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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유태웅'씨를 찾습니다.

나는 아들이 초등학교 6년을 다 마치도록 학원 하나도 보내주지 못하는 무능력한 부모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마침 아들도 학원을 보내달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질 않았고 나 역시도 뭐가 두려운지 아들에게 학원을 다니고 싶은지를 한 번도 물어보질 않았다.

유일하게 아들이 돈을 주고 배운 건 학교에서 실시하는 방과 후 축구교실이었다. 그나마도 엄마와 아빠가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걸 안 아들은 두 달에 5만원씩 하는 수업비를 걱정하여 축구를 그만두겠다고 해서 엄마와 아빠를 울렸다.

나는 부끄럽고 지지리도 궁상맞은 이야기를 '5만원짜리 축구교실 포기한 아들'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써서 오마이뉴스에 올렸고 그 기사를 본 많은 독자들이 생각지도 못한 많은 격려와 수많은 쪽지를 보내와서는 그 돈 내줄테니 아들에게 꼭 축구를 시키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나는 그 많은 격려와 따뜻한 마음만을 받겠다고 일일이 쪽지로 답을 드렸지만 다시 또 쪽지를 보내와서는 제발 통장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당황했었다.
하지만 난 절대 받을 수가 없었고 그분들의 따뜻한 마음만 받았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어떤 남자 분에게서 전화가 왔고 그분 역시도 다달이 5만원씩 보낼 테니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였고 난 그럴 수 없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그런데 그 분은 날마다 전화를 해서는 커가는 우리 아이들이 5만원이 없어서 꿈을 포기하면 되겠느냐, 장차 그 아들이 박지성같이 훌륭한 축구선수가 될지도 모르는데 그 싹을 자르면 되겠느냐, 그건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하며 오히려 나를 나무랐다.

그 분은 집요하게 전화를 하셨고 난 딱 그 한 분한테 결국은 계좌번호를 주게 되었고 그 분은 그후로 계속해서 2년을 넘게 다달이 5만원씩을 내 통장으로 보내주고 있다.

오늘도 아들은 집을 나서며 큰 소리로 "엄마! 아들 축구하고 올게요~"하고 나갔고 나는 다시 그 분을 떠올리며 속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내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그분은 '오마이 유태웅'씨다.

오마이뉴스에서 만난 '유태웅'이란 이름 석자가 내 아들을 2년이 넘도록 축구를 하며 기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오마이유태웅'씨는 고맙다고 문자를 보내도 답을 주지 않는다. 서울에 사신다는 이야기만 처음에 전화할 때 들었는데. 오마이뉴스에 '유태웅' 기자님이 계시기에 혹시나 하고 쪽지를 보내봐도 역시 묵묵부답이다.

<오마이뉴스>에서 인연을 맺게 된 '유태웅'씨를 공개수배합니다.
이름:유태웅
나이:모름
거주지:모름

난 아들에게 가끔  '오마이 유태웅' 아저씨 이야기를 들려주며 축구를 더욱 열심히 하는 길만이 보답하는 길이라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오늘도 열심히 축구하는 아들이 나중에 커서 제2의 박지성은 못되더라도 제2의 '유태웅'이 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때문에 생긴 일' 응모글



태그:#창간 9주년,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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