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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방송은 그동안 기존 지상파 방송뉴스보다 심층성이 강화된 "격이 다른 뉴스"를 내보낼 것이라고 호언장담해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본 조중동방송의 메인뉴스는 심층성은 커녕 방송뉴스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ABC'조차 갖추지 못했다.

 

조중동방송은 어깨걸이 제목이 수시로 빠지거나 잘못 나가고 인터뷰이에 대한 소개 자막이 잘못 나가거나 뒤늦게 나가기 일쑤였다. 뉴스 앞머리에 그날 주요 보도 내용을 요약하는 '헤드라인'이 중간에 잘리는 '사고'도 있었다. 어깨걸이․헤드라인 등의 사고는 조선종편이 가장 잦았다. 중앙, 동아종편은 보도 건수가 일정하지 않았다. 특히 주말에는 보도 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는데 날씨와 클로징을 제외하면 중앙종편은 토요일에는 총 8꼭지, 일요일에는 13꼭지를 내보냈다. 그나마도 기획보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30초 미만의 단신이었다. 동아종편도 12꼭지로 부실한 보도를 남발했다.

 

기사 배치도 최소한의 '저널리즘 기준'을 갖고 있는지 의구심을 자아냈다. 조중동방송 모두 시의성 있는 그날의 이슈보다는 자신들이 내세우고 싶은 '이념적' 아이템이나 시청자들의 시선을 끄는 선정적 아이템 등을 앞세웠다. 조선종편은 1일 뉴스 첫 꼭지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인터뷰를 보도했다. 동아종편은 선정적 아이템을 집중 배치했는데, 1일 뉴스에서 방송인 강호동 씨가 23년전 일본의 야쿠자 모임에 참석했다는 보도를 비롯해, 도박과 성폭행 사건 등을 자극적으로 다뤘다. 조선종편도 이른바 '벤츠 여검사'와 관련한 '몰카 영상' 등을 단독 입수했다며 2일부터 4일까지 첫 꼭지로 집중 보도했다.

 

자연히 주요 이슈, 시의성 이슈들은 뒤로 밀리거나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재보궐선거 당일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에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가 연루된 사건, 4대강 보 부실공사 문제 등 주요 이슈들은 단순보도에 그치거나 보도되지 않았다. 3일 평택 가구전시장 화재로 소방관 2명이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주요 언론들이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해 조명하며 문제개선을 촉구했지만 조중동방송은 이런 보도마저도 순직 사실만 단순 전달했다.

 

조중동방송의 아이템 선정과 편집은 뉴스가치에 대한 이들의 판단 능력을 의심스럽게 했으며, 이런 부실한 뉴스로는 시청자들에게 객관적인 정보 제공이라는 최소한의 역할도 할 수 없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한편 조중동방송은 전체 뉴스 기조에서 방송사 별로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조선종편은 신문과 마찬가지로 '이념적 색채'를 강하게 드러냈다. 1일 뉴스 첫 꼭지부터 '박근혜 띄우기'에 나선 것을 비롯해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에 한나라당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자 '측근을 잘못 둔 탓'이라며 물타기에 나섰고, 국회 파행사태를 '야당의 몸싸움' '떼쓰기' 때문인 양 본질을 호도했다. 또 한미FTA 비준 무효 집회 소식도 집회 내용보다는 '교통체증'을 부각하며 악의적으로 보도했다.

 

중앙종편은 '연성아이템이 주를 이뤘다. 대표적으로 'SNS 트위스트'는 SNS에서 뜬 이슈 단어와 연관 단어를 그래픽 등을 동원해 '보여주기'에 치중했다. 또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 인터뷰(12.3)도 주부 대상 아침프로그램에서나 다룰 법한 '개인 소회'를 전하는데 급급했고, 자영업자의 현실을 다룬 '치킨 게임' 보도(12.4)에서는 치킨집 주인을 스튜디오에 불렀지만 자영업 위기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진단과 해결모색 보다는 '열심히 하다보면 잘될 것'이라는 인터뷰에 그쳤다. 특히 중앙종편은 일본의 텔레비전아사히가 3.08%(130억)을 투자하고 있다. 한국의 여론시장에 일본 언론사들이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일본이 방송뉴스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는데, 2일 중앙종편이 메인뉴스에서 노다 일 총리 '띄우기'에 나서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확인시켜줬다.

