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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33세의 여성. 스타벅스 커피와 쇼핑, 여행을 즐기는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인 그녀는 출근길에 우연히 앞차를 들이받고 대충 넘기려다 운전자가 새로 부임한 멋진 지사장임을 알고는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또 다른 한 명의 여자. 발랄한 성격에 사리판단에도 매우 밝은 이 여자는 보잘 것 없는 대학의 시간강사인 애인을 차버리고 결국 능력 많은 의사와 맞선을 통해 결혼에 골인한다. 이후 여자는 주중에는 의사 남편과, 주말에는 대학강사 애인과 함께 보낸다. "의사와 살자니 인물이 딸리고, 시간강사와 살기에는 경제적으로 너무 빈약하다"는 게 그녀의 항변이다.

 

두 여자는 각각 결혼을 다룬 영화 <Mr. 로빈 꼬시기>와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으로 현실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내용이다.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면 여자는 지위도 상승하고, 재력가 남편을 만나면 여자도 어느새 부와 명예를 건질 수 있을까?

 

여성들은 접촉사고가 나더라도 빛나는 3천cc급 고급 승용차를 모는 잘생긴 남자와 일어나기를 바랄 뿐이고!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런 일은 현실에 없다. '결혼은 고귀한 사랑의 약속'이라고 누구나 말은 쉽게 하지만, 정작 사랑보다는 외모와 경제력을 우선시하는 게 현실은 아닐까.

 

결혼정보회사의 '회원등급표'는 있다? 없다?

 

몇 해 전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입회를 원하는 회원들을 겨냥하여 만들었다는 '회원등급표'가 유출돼 인터넷에 나돌면서 일대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이 등급표에는 회원들의 거주지와 학력, 직업, 재산, 부모의 경제력 등을 놓고 점수를 매겨 놓았는데, 그 기준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수도권에 소재한 괜찮다는 대학을 나오고 중견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평범한 남자에게 매겨진 점수는 100점 만점에 30점에 불과했으니 오죽했겠는가?

 

정확한 출처나 사실 여부는 둘째치더라도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등급 기준에 맞춰 본인의 점수를 맞춰보며 쓴 웃음을 지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결혼정보업체들이 관리한다는 '등급표'는 과연 존재할까?

 

유명 결혼정보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등급표의 존재 유무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각 결혼정보업체의 가입조건을 들여다 보니 가입시부터 이미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입회금의 차이가 나는 특별등급의 회원을 따로 관리하며 비슷한 등급 회원들간에 '성사'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공식적인 등급표가 없다고 해도 이미 가입과 함께 자연스럽게 등급이 갈리고 있는 셈이었다. 특히 대부분의 결혼정보회사는 저마다 차별화된 상류층 간의 만남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학력, 경제력, 외모 등으로 구분되는 회원 등급마다 가입비도 천차만별이었다.

 

공식 등급표는 없지만 회원마다 입회비 달라

 

실제로 'ㄱ결혼정보'는 회원가입 절차 없이도 본인의 회원등급(결혼가능 점수)과 가입비용을 인터넷상에서 사전응답방식(시뮬레이션)으로 미리 알 수 있었다. 성별을 선택한 후 묻는 항목에 체크하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기가 막힐 노릇이다.

 

 

남성, 30세, 초혼, 연봉 3500만원, 지방거주, 일반사무직, 4년제대학 졸업, 취미 수영, 영화 월1회, 독서량 월1~2권, 신장175cm, 몸무게 68Kg, 한달간 품위유지비 50만원.

 

지방에 거주하는 평범한 남성의 기준으로 입력해 보았다. 과연 결과는? 마지막 단계에 친절하게 알려준 결과는 '프로세스 3번그룹'(3등급)에 결혼가능점수는 100점으로 나왔다(만점의 기준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위의 입력치 중 거주지역을 서울지역으로 바꾸어 입력한 점수는 110점이었다).

 

3등급? 그렇다면 등급별로 입회비가 다른 걸까? 등급과 관련하여 ㅇ사 커플매니저는 전화통화에서 "일부 회사는 등급을 적용하여 입회비를 차등 적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당사의 모의 테스트를 통해 나온 등급은 결혼을 하기 위해 등록하였을 때 단순히 여성으로부터 얼마나 인기가 좋은가를 알아보는 것"이라며 "신청자의 연봉 등 경제적 조건이 작용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으나, 입회비의 가장 큰 차이는 원하는 여성의 조건(학벌, 미모, 경제적여유)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명했다. 

 

등급기준과 관련하여 다른 회사의 등급적용 사례를 찾아보았다. 비슷한 규모의 동종회사인 ㄹ사의 경우 신청자의 경제적 조건 등을 세세하게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가입비는 등급에 따라 2백만 원 이상 차이를 보였다.

