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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 새벽부터 밤 11시까지. 황토를 기본으로 하는 천연소재 바닥 미장을 잘 마무리 했다. 전통 공법의 복원이라 해도 될 것이다. 최대한 자세히 소개해 보려 한다. <청년 100일 학교> 학생들이 '생명 살이 농부교실' 첫 수업을 우리집에서 할 것이라 서둘러 작업을 한 것이다.

바닥미장 완성으로 합판 하나까지 친환경합판(E0라 하여 포름알데히드 발생이 전혀 없는 합판을 말한다. 이 합판은 우리나라에는 생산품이 없어 핀란드 수입품을 썼다. 일반합판보다 두 세배 비싸다)을 사용하고 나무와 돌, 황토로만 짓는 생태집 완공에 성큼 다가섰다.

해산물 '노리'
▲ 노리 해산물 '노리'
ⓒ 전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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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 방바닥 미장에는 그냥 물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해초류인 '노리'를 주재료로 하는데 이것은 우뭇가사리보다 더 점성이 좋다. 광주의 어느 건재상에서만 취급한다. 40년 동안 미장일만 하신 후배 아버님께 들었다. 아래 적은 모든 공법은 그 아버님께서 와서 일러 주신 것이다.

'노리'를 끓인다
▲ 가마솥 '노리'를 끓인다
ⓒ 전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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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은 종일 비가 내려서 아궁이 앞에 가마솥을 걸고 노리를 종일 삶았다. 팔팔 끓여서 우려내야 한다. 아마도 열 솥 정도 삶았을 것이다. 삶은 물로 황토 반죽을 한다.

체로 걸른다
▲ 체 체로 걸른다
ⓒ 전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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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에 걸러서 걸쭉한 노리물을 고무함지에 담는다. 노리는 두 번 또는 세 번 정도 더 끓여 써도 되는데 남은 찌꺼기는 닭장에 넣어 주었더니 닭들이 쪼아 먹었다.

'수사' 역시 해산물이다
▲ 수사 '수사' 역시 해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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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와 함께 중요한 재료가 '수사'다. '수사' 역시 해산물이다. 이것은 황토반죽을 할 때 인장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일반 건축현장에서는 마 껍질을 쓰기도 하고 인공 화학섬유를 넣기도 한다. 어떤 이는 이발소나 미장원에서 머리칼을 모아다 넣기도 하는 걸 봤다.

'수사'는 황토와 색깔이 같을 뿐 아니라 스스로 녹아서 황토 속에 스며들기도 하기 때문에 색깔이나 환경성, 어느 모로 보나 황토바닥과 가장 어울리는 매개물이라 하겠다.

저으면서 잘 풀어낸다.
▲ 반죽 저으면서 잘 풀어낸다.
ⓒ 전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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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를 '노리' 국물에 넣고 푼다. 막대로 저어 주면서 골고루 섞게 한다. 뜨거운 노리 국물에 끝 부위가 녹으면서 한 올 한 올 풀린다.

반죽한다.
▲ 반죽 반죽한다.
ⓒ 전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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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를 반죽한다. 세 개의 가마솥에 담길 양을 끓인 물을 넣으면 이 고무 함지박에 가득 찬다. 반죽이 되직해야 한다. 뜨거운 노리·수사 국물이라 옮기거나 부울 때 데일 염려가 크다. 앞치마를 했지만 끓이고 걸러서 반죽할 때 황톳물이 튄다.

황토는 업체에서 산 황토를 고운체로 쳤다. 모래도 마찬가지다. 분말이 곱고 미세해야 바닥미장 시 흙칼이 잘 나간다. 사진 오른쪽 비닐에 담겨 있는 것은 생태건축 전문점에서 파는 생황토다. 고운 입자의 황토분말을 잘 반죽하여 밀봉 한 채 판다. 오래 보관했던 것이라 골고루 숙성되어 막 반죽한 황토에 비해 점성이 훨씬 좋다.

