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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 사이로 피어나는 연꽃의 자태가 사뭇 도도하기까지 하다.
 연잎 사이로 피어나는 연꽃의 자태가 사뭇 도도하기까지 하다.
ⓒ 임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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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새벽, 아침 동이 틀 무렵 전주 덕진공원 연밭을 찾았다. 물 위에서 꽃잎을 펴기 시작하는 수많은 연꽃송이들. 그 청초하고 영롱한 모습에선 어딘지 모르게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졌다. 원만의 경지에 이른 부처님이나 보살의 넉넉하고 청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연꽃은 흙탕물 속에서 자라면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불교의 깊은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의미와 상징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피는가 싶으면 지고, 지는가 싶으면 또 피는 연꽃
 피는가 싶으면 지고, 지는가 싶으면 또 피는 연꽃
ⓒ 임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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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가 태어 날 때 마야부인 주위에는 오색의 연꽃이 만발해 있었으며 석가가 태어나서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걷고 있을 때 땅에서 연꽃이 솟아올라 떠받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연꽃이 불교의 상징으로 굳어지게 된 데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이른바 부처님의 '염화시중(拈華示衆)'의 고사라고 한다.

연꽃대와 연잎대는 따로따로 서있지만 마치 한줄기에서 같이 피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연꽃대와 연잎대는 따로따로 서있지만 마치 한줄기에서 같이 피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 임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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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어느 날 영산에서 제자들을 모아 놓고 그들에게 연꽃을 꺾어 보였다. 아무도 뜻을 알아보지 못했으나 오직 가섭만이 부처님이 든 연꽃을 보고 빙긋이 웃었다. 꽃과 웃음이 동일한 의미라는 것이다. 그때 부처님이 가섭을 향해 "네가 법이 무엇인지를 아는구나"라고 말하고 그에게 법통을 이양했다는 이야기다. 흔히 이 광경을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고 말한다.

연잎의 중앙에서 방사형으로 퍼지는 무늬
 연잎의 중앙에서 방사형으로 퍼지는 무늬
ⓒ 임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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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에는 각 부분마다 불교의 원리를 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활짝 핀 연꽃잎은 우주 그 자체를 상징하고 줄기는 우주의 축을 의미한다. 연밥에는 9개의 구멍이 있는데 이는 9품(九品)을 말하며 3개의 연뿌리는 불(佛)·법(法)·승(僧)의 삼보(三寶)를 뜻한다. 연꽃의 씨는 천 년이 지나도 심으면 꽃을 피운다 하여 불생불멸을 상징한다.

불가에서는 활짝 핀 연잎은 우주를 상징한다고 여기고 있다.
 불가에서는 활짝 핀 연잎은 우주를 상징한다고 여기고 있다.
ⓒ 임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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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찰 불국사. 절 앞에는 연못 구품연화지가 자리 잡고 있으며, 연화지를 건너 연화교, 칠보교를 오르면 바로 아미타부처님이 계신 극락세계에 이르게 된다. 또한 부처님의 좌대, 석등의 상대석과 하대석은 연꽃 자체의 모양을 하고 있다. 범종, 벽화, 단청, 문살에도 연꽃 문양을 담고 있는 등 연꽃은 가히 불교를 대표하는 상징 꽃이라 일컬을 수 있다.

군자처럼 당당한 자태에 금상첨화로 잠자리까지~
 군자처럼 당당한 자태에 금상첨화로 잠자리까지~
ⓒ 임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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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상징을 떠나 연꽃이 군자의 꽃으로 자리 잡게 된 데는 송나라 주무숙의 애련설(愛蓮說)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 애련설은 불과 119자의 한자로 이루어져 있지만 연꽃이 지닌 덕목을 너무도 잘 나타내고 있어 고금을 통한 명문으로 칭송 받고 있다. 애련설의 내용을 보면,

'수중이나 지상에 있는 풀과 나무의 꽃에는 사랑할 만한 것이 대단히 많다. 진나라의 도연명은 오직 국화만을 사랑했다고 한다. 또 당나라 이래로 세상 사람들은 모란을 대단히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홀로 연을 사랑하리라. 연은 진흙에서 났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에 깨끗이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다.

줄기의 속은 허허롭게 비우고도 겉모습은 반듯하게 서 있으며, 넝쿨지지도 않고 잔가지 같은 것도 치지 않는다. 그 향기는 멀리서 맡을수록 더욱 맑으며 정정하고 깨끗한 몸가짐, 높이 우뚝 섰으니 멀리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요, 가까이서 감히 어루만지며 희롱할 수는 없도다.

그래서 나는 국화는 꽃 가운데 은사(隱士)라 할 수 있고 모란은 꽃 가운데 부귀자(富貴者)라 할 수 있는데 대해서 연은 꽃 가운데 군자라고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국화를 사랑한다는 말은 도연명 이후로는 듣기가 어렵다. 나처럼 연을 사랑하는 사람은 또 몇이나 있을까? 모란을 사랑한다는 속인들만이 너무 많구나.'

〈원문(原文)〉
水陸草木之花, 可愛者甚蕃, 晋陶淵明獨愛菊. 自李唐來, 世人甚愛牡丹 予獨愛蓮之出御泥而不染, 濯淸蓮而不妖, 中通外直, 不蔓不枝, 香遠而淸, 亭亭淨植, 可遠觀而不可褻翫焉. 予謂, 菊, 花之隱逸者也, 牡丹, 花之富貴者也, 蓮花之君子也. 噫! 菊之愛, 陶後鮮有聞, 蓮之愛, 同予者何人? 牡丹之愛, 宜乎衆矣.

봉우리가 갓 펴져 가장 아름다운 홍련의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봉우리가 갓 펴져 가장 아름다운 홍련의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 임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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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蓮)'과 관련된 일화 하나. 고산 윤선도는 마치 진흙탕과 같이 어려운 시대를 살았으나 강직한 성품으로 그 향기를 잃지 않았던 조선시대의 손꼽히는 대학자이다. 유난히도 연과 인연이 많았던 그는 연꽃과 같은 삶을 살았으며 그의 생애는 기이하게도 세 번이나 연과의 인연으로 이어져 있다.

흐드러지게 만개한 연꽃이지만 흐트러짐은 없다.
 흐드러지게 만개한 연꽃이지만 흐트러짐은 없다.
ⓒ 임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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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그가 태어난 곳은 서울의 동부 연화방(蓮花坊)으로서 지금의 서울 종로구 연지동(蓮池洞))이며 둘째로 그가 해남 윤씨의 종손으로서 종택을 물려받은 곳은 전라남도 해남의 연동(蓮洞)이다. 셋째로 윤선도가 마지막 은거지로 선택했던 곳은 완도의 보길도 부용동(芙蓉洞)이다.

떨어진 연꽃이지만 군자의 품위를 잃지 않고 있다.
 떨어진 연꽃이지만 군자의 품위를 잃지 않고 있다.
ⓒ 임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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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지>에서는 윤선도가 이곳을 부용동이라고 한 연유에 대해 "지형이 마치 연꽃 봉오리가 터져 피는듯하여 부용이라 이름 했다"고 적혀있다. 그는 스스로 선택한 거처가 있는 곳을 부용동이라 이름 붙였는데, 이는 연꽃과 자신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태그:#연꽃, #연잎, #덕진공원, #홍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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