 

동아종편은 선정적 보도행태와 이념적 보도가 뒤섞였다. 1일 뉴스에서 방송인 강호동 씨가 23년전 일본의 야쿠자 모임에 참석했다는 보도를 비롯해, 2일에는 도박장에 잠입해 도박 실태를 자세하게 전하고 도박빚에 시달린 50대 남성이 목숨을 끊은 사고 현장을 여과 없이 비추기도 했다. 4일에는 첫 꼭지로 이른바 '도가니' 피해 학생의 증언 장면을 전했는데 "(교사의) 신체 일부를 입에다 넣고 있는 걸 봤어요" 등 자극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런 선정적 보도와 함께 '몸싸움' 등을 부각하며 국회 파행의 책임을 야당에 돌리는 내용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 조중동방송, 첫날부터 '박근혜 띄우기'

- 조선종편은 '안철수 흠집내기' 행태도...

 

조중동방송은 개국 첫날(12월 1일)부터 수구보수진영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메인뉴스를 비롯한 각종 대담 프로그램에서 대대적으로 띄웠다.

 

그런데 이날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신당창당 등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유력 대선후보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사안에 대해 안 원장이 입장을 밝히자 이날 주요 언론들은 안 원장의 기자회견을 비중 있게 다뤘다. 하지만 조중동종편은 메인뉴스에서 모두 박 전 대표 인터뷰를 띄우는데 주력했다.

 

'박근혜 띄우기'에 가장 앞장선 곳은 조선종편이었다. 조선종편은 메인뉴스에 앞서 방송된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시작부터 "박 전 대표를 보면 빛이 난다"면서 "형광등 100개쯤 켜신 것 같다"는 낯 뜨거운 찬양을 진행자 멘트와 자막 등으로 쏟아내 빈축을 샀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조선종편은 바로 이어진 메인뉴스에서 이 프로그램 내용을 메인뉴스의 첫 번째, 두 번째 꼭지로 주요하게 배치해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소상히 다루었다.

 

반면 조선종편은 지지율에서 박 전 대표를 앞서며 차기 대권 구도에서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에 대해서는 대조적인 보도행태를 보였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호의적인 보도와는 달리 안철수 원장에 대해서는 의혹을 제기하고 재산 기부를 깎아 내렸다.

 

동아종편과 중앙종편도 '박근혜 띄우기' 기조는 조선종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한나라당 비서관 선관위 홈피 디도스 공격 … 조선 "측근 잘 못 둔 탓"

- 조중동방송, 전반적으로 부실

 

선관위 디도스 공격은 민주주의 기틀을 흔드는 범죄행위고 한나라당이 조직적으로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며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2일~4일까지 조중동방송 보도는 경찰의 수사 상황과 야당의 의혹 제기와 파문 확산을 막으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단순 나열하는데 그쳤다. 제기되는 배후 의혹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등 사안의 심각성에 비춰봤을 때 부실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조선종편은 '아랫사람을 잘못 둔 탓'이라며 노골적인 의제왜곡에 나섰다.

 

조선종편 3일 <'측근이 더 무서워'>(김미선 기자)는 "정치권에서는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운전기사나 비서를 조심해라 이런 말도 있다", "2천 년 전에 시저도 브루투스 너마저, 이러면서 숨을 거두지 않았느냐"는 앵커멘트로 시작하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전적으로 공씨에게 전가하며 '꼬리 자르기'에 나선 한나라당의 입장을 적극 대변했다.

보도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이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면서 비서 등 보좌진들에 의해 곤혹을 겪고 있는 다른 정치인들의 사례를 나열한 뒤, "이 때문에 아들이나 조카를 최측근 비서나 운전기사로 고용하는 의원도 있었지만, 측근 관리가 쉽지는 않다"고 이번 사태를 '측근 관리 문제'로 몰았다.

