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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라는 존재와 의사의 역할, 또 '인공유산'에 관련된 생각을 가끔 해본다. 의학지식과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반하는 낙태를 감히 시술하는 의사들을 탓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들의 마음가짐이다. 또 의사들이 소신과 양심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많은 것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고귀한 생명은 누구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생명을 지키는 일이야 말로 꼭 지켜야할 일이고 또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어느 부모가 임신소식을 접하고 "저 태아가 생물학적으로나 법적으로 인간 권리가 있는 인격체인가"라는 생각을 하겠는가? '나의 분신 나의 기쁨'이라고 탄성을 지르며 기뻐하리라.

우리집 둘째 승규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여느 부모처럼 아내는 둘째인 승규를 임신하고 항상 '좋은 생각'에 '좋은 것'들만 보며 태교를 했다. 임신3개월(2001년 여름)쯤, 이때도 정기적인 태아의 초음파검진을 위해 다니던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당시 담당의사는 보통 때처럼 초음파사진을 살펴 보며 아기의 상태와 모양 등을 설명하다가, 문득 아기의 한 부분을 이리저리 관찰하기 시작했다. 한참 관찰 후 신장인지 대장부위인지는 구분이 가지 않으나 분명히 일반적인 태아의 장기크기에 비해 무척 비대하다고 말했다.

의사들이 임신중절 권유했지만... 낳기로 결정

태아의 초기발생상 신체내부기관이 성장하면서 초음파상으로만 특이하게 보일 수도 있으니 여유를 가지고 다시 검진해보자는 말에 그후 정기적으로 초음파로 계속 관찰하였으나 크기와 모양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결국 담당의사는 종합병원의 태아초음파분야 전문가(교수)에게 전원소견서를 써주며 정밀검사를 권유했다. 다음날 새벽, 초초한 마음으로 하루종일 기다린끝에 결국 늦은 시간에 진료를 받을수 있었다. 칼라입체초음파 등 최신기기를 이용하여 1시간이상 관찰한 전문가의 결론은 의사생활 중 처음 보는 희귀한 소견이라며 "알수없다"는 것이었다.

'대학병원의 교수도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단 말인가?'

참으로 암담했다. 담당교수가 의료서적 등을 펼쳐놓고 전공의들과 회의끝에 얻은 결론은 "양수검사를 포함한 가능한한 모든검사를 모두 시행하여 검사를 해본 후 그래도 여의치 않으면 임신 8~9개월쯤이라도 인공유산이 가능하니 그렇게 해보자"는 대답이었다. 이후 소견서를 들고 용하다는 전국의 여러 병원을 다녔다.

하지만 "알 수 없다", "어디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태어난 후 문제가 있을 것은 확실하다", "인공유산 하는 것이 임신기간내내 불안을 덜 수 있는 방법이다", "차라리 중절수술을 하고 새로 시작하라" 등의 대답만 돌아왔다.

초음파상으로 아기의 이상이 발견된 후 아내는 슬픔과 걱정,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냈고, 실제로 인공유산의 기로에서 고뇌하기도 했다. 그런데, 하늘의 뜻인지 승규가 세상에서 엄마아빠를 보고 싶어서 였던지, 다니던 병원에서 인공유산을 염두에 두고 진료를 받던 차에 '혹시 중절수술을 하더라도 태아의 위치가 인공유산을 하기에는 부적절한 위치라 한달 정도를 더 기다려본 후 최종적으로 수술여부를 결정하자'고 했다. 한 달 동안 고뇌한 끝에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결국은 낳기로 결심했다.

밀폐항문을 갖고 태어난 우리 둘째 승규

2002년 3월12일 새벽 5시 40분. 기다리고 기다리던 둘째 승규가 세상밖으로의 첫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30분이 지나도 산모와 의사, 간호사 누구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어, 기다리던 나는 무작정 분만대기실로 들어갔다. 간호사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자, 한참을 머뭇거린 후에 "저기… 밀폐항문…"이라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여는 것이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듯 하였다.

