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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역삼동 GS타워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미래산업의 핵심,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토론회에 초청강연자로 참석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호라시오 구티에레즈 부사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31일, 서울 역삼동 GS타워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미래산업의 핵심,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토론회에 초청강연자로 참석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호라시오 구티에레즈 부사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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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세계 시장을 다녀보면 한국 시장은 그 어떤 시장보다 하드웨어 기기의 가격대가 정해져 있는 편입니다. 사람들이 고급 PC를 사기 위해서 1000달러 정도는 곧잘 투자하지만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상반된 태도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호라시오 구테에레즈 부사장은 다소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청중에게 자사 제품이 비싼 것 같다는 얘기를 듣자 그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고용을 하기 위해서는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1일 오후, 서울 역삼동 GS 타워 아모리홀에서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한 '미래 산업의 핵심,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토론회를 열었다.

MS 호라시오 부사장, "지적재산권 보호가 소프트웨어 산업 핵심"

이날 초청강연자로 초대된 호라시오 부사장은 '지적재산권, 혁신, 그리고 세계시장'이라는 주제로 예정된 시간의 두 배를 넘겨가며 특별강연을 했다. 그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지적재산권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호라시오 부사장은 "한국에도 소프트웨어 산업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2011년부터 2015년까지 20만개 이상의 IT 일자리가 한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IT 분야의 일자리 증가율은 연간 5.5% 이상, 이중 17%가 소프트웨어 분야에 해당한다.

IDC는 이 기간 사이 1500개의 IT 비지니스 업체가 새로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청년층의 실업을 해소하는 데 소프트웨어 산업이 일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호라시오 부사장은 "이 수치는 상당히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라시오 부사장은 소프트웨어 회사의 생존에 있어 지적재산권 보호가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 자사의 예를 들며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매년 1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해서 전세계적으로 4만 건 이상 특허를 출원하고 3만 건 이상을 인정받고 있다.

호라시오 부사장은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팔고 매년 90억 달러 이상을 소프트웨어 개발에 투자한다"며 "혁신을 부르는 이런 선순환이 없었다면 현재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유력한 발전 방안으로 지적재산권의 확실한 보호를 지목한 셈이다. 

"소프트웨어 제 값 쳐주는 문화, 정부부터 솔선수범 해야"

호라시오 부사장의 초청강연이 끝난 후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과 관련해 국내 학자들 및 업계 관계자들의 다양한 시각이 표출됐다. 이경전 경희대학교 교수는 "한국은 계좌이체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라며 "금융결제원이나 한국은행의 결제제도를 개발도상국에 심어주면서 관련 소프트웨어를 수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와 타 산업을 연계하는 모델을 우선적인 해답으로 내놓은 셈이다.

이 교수는 미국 애플사와 삼성전자의 주가를 비교하며 "삼성전자가 애플을 따라잡는가의 여부는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에 달려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현재 애플사의 주식 시가 총액은 한국 돈으로 600조 가량. 삼성전자는 현재 200조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단형 카이스트 교수는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한 생태계 구축과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조하며 중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중국은 10년 전 소프트웨어 관련학과 취업율이 25% 정도였는데 정부에서 30개 대학을 지정해 장려한 결과 지금은 해당 학과 취업률이 99%에 이른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미국도 겉으로는 나서지는 않지만 뒤에서 상당히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일본은 문부성에서 대학을 여섯 개 권역으로 나눠서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영훈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정책실장은 "소프트웨어 산업의 핵심은 사람과 수익이 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도 그렇고 정부도 그렇고 제 값을 쳐주는 문화와 구조가 중요한 것 같다"며 "정부부터 이 부분에 대해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도 정부의 솔선수범을 주문했다. 안 위원은 "사실 대한민국 정부가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소프트웨어 산업과 관련된 입장이 뭔지 잘 모르겠다"며 "가만 보면 정부 발주 시스템통합(SI) 사업 같은 경우는 예산 절감을 이유로 정부가 먼저 '후려친다'"고 꼬집었다.

안 위원은 "'한국은 하드웨어 산업은 강한데 소프트웨어 산업은 약하다'는 통념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게임이나 카카오톡 같은 어플리케이션, 보안 소프트웨어 수준은 이미 '강자의 수준'인데 현실을 제대로 보려는 노력 자체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는 "한국은 강한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을 뿐이지 소프트웨어가 약한 것은 아니다"라며 "자꾸 한국이 소프트웨어가 약하다고 말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태그:#마이크로소프트, #지적재산권, #소프트웨어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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