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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목회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여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국회의원들. '자기 이익 챙기기, 제식구 감싸기' 비난에도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합의하여 법사위를 통과시켰고 본회의 통과만 남은 상황이다. 만약, 이들이 기소되지 않았더라도 사회적 약자의 보호라는 명분으로 사회적 비난을 무릎쓰고 청목회법 통과에 목을 매었을까?
 청목회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여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국회의원들. '자기 이익 챙기기, 제식구 감싸기' 비난에도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합의하여 법사위를 통과시켰고 본회의 통과만 남은 상황이다. 만약, 이들이 기소되지 않았더라도 사회적 약자의 보호라는 명분으로 사회적 비난을 무릎쓰고 청목회법 통과에 목을 매었을까?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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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나라당 권경석, 유정현, 조진형, 민주당 강기정, 최규식,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 등 6명은 청목회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아 1심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상태다. 다른 기업이나 노조로부터 유사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수사 중인 국회의원도 많이 있다.

여야가 한미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와 2012년 예산안을 둘러싸고 극한적인 대립을 하고 있던 지난해 12월 31일, 기업이나 단체의 쪼개기 후원금을 합법화하는 정치자금법(청목회법) 개정안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합의로 법사위를 통과했다.

청목회법? 전형적인 '제 밥그릇 챙기기'

"자기들만 살겠다고 자신들에게만 이로운 법 만드는 국회의원들은 사형을 시키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6월, 국회 법사위에서 청목회법을 상정했을 때 민주당의 한 국회의원이 한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의원은 사형제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의원이다. 정말 사형시키자는 게 아니라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이해만 따져서 입법하는 것에 대한 강한 비판의 표시였다.

당시에는 민주노동당(현재 통합진보당) 이정희, 김선동 의원이 청목회법을 몸으로 막아 일단 법사위 통과는 무산됐다. 그런데, 지난 12월 31일 법사위에서 이 법이 기습적으로 통과된 것이다.

통합진보당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심지어 보수언론마저도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국회의원 제 밥그릇 챙기기' '뻔뻔한 국회' '불법 입법 로비 양성화' '짬짜미 기습 통과' 등 표현들도 무척 원색적이다. 잘 했다고 평가하는 곳은 정치권 말고는 거의 없다.

본회의 표결만 남은 상황에서 우습게도 이 법안의 찬성 제안 설명을 할 의원이 나서지 않아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국회의원들이 직접 얼굴 들고 국민 앞에 나서기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청원경찰들의 친목단체인 청목회는 열악한 청원경찰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 회원 명의로 관련 국회의원들에게 후원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건으로 청목회 간부들은 현재 징역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된 상황이고, 돈을 받은 국회의원들 6명도 유죄 선고를 받았다.

그들이 욕먹는 이유는... 국회의원 이익 챙기기만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사회적 약자인 청원경찰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당연한 의무이고, 후원방법도 정치자금법과 선관위가 권장하는 10만 원 세액공제 후원을 공식계좌로 받은 것이므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아가 "정치후원에 대가성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대의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합법화를 주장했다(관련기사 : 청목회법 부정하면 서민정치 더 어려워진다).

유 의원의 이런 주장은 액면 그대로만 보면 그렇게 틀린 말이 아니며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사실 청목회 관련 건만 놓고 보면 억울하다고 할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청목회법 통과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자금법이나 선거법 개혁의 핵심은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것이다. 청목회나 노동조합과 같은 상대적 약자들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국회의원에게 10만 원 정도의 소액 후원을 하는 것 정도는 허용해도 앞서 제시한 대원칙에는 별로 어긋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만약 이것이 대기업이나 경영자 단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삼성이나 SK 같은 대기업, 또는 전경련 같은 경영자단체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안을 만들기 위해 현행 정치자금법상 허용되는 500만 원씩 정치자금 후원을 한다면 천문학적 액수가 된다. 이를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몰아주면 어떤 정치인이나 세력도 그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이는 정경유착과 금권정치의 부활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물론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를 이용해 정치자금 기부를 강요·알선하는 것은 현행법으로도 불법이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얼마나 지켜질지 의문이다. 이런 위험성에 대한 대책 없이 쪼개기 후원금을 허용하는 것은 애초 의도와 다른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과 함께 재논의하라"는 참여연대의 요구는 일리가 있다.

청목회법의 기습처리와 관련해 한나라당과 민주당, 여아를 막론하고 정치권과 국회의원들이 비난받는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자신 또는 자신의 동료의원들이 관련돼 생사가 걸리거나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큰 청목회법은 안면몰수하고 통과시키면서 자신들의 이해와 별로 상관이 없는 교사·공무원의 정치후원금에 대해서는 외면하기 때문이다.

