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길지 않은 피서철이 끝나갑니다. 하지만 어제(7일)가 가을로 접어드는 입추라고 하던데, 오늘 한낮의 기온은 30도를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피서철은 그리도 빨리 끝나가지만,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따른 예전과 다른 더위와 날씨는 사람들을 더욱 지치게 할 것입니다. 더위와 짜증에 지친 사람들은 피서철에 찾은 계곡과 바다의 시원함을 절로 떠올리게 될꺼구요.
그렇게 사람들이 계곡과 바다를 떠올릴 때, 저는 파라솔과 파란 의자가 있는 우리집 옥상을 떠올립니다. 한낮의 옥상에는 강렬한 뙤약볕이 내리쬐긴 하지만, 인천 계양산 줄기를 타고 숲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어느 에어컨 바람보다 시원합니다. 대야 물을 받아 의자에 앉아 발이라도 담구고 있으면, 남해의 멋진 휴양지는 아니지만 나름 멋진 휴가 분위기를 낼 수도 있습니다.
간혹 어머니를 대신해 땀에 젖은 이불과 빨래를 햇볕에 말리기도 하고, 뜨겁게 달궈진 옥상에 고무호스로 물이라도 시원하게 뿌릴 때면 작은 무지개도 볼 수 있습니다. 날이 좋으면 뭉개구름이 무리지어 바람에 실려, 모양을 시시때때로 바꿔가며 어디론가 흘러가는 풍경도 한가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미숫가루를 마시며 그 모양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저도 파란의자를 타고 하얀 구름 위로 떠올라 함께 날아갈 것만 갔습니다. 마치 빗자루를 탄 마법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