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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제수 성추행' 의혹과 더불어 '문대성 논문 표절' 논란이 총선 이후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언론을 통해 사건의 진상이 속속들이 공개되자 "정식 조사발표를 기다려보자"던 새누리당도 태도를 바꿔 점점 '탈당' 쪽으로 방향을 트는 모양새다.

국회의원 당선자 두 명이 연루된 본 이슈는 논란의 소지를 제공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부끄러운 사건이다. 헌데 졸자는 문대성 건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이미 학계 전반에선 사실상 표절이 명백하다는 목소리가 높고, 이제는 표절을 넘어 대필의혹까지 일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고개를 뻣뻣이 세워 들고 "절대 표절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선 '왜 나만 트집을 잡느냐'는 듯 정세균 전 대표를 거론하며 기자들을 다그쳤던 태도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내가 정세균과 차이가 있다면 (인용한) 참고문헌 표시를 안 달았다는 것밖에 없다"고 언급했던 부분까지 덧붙여보면, 문 당선자의 속내를 대강 추측할 수 있다. '억울함'이다. 그 억울함은 크게 두 가지 측면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하나는 "하고 많은 표절자 가운데 굳이 왜 나만 가지고 트집이냐. 당신들은 깨끗한가"라는 점. 그다음은 "올림픽 메달리스트인데 논문 표절 정도는…"이란 안일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후자는 올림픽 메달리스트에 대한 체육계의 봐주기 관행을 염두에 둔 것임은 물론이다.)

자, 그렇다면 국민들이 이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이미 첫 번째 경우, 즉 '물타기' 전략은 실패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설사, 정 전 대표의 논문 표절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라는 자가 내놓은 대답이 고작 '물귀신' 전략이었으니 대중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또한, 진중권 교수가 지적했듯 도둑질은 반드시 '함께해야' 성립하는 것이 아니니까.

두 번째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운동선수'였다는 점에서 동정심을 얻을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는데, 사실은 이 부분이 핵심이다. 과연 모든 스포츠인들이 "논문 표절의 경우는 그가 학자가 아니고 체육인 출신이라는 점 등이 확인되고 고려돼야 한다"라는 민망한 변론을 들어야 하는지. 그리고 '지식절도' 관행이 학계 전반에 얼마만큼 만연해 있는지에 대한 시태파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다만 이번 사건처럼 표절이 문제된 경우, 논문 인용지수나 총 인용 횟수, 인용 반감기 등 학술지 평가지표를 사용하는 것은 실체를 드러내는 데에 일정부분 한계를 드러내므로 주로 관련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상황을 살펴보기로 한다.

국가대표 출신의 관련 종목 지도자는 "이번 사건이 체육학계 인사 대부분을 표절자로 매도하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깝지만, 이는 (올림픽) 메달리스트 중 몇몇에 의해 불거진 케이스일 뿐이다. 정도를 걷는 체육인들도 많다"며 운을 땠다.

이어 그는 "메달을 딴 선수 가운데에도 편법을 쓰지 않고 교수로 임용된 케이스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형주 선배(84년 올림픽 챔피언)의 경우가 기억에 남는데, 예전 운동선수시절, 선배가 선수촌을 직접 찾아 논문작성을 위해 설문지 작성 및 관련 교수 상담 등으로 동분서주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물론 학계 입문 시, 메달리스트가 보다 수월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존심 강한 선수들은 올바른 길을 걷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덧붙였다.

문 당선자가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다보니, 발생한 문제가 아니겠느냐"고 발언한 부분에 대해서도, "메달리스트 아닌 선수들도 시간에 쫒기는 것은 마찬가지"라면서 "국가대표 출신신이라도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은 타과 학생들처럼 힘든 수학 과정을 거쳐 학위를 취득한다. 특히나 박사학위는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라며 실망감을 내비쳤다.

또한 "스포츠 스타를 빨리 영입하기 위해 서두르다가 벌어진 일 아니겠느냐. 하지만 학자는 '양심'하나로 사는 사람들이다. 문 당선자가 더 이상 정치권에 이용당하지 말고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영광의 금빛 돌려차기'에서 '문도리코'로, 순식간에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 문대성 당선자. 학자의 양심과 국가지도층 인사가 지녀야할 도덕성에 대한 '착각'은 향후 교수직 박탈은 물론 IOC위원직 사퇴라는 총체적 위기를 불러 올 가능성이 높다. 2008년 동아대 교수들이 지적했듯이, 그릇된 관행에 안주하는 안이한 자세는 '고향'인 체육계로부터도 성토의 목소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이제는 문대성 당선자의 결단만이 남아있다. 윤리위원회나 국민대 심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구차한 변명은 필요 없다. 국민이 스포츠인을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할 때가 왔다. 


태그:#문대성, #논문 표절, #새누리당, #체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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