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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에게 노벨교육상을 수여합니다>. "그 동네 머스마"가 내놓은 책이다. 얼마 전 대 역전극으로 마감한 교육감·교육의원 선거를 놓고 보면 그가 '들어가는 말'에서 표현한 것처럼 "MB 2교시가 지나갑니다, 앗싸"다. "종례 멀지 않았다".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결국 참교육을 외치는 전교조 출신 교육감을 만드는 '리얼 버라이어티'를 낳았다. 취임 후 2년여에 걸쳐 종횡무진 폭풍처럼 밀어붙이며 하나 같이 논란과 파문을 낳았던 이명박 정부 교육 정책에 국민들은 진보 교육감을 낙점함으로써 다른 선택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세밀하게 검토·진단해 온 송경원(전 진보신당 정책연구원)씨가 때를 같이 해 책을 출간했다. 스스로를 "두 딸아이의 아비인 그 동네 머스마"라고 소개하며 '어륀지'로 시작해서 ▲ 일제고사 교사 해직 ▲ 학교자율화 ▲ 영어몰입교육 ▲ 역사교과서 손대기 ▲ 입학사정관제 ▲ 자사고 ▲ 교사 시국선언 ▲ 서울교육청 비리 등 숨 돌릴 틈 없이 지난 2년여 동안 MB정부에서 벌어진 교육 파행의 전모를 다룬다. 시민기자로 <오마이뉴스>에 썼던 글과 <레디앙> <우리교육> 등의 매체에 쓴 글 가운데 추려 모았다.

 

차례를 따라가며 하나씩 읽어도 되고 마음이 끌리는 소주제부터 먼저 읽어도 된다. 어떻게 읽든 마음이 편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글이나 내용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 들어 더욱 심란해진 대한민국 교육 현실이 너무 적나라해서 몹시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는 왜 MB에게 '노벨교육상'을 수여했나

 

있지도 않은 '노벨교육상'을 MB에게 수여한다며 너스레를 떠는 이유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이 '반면교사'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의 앞날을 위해 몸소 잘못된 선례로 타산지석의 교훈을 주고, 특히 줄 세우기와 사교육비를 늘리는 데 탁월한 해법을 제시한 공로를 인정해서 MB에게 노벨교육상을 수여"하겠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명박 정부가 내놓았던 교육 정책들의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 자료를 찾고 숨겨진(숨겨놓은) 과거 근거를 찾아내 조목조목 짚어가며 지적한다. 사교육비 절반을 내세웠지만 사교육은 효과가 없고 오히려 사교육비만 늘었다는 걸 데이터를 통해 증명한다. '말로만 사교육비 잡는 이명박 교육 대통령'이라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한다. 그리고 해법으로 "대학 특성화 또는 대학 평준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어렵고 수준 높은 담론으로 교육 정책을 설명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직 돌도 안 지난 아이에게 영어 과외를 시킨다는 이웃을 만나 당황하면서도 불안했다는 이야기나 경쟁 세상에 몰려 있는 부모로서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지 않으려면 "옆집 엄마와 만나지 마라"는 씁쓸한 교훈을 들려주는 것 등등.  

 

지금까지 등장했던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사실상 총망라 돼 들어있지만 설명은 한결같이 친절하고 자세하다. 다 읽고 나면 2년이 아니라 한 2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그 많은 내용을 정리하고 일일이 챙겼으니 '그 동네 머스마'의 집요함과 성실함이 반짝반짝 눈이 부실만큼 빛난다.

 

2008년 중3이었던 아이들, 'MB저주' 받은 건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던 2008년 중학교 3학년이었다가 올해 고교 2학년이 되는 친구들을 일러 'MB세대'라 명명한 에필로그는 눈물겹다. 이들은 중3 시절 학교자율화 조치로 시작해 그해 2학기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이른바 일제고사를 치러야했고 고1이 돼서도 일제고사, 고2가 된 올해도 또 일제고사를 봐야 한다. 세계 일제고사 선수권대회에 출전할 것도 아닌데 주먹구구 제도가 그렇게 만들어 버렸다. 당장 다음 달 13일이 결전의 날이다.

 

이들이 대학입시를 치르는 2011년에는 2단계 대입자율화 조치가 기다리고 있다. 저자는 "만약 재수나 삼수를 하게 된다면 3단계인 '완전 자율화' 조치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3불이 폐지되어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가 뛰어노는 게임장에 놓일 수 있는 겁니다"라며 "이쯤 되면 'MB의 저주를 받은 것 아닌가'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라고 일갈한다.

 

다소 과장돼 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밀어붙인다면 못할 것도 없을 것 같다. 교육(문제)이 인간 가치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야전장으로 완전하게 변신할 날도 멀지 않았다. (벌써 그렇게 돼 버렸나?) 그러나 아직 희망을 버리기엔 이르다는 말을 '그 동네 머스마'는 한없이 너그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표현한다.

 

"슬슬 MB의 임기도 후반기로 넘어갑니다. 종례 멀지 않았습니다. 앗싸!"

덧붙이는 글 |  / 송경원 / 이매진 / 2010-05-15 / 1만3000원


MB에게 노벨교육상을 수여합니다 - 경쟁과 서열화를 넘어, 1등 사회에 보내는 교육희망 리포트

송경원 지음, 이매진(2010)


태그:#MB교육, #송경원, #노벨교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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