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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 천하' 시대가 도래했다. 국내 정치사에서 여당과 제일 야당이 동시에 대표직으로 여성이 자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새누리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이끌고 있고, 민주통합당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대표직을 맡고 있다. 통합진보당도 세 명의 공동대표 가운데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제외한 두 명의 여성(심상정, 이정희)이 대표단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 대표들의 대거 출현에 이어 여성 의무 공천도 대폭 확대됐다. 각 당의 여성 의무 공천 비율을 보면 바야흐로 여성 정치 시대가 열리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가장 파격적인 당은 새누리당으로 여성 지역구 의무 공천 30%(총 245곳 중 74곳)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도 각각 20%와 15%로 여성을 의무 공천하기로 했다.

통합진보당 충북도당 한 관계자는 "통합진보당도 원래는 30%를 의무로 했었는데,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통합하면서 준비가 안 돼 각 시도당마다 20% 이상을 의무화했다"며 "만약 이것에 맞추지 못하면 해당지역 예비후보들이 선거에 나갈 수 없게 규정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충북권 여성정치인 후보.
 충북권 여성정치인 후보.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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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같은 경우는 여성 후보 15%의 의무 공천 문제를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 지난 16일 성명서를 통해 고양 일산 김두수 예비후보를 비롯한 남성후보 20여 명은 "헌법에 보장된 유권자 선택권과 평등권,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규정"이라며 "이 당규를 깨지 않으면 무소속 출마도 강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같은 남성 예비후보들의 행보를 바라보는 같은 당 여성 예비후보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 지역에서 출마하는 민주통합당 여성 예비후보는 "민주통합당이 여성공천 의무비율을 15%로 확정하고 새누리당이 30%를 고수하는 것은 한국 정치수준이 한 단계 향상돼 가고 있다는 증거"라며 "원칙과 비율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일부 남성 후보들이 지역구 여성 공천 비율 절대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데, 그것을 정치 이기주의의 표현일 뿐"이라고 지적하며 "이번 19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여성 후보 최소 15%를 확보하지 못하면 한국 정치사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는 영원히 후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도내 여성 정치인의 출마 현황은 어떨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자 등록 상황을 보면 전국적으로 4.11 총선에 등록한 여성 예비후보자는 153명이다. 하지만 충청북도 내에서는 단 한 명만이 후보로 등록해 도내 여성 정치인의 심각한 기근 현상을 보여줬다.

정당별 여성 의무공천 비율

도내에 후보로 등록한 남녀 후보들을 보면 8개 선거구에 41명의 예비후보자가 등록해 5.1: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41명 중 위에 언급한 단 1명만이 여성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도내에서 유일한 홍일점 예비후보는 통합진보당 청주 흥덕을에 출마한 정남득(41) 통합진보당 예비후보로 현 노영민 국회의원의 지역구에 도전장을 던졌다.

정 후보는 "당에서 여성할당제도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 새로 통합하게 된 당의 당위성과 정책을 알리는 것이 먼저였다"며 "당이 지지율이 높진 않지만, 그동안 보궐선거 등의 전례를 보면 다른 후보가 낙선하는데 주효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충북에서 지역구 여성의원이 나올 수 있는 희망을 품고 출마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18대 총선에도 출마해 5% 대의 표를 받은 정 후보는 "MB 측근비리, 디도스 사태, 국회의장 돈 봉투 사건 등 새누리당에 대한 불신도 있지만 도내 민주당 의원들이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시민들의 시각과 판단이 분명하게 있다"며 "2008년 총선과는 다른 지지율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정남득 통합진보당 예비후보와 마찬가지로 흥덕을 지역구 출마가 점쳐졌던 정윤숙(56) 전 충북도의원은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에 도전키로 했다.

정 전 충북도의원은 "여성은 장애인과 청년에 비해 비례대표에서도 멀다"며 "남성처럼 뇌물 받지 않는 깨끗한 정치를 하려면 여성 정치인이 대거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새누리당의 여성 30% 공천 원칙대로 새누리당 여성위원회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들어 줄 것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새누리당은 후보가 없어서 그렇지 여성후보 찾는 것은 제일 적극적"이라며 "중앙수석부위원장 속속들이 많이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변이인(52)씨는 정수창 새누리당 흥덕을 예비후보와 함께 부부가 나란히 새누리당에 공천신청을 했다. 변 씨는 공천신청만 하고 예비후보 등록은 하지 않은 상태.

그는 이번 공천신청과 관련해 "충북에서 두 번씩이나 민주당이 국회의원을 배출했는데, 박 비대위원장의 철학과 변화, 쇄신이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 같다"며 "충청권 여성 정치인으로 하나의 바람 몰이 역할을 해서 새누리당쪽으로 바꿔보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자유롭고 덜 오염됐다고 국민들은 생각할 것"이라며 "그런 이유로 2년 전에도 여성 청주시장 후보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배들에게도 좋은 기회 역할이 되고자 자신감을 가지고 출마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중국, 북한보다 낮은 15%

우리나라 국회의원 여성 비율은 전체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45명인 15.1%다. 여전히 그 비율은 북유럽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북유럽은 40%대를 웃돌고 있다. 스웨덴은 45%가 넘고, 필란드는 42.5%, 노르웨이는 39%다. 프랑스는 '어느 성도 60%를 넘지 않게' 법을 정했다. 또한, 내전으로 수백만의 국민을 잃은 아프리카의 르완다는 헌법에 30% 여성할당제를 못 박고 현재 56.3%넘는 여성정치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웃나라 중국도 21.3%로 우리나라보다 높고 북한도 15.6%로 우리나라 보다 여성 의원 비율이 약간 높다.

한국은 빠르게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남성이 혼자 가정을 부양해서 유지 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해야 하고 출산 육아 가사를 공동의 부담으로 해야 한다. 복지국가가 되려면 교육, 의료, 노동, 노인부양 등의 문제가 더 이상 사적인 문제일 수 없다.

개인과 더불어 사회 국가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여성이 남성과 더불어 정치의 주역이 돼야 하는 이유다. 여성의 정치 참여는 여성의 권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변화해 가는 사회에서 남녀노소가 함께 잘 살기 위한 필요 요건이 되고 있다.

하숙자 충북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는 "현재 세 당에서 여성이 당대표로 있지만, 기존의 남성 구조에 여성들이 올라 앉았기에 여성 주의적 가치를 실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그런 분들이 자꾸 나와서 여성이 주도하는 생활정치로 국회에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하 대표는 "제도도 문제지만 패거리 의식도 문제"라며 "민주당이 여성 의무공천 15%인 37명 모집에 50명 정도가 신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선 가능한 곳을 주면 좋은데 남성들이 기득권 주려고 하겠냐"고 꼬집었다. 기득권 남성 정치에 대해 유감을 표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시사주간지 <충청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충북, #충청리뷰, #여성국회의원, #정남득, #통합진보당 충북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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