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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골대가 이끈 몽고군대가 한국 사람을 도륙하고 있다
▲ 몽고군의 침입 용골대가 이끈 몽고군대가 한국 사람을 도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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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8-19일 광주 호남대학교 쌍촌캠퍼스 소극장에서 광주 연극교사모임 '꿈틀'이 우리 고전소설 <박씨전>을 각색해 무대에 올렸다. 방학중이라, 연수와 교재 연구로 바쁠 텐데 의기투합하여 교육연극을 올린 것이다. 나는 평소 교육연극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설레는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다.

나라의 환란을 내다 본 박씨가 도술을 부려 '피하당'을 짓고 있다. '피하당'은 화를 피할 수 있는 집이란 뜻이다.
▲ '피하당'을 짓는 장면 나라의 환란을 내다 본 박씨가 도술을 부려 '피하당'을 짓고 있다. '피하당'은 화를 피할 수 있는 집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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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전>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쓰여진 군담소설이다. 천상계에서 내려온 박씨가 자신의 추한 용모 때문에 시련을 겪지만 뛰어난 능력으로 조선 여성의 기개를 펼친다는 이야기다. '꿈틀' 단원들은 원작의 시간 전개를 역행하는 방식으로 구성함으로써 작품을 흥미롭게 연출했다. 그럼으로써 고전소설의 순차적이면서 평면적인 전개를 더욱 역동적으로 이끌고 있었다.

연극은 마을 사람이 탈을 쓰면 박씨로 변하면서 과거로 돌아가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물론 탈을 벗으면 다시 현실로 돌아 온다.
▲ 탈을 벗는 장면 연극은 마을 사람이 탈을 쓰면 박씨로 변하면서 과거로 돌아가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물론 탈을 벗으면 다시 현실로 돌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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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학창시절에 읽은 소설이었기에 연극 스토리가 새롭진 않았지만, 탈을 이용해 과거로 돌아가는 장면과, 극중에서 역할을 분담해 일인 다역을 하는 설정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림자극과 소품을 이용해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점도 돋보였다. 특히 고전소설을 각색하면서 연극적으로 이끈 점이 좋았는데, 소설처럼 상황을 설명하려 하지 않고 배우의 행동으로 보인 덕인 것 같다.

외세 침략에 대비해 왕과 관료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장면이다.
▲ 어전회의 외세 침략에 대비해 왕과 관료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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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면 전환이 잦고, 시간을 역행하는 구조가 반복된 탓에 이해에 어려움이 있는 점은 아쉬웠다. 스토리를 알고 있는 내 경우도 가끔 헷갈릴 때가 있었는데, 관객의 다수인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엔 무리가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씨의 아버지인 박처사가 개를 사람으로 변장시켜 딸 시집보낼 계략을 짜고 있다.
▲ 박처사와 개 박씨의 아버지인 박처사가 개를 사람으로 변장시켜 딸 시집보낼 계략을 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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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쉬움이 있었지만 우리 지역에서 관극하기 어려운 창의적인 연극을 본 것 같아 귀가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특히 그동안 관극하고 싶었던 교육연극이었기에 더욱 뜻 깊었다.

'꿈틀' 회장을 맡고 있는 범혜영 선생님. 분장을 지우기 전임에도 사진 촬영에  기꺼이 응해 주었다.
▲ '꿈틀' 회장 '꿈틀' 회장을 맡고 있는 범혜영 선생님. 분장을 지우기 전임에도 사진 촬영에 기꺼이 응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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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국어교사인 극단 대표 범혜영씨에 따르면 열악한 조건이지만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한다. 이번 작품의 경우도 교육적인 효과를 염두에 두고 3개월 가량 공동으로 대본 작업을 했고, 연출도 머리를 맞대 함께 했단다. 아직 연습장소가 없어 지인의 교회를 빌려 써야하는 형편이지만, 연극에 대한 열정만큼은 직업극단에 뒤지지 않은 '꿈틀'의 차기 작품이 벌써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광주지역 예술 정보지인 '아트가이드' 3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박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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