이번 작업에서는 생황토 반죽된 것, 황토 친 것, 모래 친 것을 섞었다. 비율이 문제다. 생 회를 섞을 때와 아닐 때가 다르다. 나는 4:7로 했다. 모래가 황토의 두 배 조금 안 되게 비율을 조정했다. 미장일만 하신 그 아버님의 조언이었다.

어제와 오늘 한 것은 마감 미장이다. 당연히 초벌미장을 작년 가을에 해 둔 것이다. 황토미장은 건조하는 기간을 반 년 정도 잡는다. 시멘트 건조를 열흘로 잡는 것으로 보면 엄청 긴 기간이다.

바닥미장
▲ 바닥미장 바닥미장
ⓒ 전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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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를 남겨두고 미장을 해간다. 초벌미장이 잘 말라 있기 때문에 물을 여러 차례 뿌려서 바닥을 축여 놓는다. 물을 많이 사용하면 초벌미장과 마감미장이 서로 잘 붙긴 하나 마르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반죽도 너무 묽으면 마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갈라질 확률이 높지만 반죽이 되면 흙칼질이 힘들고 수평 맞추는 것이 어렵다. 마르기는 잘 한다.

수평 맞추는 끈
▲ 수평1 수평 맞추는 끈
ⓒ 전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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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끈
▲ 수평끈 수평끈
ⓒ 전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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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미장의 핵심은 완전 수평을 유지하는 것. 이 방의 방바닥 면적만 8평이 넘는지라 전체의 수평을 맞추는 것이 바로 사진의 장치다. 위의 두 사진을 함께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벽의 양쪽에 수평기로 완전수평을 잘 잡은 뒤에 팽팽하게 나일론 끈을 쳐 놓고 팽팽하게 양쪽에 건다. 이 걸개를 당기고 밀고 하면서 방바닥 전체를 골고루 다니며 황토 반죽을 놓고 칼질을 해 나간다.

끈의 탄력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심 부위가 처질 수 있다. 때로는 이 수평기를 비스듬히 걸칠 수도 있고 평행하게 걸칠 수도 있다. 이때 끈이 느슨해지면  못의 머리 부위에 끈을 감아 다시 탄력을 유지한다.

왼쪽 그림을 보면 못 머리에 끈을 칭칭 감아 끈을 계속 탄력 있게 유지한 것이 보인다.

모퉁이부터 한다.
▲ 미장 모퉁이부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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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 부위를 먼저 바른다. 출구 쪽으로 뒷걸음질치면서 발라 나간다. 이 방은 출입구가 두 곳이라 어느 문을 최종 출구로 잡을 것이냐를 사전에 정해야 했다. 아궁이에서 반죽용 노리 끓인 국물을 퍼와야 하므로 그쪽 통로를 확보 한 채 뒷걸음치는 식으로 작업 순서를 잡았다.

장갑도 고무장갑, 면장갑을 교대로 여러 켤레 갈아 끼고 옷도 여러 벌 갈아입었다. 손이나 옷이 젖으면 몸의 체온을 빼앗겨 몸의 피로도가 높기 때문이다. 

바닥미장
▲ 완성 바닥미장
ⓒ 전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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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완성. 반죽의 수평이 아주 잘 되었다. 100일 학교 청년들이 오기까지 앞으로 열흘. 그 동안 인위적인 온기를 전혀 공급하지 않는 자연건조와 약한 군불을 때는 방식을 교차하면서 말려 나갈 것이다. 급히 말리면 갈라진다.

방바닥 앞쪽에 보이는 좌우, 앞뒤 끈은 바닥 수평을 잡기 위한 장치다. 학생들이 오기 2~3일 전에 군불을 바짝 때서 말릴 건데 그 직전에 물미장을 할 것이다. 물미장은 바닥에 미세하게 금이 간 곳에 붓칠을 하여 때우는 최종 마무리 작업이다.

물미장은 밀가루처럼 황토를 곱게 쳐서 노리 끓인 국물에 반죽하여 붓을 사용해 갈라진 틈새에 반죽을 흘려 넣는 식이다. 붓 칠을 거듭 하면 매끈하게 된다. 방바닥 장판은 8겹 한지 장판으로 바르려고 한다. 


태그:#100일학교, #청년백일학교, #황토 방 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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