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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산물을 이용하자는 뜻에서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무료로 드립니다!"

한적한 시골동네, 조용하던 거리에 갑자기 방송이 울려 퍼진다. 농민들을 위해 국산 쌀 5인분을 무료로 나눠준다는 내용이다. 방송을 들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다른 사람이 모여든 사람들을 골목길에 위치한 천막으로 안내한다.

천막 안에는 모여든 사람들에게 주려고 한 듯 조그만 지퍼백에 담긴 쌀보리와 쌀비누, 녹차세안수(세숫물), 그리고 고추장이 한켠에 쌓여있다.

금산에서 국산 농산물을 홍보하기 위해 왔다는 그는 "최근 중국산을 비롯한 외국 농산물이 많아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먹어보고 맛있다면 국산 농산물을 이용해 달라"고 모여든 사람들에게 당부한다.

농산물과 각종 제품을 나눠주던 그는 은근슬쩍, 금산이 인삼과 홍삼의 고장이라며 테이블에 있던 궤짝에서 홍삼 한병을 꺼낸다. 모여든 사람들에게 꺼낸 홍삼 맛을 보여주며 6년근 국산 홍삼을 달여 나온 '알짜배기' 홍삼이라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는 "여기 모인 사람 중 한분에게 내년부터 우체국에서 판매할 홍삼 한병을 드리겠다. 복용 후 효과를 보시면 주변분들에게 홍보해 달라"며 홍삼을 공짜로 줄 것처럼 너스레를 떤다.

그러다 은근슬쩍 말이 바뀐다. 추첨을 통해 3명에게는 한병값으로 두병을 준다는 것이다. 가격은 무려 29만8천원.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자던 각종 사은품은 홍삼을 팔기 위한 한낱 미끼 상품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것은 지난달 27일 오전 11시경 경남 남해군에서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이다.

지난 4월 16일 MBC <불만제로>에서 거리홍삼의 실체를 밝혔었다. 이날 <불만제로>에 나온 것도 내가 겪은 상황과 대체로 비슷했다. <불만제로>에선 그들이 국산이라고 주장했던 쌀과 각종 사은품이 모두 값싼 중국산임을 밝혔다. 또 홍삼농축액도 저렴한 한약재를 섞어만든 불량임을 알렸다. <불만제로>에 따르면 그날 방송에 나온 제품은 2개를 묶어 팔아도 5, 6만원에 불과한 상품이었다.

그 일을 겪은 후 인터넷을 통해 해당 업체 전화번호를 알아보고, 전화를 하니 회사 관계자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29만8천원에 판매하는 제품으로 방문판매에서는 1+1행사를 하고 있다"며 "판매자에 따라 농산물 등 사은품으로 고객을 유혹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통경로가 적어 마진이 높은 인터넷은 1병에 29만8천원인 상품이, 방문판매라는 한 단계를 더 거칠 때 1+1이 된다는 것. 판매 자체가 아이러니했다.

내가 본 OO홍삼의 경우 식품의약안전청에 건강기능성식품으로 등록된 제품이었다. 문제는 건강기능성식품의 경우 홍삼성분이 10%만 들어가면 인정이 된다는 것에 있다. <불만제로>에서 방영된 싸구려 한약재나 카라멜 색소가 들어가있지 않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금산군 사회복지과 강현임 계장은 "금산은 인삼ㆍ홍삼이 많이 나는 지역으로 생산업체도 무수히 많다, 하지만 당 업체는 금산군에는 등록돼 있지 않다"며 "홍삼이 첨가돼 있다면 폭리를 취하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우리 농산물 홍보라는 이유로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우체국에서 판매할 예정일 홍삼을 공짜로 준다고 현혹한 후 1+1이라는 명목 하에 비싼 가격을 받고 파는 것은 명백한 소비자 기만 행위다.

더 큰 문제는 시골마을에는 대부분 노인들만 살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과 대도시 등지에서도 사기상술에 당하는 이들이 많지만, 반품처리 하곤 한다. 하지만 노인분들은 반품조차 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사람들을 속여 가슴속에 피멍을 새기고 열심히 일한 농민들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은 물론, 싸구려 식품으로 건강까지 해칠 수 있는 사기상술, 하루빨리 근절시켜야 한다.


태그:#남해, #홍삼, #사기상술,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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