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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조한 성장'하고 소위 '물가 안정'하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순서를 왜 바꿨느냐... 실수냐, 실수는 아니고요. 물론 의도한 겁니다."

 

12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말이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발표한 8월 통화정책방향의 결정문 내용 가운데, 일부 문구의 순서가 바뀐 이유를 묻자 나온 김 총재의 답이었다.

 

그는 이어 "그동안 (국내경제에서) 견조한 성장을 이끄는 것이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물가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정치적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재의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금융시장에선 빠르면 다음달 기준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물론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2.25%로 동결했다. 최근 미국의 경기회복세 둔화 우려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때문이었다. 미국 다우지수가 최근 며칠새 큰폭으로 하락했고, 국내 주식시장 역시 지난 이틀동안 6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빠진 '유지'라는 단어에 민감하는 이유

 

이에 김 총재는 "최근 미국 경제의 회복속도가 둔화하는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있긴 하지만 더블딥(경기가 상승한 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는것)으로 빠질 위험성은 별로 없다는 것이 주요 국제기구와 중앙은행들의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국제경제에 대한 인식은 한마디로 일부 불확실성이 있긴 하지만, 경기 회복세라는 대세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또 국내 경기에 대해서도 김 총재는 지난달에 이어 '상승'과 '호조'라는 단어를 써가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오히려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성장 때문에 물가 상승을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수출이 계속 호조세를 보이고 있고,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고용사정도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개선되고 있고, 국내 경기는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 문구에도 그대로 표현됐다. 특히 결정문의 마지막 단락에 언급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서 금통위는 지난달 "금융완화 기조의 '유지'"라는 표현에서 '유지'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이에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유지'라는 단어 삭제를 향후 금리인상의 신호로 받아들여도 되겠느냐"라는 질문도 나왔다. 김 총재는 "이미 지난번 금리인상때 2.25%가 적절한 수준이 아니라고 말씀을 드렸다"면서 "단지 언제 어떻게 올리느냐에 대해서는 사전에 계획을 갖고 이야기하는 어렵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성장보다는 물가안정이 매우 중요한 정치적과제 될 것"

 

이를 두고 금융시장에선 "'한은 금통위가 그동안 금융완화 기조에서 보다 금리인상 등을 통한 출구전략에 대한 의지를 보다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했다.

 

국내 대형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의 행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동안의 금융완화 기조보다는 분명히 물가안정에 방점을 두고 있다"면서 "빠르면 9월께 0.25%포인트 금리를 올리고, 올해까지 추가로 한차례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김 총재의 이날 회견 내용이나 금통위가 내놓은 통화정책방향을 보더라도 향후 경제성장보다는 물가안정에 주력하겠다는 신호를 읽을 수 있었다.

 

김 총재는 또 이날 회견에서 금리인상에 따른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특히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자들이 금리인상에 따른 피해 우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지난달 9일 기준금리 인상 직후 전국 16개 한은 지부를 통해 수도권과 지방의 50개 부동산업체를 일일 점검했었다"면서 "금리 인상이 주택시장에 미친 영향은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또 "금리를 인상하면 부담이 되는 계층이 있겠지만 중장기적인 물가 안정에 비춰볼 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일부 저소득계층에 대해선 미시적으로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태그:#김중수 총재, #한국은행, #금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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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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