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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월화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의 주인공 조재희(지진희)를 처음 봤을 때, 필자는 이 드라마의 제목 이름이 잘못 지어졌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주인공인 재희는 결혼 못하는 게 아니라 결혼을 안 할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분명 그랬다. 잘 나가는 건축가에 인물도 훤출하고 키도 큰 완벽남 조재희, 그런 그가 40살이 되도록 결혼 못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왜냐하면 그는 돈, 있겠다. 얼굴, 잘생겼겠다. 게다가 큰 키까지 두루 갖춘 이 시대가 요구하는 완벽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재희가 마흔이 되도록 결혼을 못하는 것은 그저 드라마의 작위적인 설정 때문이라고 필자는 투덜거렸다.

 

결혼 못하는 남자란, 일반적으로 돈이 없어서 궁상을 떨고 얼굴이 못 생겨서 번번히 퇴짜를 맞으며, 키가 작아 무시를 당하는 남성들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기에 솔직히 필자는 능력 있음에도 결혼을 안하는 재희가 참 미웠다. 결혼 못하는 결점 투성이 남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전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난 성격의 조재희, 사랑에 대한 진심이 통하다

 

그래서일까? 필자는 재희가 결혼을 안한 진짜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그 이유를 찾고자 드라마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드라마를 시청하다보니 완벽한 남성이라 믿었던 재희에 대한 환상이 와장창 깨졌다. <결혼 못하는 남자>라는 제목처럼 재희는 결혼을 안한 게 아니라 정말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혼 못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의 모난 성격 때문이었다. 주변 인물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이상한(?) 성격이었던 재희는 자신의 집에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고 자신이 직업인 건축 일에 있어서는 조금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았으며 상대방에게는 뚱딴지 같은 소리만 해댔다.

 

또한 이웃의 사랑스런 애완견를 잡아 던져버리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으니 누가 그런 재희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그는 이성에게 밥맛 없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성 관계가 제대로 풀릴 리 없었다.

 

그나마 기회가 와도 뻥 차버리곤 했다. 대표적인 사건 하나, 한 번은 재희가 우연스레 장문정(엄정화)과 함께 서울 시티투어 관광버스를 타게 됐다. 하지만 그는 이성의 호감을 얻으려는 노력 대신 안내원의 설명을 무시하고 온갖 아는 체를 해대기 바빴다. 그런 엽기적인 행동으로 인해 급기야 신참 안내원을 엉엉 울게 만들었으니 같이 간 문정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 장면을 보던 시청자들의 얼굴마저 화끈거리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재희의 상식밖 행동을 보며 이 시대 노총각들은 속으로 절대 '저렇게 행동하지 말아야지'를 되뇌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시대 여성들은 저런 남성과는 절대 결혼하지 말아야지 하는 교훈을 얻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성들에게는 두번 다시 만나기 싫을 남자, 노총각에게는 닮고 싶지 않은 남자인 재희에게 정이 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가 주변의 애인 없는 다른 친구들처럼 정겹게 느껴지는 이유. 그것은 아마 완벽남이라 믿었던 그가 다른 노총각들처럼 조금은 모자란 구석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다른 노총각들이 결혼과 연애 못하는 이유인 돈, 얼굴, 키, 직업 같은 고민과는 분명 달랐지만 분명 그의 모난 성격은 완벽남을 꿈꾸기엔 큰 결점이었다. 아니, 어쩌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는 앞에 결점들보다 더 큰 문제가 될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그런 재희의 연애를 관심을 갖고 깊게 지켜보게 된다. 과연 문제 많은 성격의 재희도 무사히 결혼을 할 수 있을까? 라는 호기심에 말이다.

 

처음엔 세상과 유리되어 자기만의 모난 성격으로 살던 재희, 하지만 다행히 의사인 문정(엄정화)를 만나면서 점점 변해간다. 자기 중심적이었던 재희가 타인을 배려하게 되고 극도로 싫어하던 애완견도 맡아 잘 보살피며 상대방에게 감동이란 감정을 전할 만큼, 재희에게 사랑이라는 것은 놀랍고도 대단한 일이었다. 결혼 못하던, 재희의 놀라운 변화에서 사랑의 위대함을 깨닫는다.

 

아마도  그런 사랑을 하기 위해 돈 없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열심히 돈 벌고 얼굴 못난 사람이 조금이라도 꾸미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어디 그뿐이랴, 키 작은 사람이 키 높이 구두를 신고 키 커 보이려고 노력하며 조금이라도 근사한 직업으로 상대방의 호감을 살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 하나,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재희가 상대방을 감동시켰던 것은 키크고 돈 많으며 잘 생겼다는 조건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희가 사랑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흠이었던 모난 성격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변화하고자 한 노력 때문이었다. 이 노력이 결혼 못하는 남자를 결혼 하는 남자로 만드는 기적을 일궈낸 것이다.

 

그렇기에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돈 조금 없고, 키 좀 작으며, 얼굴 좀 못났으면 어떠랴. 상대방에게 진심이란 감동을 전해주는 따뜻한 마음만 있다면 말이다. <결혼 못하는 남자>의 재희는 그 어떤 능력과 조건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태그:#결혼 못하는 남자, #조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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