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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머니 기일,

 

하얀 찔레꽃 핀

고샅길 걸어서

남창장에서

사온 청어 한마리

 

배를 가르고

봄볕에 잘 헹구어

그리움에 뜨겁게 달구어진

고향집 석쇠 위에

올려 놓고,

짭쪼롬한 바다 냄새 피우며

노릇 노릇 굽는다.

 

어머니 살아생전

가시가 많아서 

고기 맛이 좋다고

유독 잘 드시던

등푸른 청어 고기는

그 옛날 임금 수라상에도 잘 올랐다지.

 

그러고 보면

가시가 많아서 좋은 것은

장미와 청어만 아니다,

 

어머니 앓다가

돌아가신 간경화에는 

유독 가시가 많아서

오가피나무 탱자나무

엄나무가 나쁜 독성을

죽이는 좋은 약재였지.

 

생각하면 어머니 성격은

뽀쪽한 생선가시처럼

신경이 예민하셨지만,

한번도 그 가시로

남을 아프게 하지 않으셨다.

 

찔레꽃이 아름다운 것은

뽀쪽한 가시가 있기 때문인 것처럼, 

어머니의 여자의 일생

숱한 가시 삼키며 

사랑의 꽃 피우기 바쁜 세월이셨지.

 

젖배 곯아 죽은

내 동생 말똥이 무덤 곁에

나란히 잠든 어머니 무덤가에

하얀 찔레꽃 피면, 

 

가시 많아서 유독

고기 살점이 부드럽다는

청어 한마리.... 

 

노릇노릇

고향집 잘 익은

보름달 속에서도

헤엄치며 익어간다….


태그:#청어 , #가시, #기일, #어머니, #가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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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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