 

또 다른 ㅇ사의 경우는 가입비 결정의 기본원칙을 본인조건, 희망배우자의 조건, 그외의 매칭난이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결정한다고 공지하고 있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공지된 '가입비결정원리'와 관련 "가입비는 등급별 차별이라기 보다는 본인의 여러 조건과 찾고자 하는 여성의 조건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이라며 신청자의 경제적 조건에만 등급을 두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러한 업체의 등급과 관련한 해명에도 불구, 대다수 업체의 공개적인 시뮬레이션 방식의 사전응답항목은 여전히 신청자의 경제적 여유를 묻는 항목이 대부분이었다. 정말 업체들의 말처럼 입회비의 고려대상에 경제적인 가중치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일까?

 

몸값 매겨볼 기회조차 없는 특별멤버십 회사도 있어

 

ㅍ사의 경우는 한술 더 떠 '상류층과의 결혼! 내가 가능한가?'라는 시뮬레이션 항목을 선보이고 있다. 총 6가지 테스트 결과에 따라 결혼 성사 여부를 진단하여 준다고 하는데, 질문에 대한 예시는 아래와 같았다(사실상 돈없고 빽없는 미혼이라면 아예 해보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 현재 부모님의 재력은 ?  10억 미만  10억 이상  30억 이상  50억 이상  100억 이상 

- 부모님의 직장 및 직위는 ?  대기업  코스닥 상장기업 법인기업  공무원 전문직 자영업  기타

- 부모님의 최종학력은 ?  고졸 및 고졸이하  대학 (전문대)  4년제 대학  대학원  박사 

- 본인의 직업과 연봉은 ? 대기업  코스닥 상장기업 법인기업  공무원 전문직 자영업  기타

- 본인의 최종학력은 ?  고졸 및 고졸이하  대학 (전문대)  4년제 대학  대학원  박사 

- 영어능력, 가능 외국어, 직업상 출국횟수, 여행 출국횟수는 ? 

- 주거형태,  본인명의 부동산소유 여부는 ? 

- 공연 및 뮤지컬 월 관람횟수는 ?

 

특히, 멤버십 중심의 결혼 정보회사를 자처하는 ㅇ사의 경우, 엄격한 입회기준을 제시하고 있었다(아래 사진 참조).

 

 

연예인이 등록했나? 전문직 여성회원 프로필 신체자격 유달리 강조

 

그나마 여성의 경우는 입회기준에 다소 미달되더라도 플러스 알파가 나름대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입회의 경우 입회기준과 등록비 등급은 남성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지만, 외모가 전체기준을 좌우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ㅂ사이트의 희망배우자 검색용 회원리스트에 올려진 여성회원의 경우 신체자격을 유달리 강조하여 게시하고 있다. 직업이 교사 변호사 회계사이면서 미스코리아에 버금가는 신체자격을 가지고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실제로, 몇 해 전 유출된 결혼정보회사의 등급표에 따르면 전체점수 100점 만점에 외모가 40점이나 배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40점 만점 기준 : 키 165이상, 미인, 안경 미착용자, 몸무게 50킬로 미만 마른형). 설령 집안 배경, 직업, 학벌도 조금 떨어진다 해도 '이쁘면 장땡'이라는 말인가.

 

당신의 결혼 지수(등급)를 맞춰 보겠다.

 

1. 부모님 직업이 없으니 10점 만점에 0점

2. 부모님 재산이 별로 없으니 10점 만점에 0점

3. SKY가 아니라 지방대이므로 10점 만점에 5점

4. 부모님 재산도 없고 장남이므로 10점 만점에 3점

5. 외모는 그럭저럭하니 10점 만점에 8점

6. 연봉이 5000만원이 안되니 10점 만점에 5점

7. 성격에 별 문제가 없으니 10점 만점에 5점

8. 문화 여가 취미생활 특별히 즐기지 않으니 10점 만점에 5점

9. 3000cc급 차가 없으니 10점 만점에 5점

10. 기타 10점 만점에 5점

-100점 만점에 41점이다.(그나마 후하게 준 점수이다)

 

나이도 많아 키도 작아, 학벌도 딸리니 별 볼 일 없는 아버지가 재산까지 없다는 사실에 우울해지는가? 자식 출세시키느라 평생을 바친 부모님들. 키워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판에 다른 항목은 몰라도 공식적으로 부모님의 재산과 지위까지 들먹이는 세태는 씁쓸하다 못해 슬프기까지 하다.

 

아무리 외관상의 조건(학벌, 외모, 집안 등)이 훌륭하고 잘 맞더라도 정작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거나 가치관이 다르면 결혼으로 성사되는 것은 힘들다. 설령 결혼이 성사되더라도 짧은 만남을 통해 급조한 결혼식으로 평소에 꿈꾸었던 행복한 가정을 기대하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도서관에서 밤늦도록 함께 하는 지금 곁에 있는 여친이 최고의 결혼상대자임을 명심하라. 결혼은 조건순이 아니다.

 

조건만 보고 결혼에 성공한 당신, 현재 당신은 몇점짜리 배우자인가?


태그:#결혼정보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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