동안 서태지와 그를 좋아하는 팬들에 대해 한참 말했다.

"'서태지'하면 우리 세대죠. 예전부터 주로 혼자 공연을 많이 다녔는데, 그 때 친해졌던 친구들은 이제 직장이다 뭐다 바빠서 잘 못 봐요. 온라인 활동도 뜸해졌구요. 이제는 그 때 보던 어린 친구들이 많이 보이네요. 사실 오늘 걱정될 만큼 열린 공간에서 콘서트 하는 건 처음인데, '게릴라'라는 의미는 퇴색됐지만 충분히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10대들이 서태지를 잘 모르잖아요. 그래도 비틀즈 음악은 다 알잖아요. 음악의 힘을 믿습니다. '서태지 세대'인 우리를 초월해서 앞으로 많은 사람이 대중음악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오후 5시 40분경, 스태프가 돌아다니며 안내방송을 했다. "장내가 정리되는 대로 입장을 시작합니다" 앉아있던 사람들은 그 소리에 마치 파도타기 응원하듯 첫째 줄부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해, 너무 떨려". "진짜 들어가는 거야?" "안 믿긴다"는 말이 터져나왔다.

더위에 지치고 온 몸에 땀범벅이 된 팬들이었지만 기대에 찬 목소리로 입장을 기다렸다. 오후 6시 26분. 광장 스피커에서 하루 종일 나왔던 음악이 꺼졌다. 6시 27분, "입장을 시작하겠습니다"는 방송이 나오자 모두가 환호했다. 갈증이 풀리던 순간이었다. 

입장 안내방송이 나오자 팬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 "이제 우리 들어가는 거야?" 입장 안내방송이 나오자 팬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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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20:00 ~ 21:00] 드디어...

4년 7개월만에 모습을 드러낸 서태지
▲ "행복한 나, 행복한 너" 4년 7개월만에 모습을 드러낸 서태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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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후 두 시간을 서서 기다린 끝에 공연은 시작됐다. 기다리는 동안 안전사고 유의를 알리는 공지가 수 차례 강조됐다. '안전사고가 단 한 건이라도 발생하면 공연을 중단하겠다'는 말에서 극도로 민감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팬들은 '난 알아요', '하여가'를 합창하기도 했고 공연 예정시간을 넘기자 "나와줘", "제발 좀" "살려줘"를 외치기도 했다. 주최 측이 간간히 틀어주는 음악에도 사람들은 몸이 달았다.

사실 차렷 자세에서 팔을 올릴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이 좁았고, 날씨도 더워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옆에 서있던 키작은 여자 팬은 "산소가 필요해"라고 중얼거렸다. 후에 듣기로는 사운드 카드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도 있었고, 안전사고 가능성 때문에 서태지컴퍼니와 경찰이 공연 진행을 놓고 끝까지 갈등했다는 말도 돌았다.

예정보다 30분 늦은 밤 8시 30분, 서태지가 나오자 '고막에 송곳을 꽂는 듯한' 비명이 터졌다. 나는 순간 귀가 멍해져 노래 두 소절이 들리지 않았다. 서태지는 싱글 앨범 수록곡 '틱탁(T'IKT'AK)'을 연속 2번 불렀고, 마지막으로 '시대유감'을 불렀다.

"역시 서태지!" VS "너무 짧은 거 아니야?"

공연은 저녁 8시 48분에 공연은 끝났다. 20분간 진행된 콘서트였다. 서태지가 퇴장하자 팬들은 약간 당황한 모습이었다. 앵콜도 없었다.

너무 짧은 공연 곳곳에서 "너무 짧은 거 아니야!", "몇 시간을 기다렸는데…"라는 안타까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10여 분간 사람들은 무대 앞을 떠날 줄 몰랐다. 스태프가 "공연 끝났습니다. 돌아가세요"라는 말을 하자 비로소 퇴장하기 시작했다.

공연이 끝나고 '번호표 2번'이었던 김태진씨는 "정말 최고였다"며 "역시 서태지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간이 너무 짧지 않았냐는 질문에 "서태지기 때문에 그렇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아쉬움에 공연장 주변을 맴도는 팬들이 많았다. 김해에서 올라온 임재성(26·남)씨는 "솔직히 이렇게 짧게 끝날 줄은 몰랐는데 많이 허무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전에 만났던 박아무개 양은 "공연 시작 전에 MBC 카메라맨이 서태지가 부를 곡이 적힌 A4용지를 보여줬는데 '틱탁(T'IKT'AK)' 한 곡만 적혀있었다"며 "'시대유감'도 부르긴 했지만 싱글앨범 타이틀 곡(모아이)도 부르지 않고 너무 짧은 공연이었다"고 평했다.

이렇게 공연은 마무리됐다. 곧바로 바리케이트가 치워지고 팬들은 코엑스 내 식당이나 카페에서 목을 축이거나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공연 성사를 자축하는 의미로 술집을 찾기도 했다.

마니아들과 함께 했던 하루, 같이 있어보니...

8시 30분부터 48분까지의 콘서트가 끝나고 아쉬움에 떠나지 못하고 있는 팬들
▲ 공연이 끝나고... 8시 30분부터 48분까지의 콘서트가 끝나고 아쉬움에 떠나지 못하고 있는 팬들
ⓒ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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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 있는 사람은 휴가를 내고, 지방에 사는 팬들은 밤에 노숙을 하고, 유학생은 컴백시기를 맞춰 귀국을 한다. 자리를 뜨면 혹시나 입장을 할까 싶어 천 명 이상의 사람들은 제대로 된 저녁식사도 하지 못했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20분 공연을 보기 위해 30시간을 넘게 기다리는 것은 공연 1분과 대기시간 1시간 30분 이상을 동등하게 취급한다는 것이다. 즉, '서태지 노래 1분 =여름 햇볕에 길에 앉아 기다리는 시간 1시간 30분'이다. 이런 시간 낭비가 또 있을까?

하지만, 수십 명의 서태지 마니아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가족애'였다. 단순히 연예인·가수를 좋아하는 정도의 '호감'이라면 결코 이렇게 기다릴 수 없다. 또한 언론에서는 서태지를 가리켜 '문화대통령'이니 '대한민국 음악계에 한 획을 그은 사람'이라고 떠받들지만 이들은 아니었다. 서태지의 존재, 그의 음악 가사 한 소절에 세상을 버틸 힘을 얻는 '순수한 사람들'이었다.

한편, 서태지를 좋게 보지 않는 사람들은 이들을 '오타쿠'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옛날 시골에서 밭에 나간 어머니를 집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과 이들의 마음은 같았다. 같았다. 아이가 어머니를 기다리듯, 그들은 서태지를 기다렸다. 더운 날씨에 짜증 한 번 안내고, 질서정연하게 쓰레기도 정리해가면서 예의바르고 경건하게 기다렸다. 그 기다림의 끝에 그들은 마침내 '선물'을 받았다.

서태지닷컴 (www.seotaiji.com, 서태지 공식 홈페이지)에는 게릴라콘서트 후기가 속속 올라온다. 기다림에서부터 서태지의 행동·말투·노래 하나하나까지 감사하고 기뻐하는 마니아들. 아직 싱글 1장에 정규 앨범 출시가 예정되있는 상황이다. 그들의 즐거운 기다림은 계속된다.

덧붙이는 글 | 김정욱 기자는 <오마이뉴스> 제 8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서태지, #게릴라콘서트,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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