교사 정치자금 받은 한나라당 의원들... 왜 침묵하나?

교사의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그런데 한나라당은 적반하장으로 교사공무원의 정치자금 허용을 반대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청목회건처럼 불법정치금을 수수한 것으로 기소되었더라도 교사공무원의 정치자금 허용 법 개정에 모르쇠할까?
 교사의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그런데 한나라당은 적반하장으로 교사공무원의 정치자금 허용을 반대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청목회건처럼 불법정치금을 수수한 것으로 기소되었더라도 교사공무원의 정치자금 허용 법 개정에 모르쇠할까?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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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나경원, 이주호, 이군현, 김정권, 김학송, 전여옥, 권철현, 권오을, 김영숙….

이들이 누굴까. 교사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전·현직 국회의원들이다. 이들은 교사들에게 적게는 몇십만 원으로부터, 많게는 수백 수천만 원씩 교사들에게 정치자금을 받았다. 우습게도 교사의 정치자금을 받은 이들은 이를 허용하는 법 개정은 모른 척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적반하장으로 교사 공무원의 정치자금 허용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황우여, 나경원 등 교사 정치자금을 받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청목회 사건처럼 불법정치자금 수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었더라도 가만 있을까? 반대로, 청목회 건으로 국회의원들이 기소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청목회법 개정에 나섰을까?

현재 전국적으로 소수 야당에 월 1만 원 정도의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이유로 1900여 명에 이르는 교사와 공무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신인수 변호사는 "이 사건은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최대의 사건으로 부끄러운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1900여 명의 교사와 공무원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사건은 기소자 숫자면에서 단일 사건 최다 구속 기록을 갖고 있는 건대항쟁 사건(1986년, 1288명 구속)을 훌쩍 뛰어 넘었다. 이만하면 우리나라 사법 역사에 기록될 일이다. 기소자 숫자도 엄청 나지만,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의 4%에 해당하는 150만 교사·공무원들의 정치기본권이 원천적으로 박탈당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치권이 청목회법 개정 시도로 비난받는 진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국민의 대표라는 자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미 기소된 1900명의 교사·공무원과 정치기본권을 원천적으로 박탈당한 국민 150만 명은 외면하면서 299명 국회의원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는 데에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적 자유 지수는 뒤에서 3등!

기획재정부의 국가경쟁력보고서 '정치적 자유 지수'. 이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정치적 자유지수는 34개 OECD 국가 중 뒤에서 3등이다. 우리보다 정치적 자유가 낮은 나라는 터키와 멕시코 두 나라밖에 없었다. 이런 낮은 사회통합도가 국가경쟁력을 낮춘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의 국가경쟁력보고서 '정치적 자유 지수'. 이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정치적 자유지수는 34개 OECD 국가 중 뒤에서 3등이다. 우리보다 정치적 자유가 낮은 나라는 터키와 멕시코 두 나라밖에 없었다. 이런 낮은 사회통합도가 국가경쟁력을 낮춘다는 지적이다.
ⓒ 프리덤하우스 자료 / 김행수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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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기획재정부는 OECD 국가 간 경제성장률, 대외부채, 물가상승률 등 각종 지표에 대한 순위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2011년 국가경쟁력 보고서>(보고서)에 의하면 OECD 34개 국가 중 한국은 경제성장률 2위, 경제규모 10위 등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노동자 근로시간은 33개국 중 가장 길었고, 청년고용률은 28위를 차지해 고용 지수는 꼴찌에 가까웠다.

사회통합분야 부문 중에는 '제도 및 다양성'이라는 항목이 있다. 여기에는 '정치적 자유 지수'가 포함돼 있다. 이 보고서가 인용한 '프리덤하우스'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치적 자유 지수는 OECD 국가 중 공동 26위였다. 하지만 실상은 꼴찌에서 세 번째였다. 우리보다 정치적 자유 지수가 낮은 국가는 터키와 멕시코 두 나라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유일한 OECD 국가이니 꼴찌 아닌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보고서는 최종적으로 '우리나라가 경제 부분은 양호하나, 정치적 자유, 언론 자유 등 사회통합 부문이 취약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치적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저해하므로 개선이 요구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경쟁력을 지상 목표로 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국가경쟁력 보고서조차 우리의 정치적 자유 지수가 낮음을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청목회법에는 목을 매면서, 국민의 정치적 권리 보장에는 무관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월 12일쯤 국회 일정이 예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이날 청목회 법안 처리를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국회의원 그들만의 대표'라는 국민적 비난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태그:#청목회, #한나라당, #교사 공무원,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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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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