'결국, 올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승규는 선천성직장항문기형(쇄항:밀폐항문)으로 태어나 장루술-요도직장분리술-항문성형 등의 4번의 수술을 거쳤다(보통 3번이면 끝나는 수술이지만, 처음 수술을 담당한 지방의 대학병원에서 경험미숙과 불충분한 검사로 가장 중요한 장기분리수술을 거치지 않고 생후 곧바로 항문재건술을 시행하여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처음부터 다시 수술을 하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

항문폐쇄증(쇄항/직장항문기형)은 출생시부터 정상 항문부위에 구멍이 없고 약간의 색소침착만 보이는 선천성기형의 일종으로 장기의 연결여부와 위치에 따라 고위와 저위로 나뉜다. 태생기 4주 때부터 분리되기 시작돼야 할 요도와 직장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채 자란 후 태어났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생빈도는 5000명 중 한 명 꼴이라고.

이제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승규를 보면, 한때 현재와 미래의 어쭙잖은 이익만을 위해 중절수술의 기로에서 고뇌했었다는 사실에 한없이 미안할 뿐이다. 승규는 아픔을 가지고 세상의 빛을 보았지만 엄마 뱃속에서부터 온 가족을 걱정과 눈물을 만들어 더욱 애착도 크다.

아픔 갖고 태어난 아이들이 희망을 갖길

하나님의 사전에는 기형이나 장애라는 단어가 없다고 한다. 또 현대의학은 이미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수술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선천성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아기와 부모의 고생이 예상되기 때문에 낳지 않아야 한다면, 우리 주변의 수많은 장애인, 환자, 기형아들에 대한 왜곡된 가치를 갖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곧 우리가 편하게 살기 위해서는 없어져야 할 존재들인가?

우리나라의 모자 보건법에서 인공유산을 허용하는 경우는 치료적유산 이외에는 모두 선택적인 유산으로, 사회적 적응증 및 선택 결정 요구에 의한 여성 권리적 측면이라는 핑계로 시행되어 지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유산에 대한 여성의 권리는 무엇인가? 권리가 있다면 그 권한은 누가 준 것인가? 유산이란 문제는 비단 여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임신이란 과정이 여자 혼자만으로 불가능하듯 유산과 낙태에 관한 문제에 대한 해결도 우리 시회 구성원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인간은 한 방울의 물과 같단다. 한 방울의 물은 바다에 떨어지면 그 존재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보잘것 없는 존재에 불과하지. 그러나 바다는 그 한 방울 한 방울의 물로 이루어진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너는 지금 혹시 사라지려는 생명을 앞에 두고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하나하나의 인간으로 구성된 이 세계를 생각해 보렴. 그 모두가 한결 같이 소중한 '생명'을 지닌 존재란다." - 오토다케 '오체불만족'

우리 승규를 포함한 아픔을 가지고 태어난 모든 아기의 웃음에 맑고 고운 희망만 심어지기를 기원한다.

선천성기형 치료는 꼭 소아외과 의사에게...

소아외과란 소아의 외과적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의학의 한 분과로 일반외과와는 별도로 대부분 대학병원이나 대형 종합병원급에만 설치되어 있다. 의학기술 진보에 따라 영유아 장기 대수술이 가능해져 독립하게 된 새로운 분야다. 주로 선천성의 식도폐쇄·소화관폐쇄·담도폐쇄·쇄항·헤르니아·심장기형 등 선천적기형이 치료 대상이다.

이들은 거의 모두가 유아 또는 신생아에 특유한 것으로, 소아외과가 독립됨으로써 종래의 소아청소년과는 내과적 질환을 대상으로 하여 취급하게 되었다. 소아외과에 가장 많은 질환은 서혜부탈장인데, 이를 비롯해 소아충수염·장중첩증·항문폐색·거대결장 등이 있다. 이외에 소아 악성종양과 외부상처 등이 소아외과에서 치료하는 질병들이다. 

이 분야는 세계적으로 약 50년 전부터 독립적인 학문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국내에서는 1960년대까지 일반외과에서 치료하다 70년대 중반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소아외과학회 정회원은 약 50명이다. 일반외과나 소아과 등 다른진료분야의 전문의도 원칙적으로는 치료와 상담이 가능하지만, 가까운 곳의 소아외과 전문의를 찾으면 보다 더 전문적인 상담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태그:#선천성기형, #임신중절, #인공유산, #쇄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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