 

■ 이럴 줄 알았어 '친일방송' … 중앙종편, 노다 일 총리 띄우기

 

일본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지난 8월 30일 95대 총리로 취임했는데, 극우적 역사인식과 발언 등으로 총리 선출 직후부터 한·중·일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노다 총리는 지난 8월 15일 기자회견에서 "A급 전범이 전쟁범죄자가 아니다"라고 했던 2005년 입장에 대해 "사고방식에 기본적으로 변함이 없다"며 과거 주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앙종편이 12월 2일 메인뉴스에서 개국 특집으로 일본 노다 총리 단독인터뷰를 <노다 일본 총리 단독 인터뷰>라는 제목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내용 면면이 노다 총리의 일방적 주장을 단순 전달하는데 급급했다. 한일 양국의 민감한 사안인 독도 문제를 무비판적으로 보도한 것을 비롯해 '서민 총리' 운운하는 띄우기성 내용 등 메인뉴스가 노다 총리를 위한 홍보의 장으로 전락해, 한국의 방송사인지 일본의 관영방송인지 정체성이 의심스러웠다.

 

■ 조선․동아종편, "국회파행은 야당 때문" 호도

 

조선종편과 동아종편이 현재 국회 파행 사태의 본질을 분석하기보다는 이른바 '국회 폭력' 등을 부각하며 정치혐오․냉소주의를 부추기고 나섰다.

 

동아종편은 1일 <민주주의 대공황>(이일주 기자)에서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 처리에 항의하며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최루탄을 뿌리는 장면, 한미FTA 무효 촛불집회에서 종로서장 폭행 시비 등을 비추며 현 정치 상황을 "민주주의 대공황"으로 규정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날치기 사실은 쏙 뺀 채 야당 의원들의 국회 내 몸싸움 등을 부각해 야당 비난에 무게가 실렸다. 

2일 <9년째 불명예>(정호윤 기자)에서도 국회가 올해도 새해 예산안을 법정 시한 내에 처리하지 못했다며 정치권을 강하게 비난했다.

 

조선종편도 다르지 않았다. 2일 뉴스 말미에 <이면뉴스>라는 꼭지에서는 국회 폭력 사태를 집중 부각했다. 2011년 가장 빛나는 영화제는 바로 2011년 대한민국 국회 영화제라면서 마치 영화상 시상식을 하듯이 화면을 구성했다. 특히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최루액을 뿌리는 장면과 격렬히 항의하는 장면을 상세히 보여 주면서 "# 남우주연상 <수류탄 대신 최루탄> 민주노동당 김선동"이라고 비아냥대는 자막을 내보냈다.

 

3일에는 "TV조선 창사기획 정치개혁 시리즈"로 <그들만의 섬 '여의도'>(강상구 기자)에서 이른바 '국회 폭력'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국회의 잘못을 비판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이지만 이날 보도는 야당에 대한 부정적 사례 중심으로 나열하며 국회 파행의 책임을 야당에게 돌리는 보도였다.

 

이렇게 조선, 동아종편은 현재의 국회파행 사태의 원인이 어디에 있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를 면밀하게 따지기보다 정치권 전체를 싸잡아 타락하고 부패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나섰다. 또 몸싸움 등 과정에서 빚어진 문제를 부각하며 책임을 사실상 야당에 돌렸다. 이런 보도는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 통과 등으로 국회 파행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한나라당의 책임을 흐리는 면피성 보도다.

더구나 지금까지 총선에서 국회의원 물갈이가 거듭 이루어졌지만 아무런 개선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며 국민들의 정치무관심, 냉소주의를 부추겼다. 근본적으로 최근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정치를 개혁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무관심을 부추기는 보도는 정치개혁을 두려워하는 수구기득권 세력의 입맛에 딱 맞는 보도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조중동방송 공동모니터단의 조중동방송 메인뉴스 주간 모니터 보고서 축약본 입니다. 기사 원문은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태그:#조중동, #종편, #부실, #박근혜 띄우기, #일본 총리 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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