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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숫자일까? 대한민국 '부패인식지수'(CPI) 순위다. 쉽게 말해 3년 연속 우리나라 부패지수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지난 3일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13년도 국가별 CPI'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100점 만점에 55점을 받았다. 조사대상 177개국 중 46위를 기록했다. OECD 가입 34개국 중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27위로 최하위권이다.

국제투명성기구, 2013년 한국 '부패인식지수' 177개 중 46위

한국투명성기구(회장 김거성)에 따르면 부패인식지수는 공무원과 정치인 사이에 부패가 어느 정도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인식 정도를 말한다. 조사대상 국가에 거주하는 전문가를 포함, 전 세계의 기업인과 애널리스트 등의 견해를 반영한다. 국제투명성기구는 올해 부패인식지수 발표에서 점수에 반영된 총 13개의 원천자료를 공개했는데 우리나라는 10개 자료가 적용되었다고 밝혔다.

1995년부터 시작된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4점대(10점 만점)를 벗어나지 못했다. 2003년 4.3점을 얻어 133개국 중 50위, 2004년 4.5점에 146개국 중 47위, 2005년 5점을 얻어 159개국 중 40위를 차지했다. 2003년 이후 청렴도가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2008년은 5.5점을 얻어 180개국 중 39위를 차지해 가장 높은 청렴도를 기록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1년차이지만, 실제로는 노무현 정부 청렴도가 남아 있던 해다.

그럼 노무현 정부 들어 청렴도가 향상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대중 정부 때인 지난 2001년 7월 부패방지법을 제정했다. 이어 2002년 1월 부패방지위원회가 출범한다. 2003년 2월에는 공무원의 청렴유지 등을 위한 행동강령(대통령령)을 제정했다. 그리고 2005년 7월 부패방지법을 개정하고, '국가청렴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부패방지법 개정과 국가청렴위 출범은 우리나라 공직사회 청렴도가 높아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 

노무현 '국가청렴위' 출범 vs. 이명박 '국가청렴위' 해체

노 대통령의 부정부패 척결의지는 강했다.

부패를 효과적으로 퇴치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가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정부 내부부터 부정부패가 없어야 합니다. 투명하고 깨끗하고 공정한 정부는 부패 추방의 첫걸음입니다.
- 2003.5.31 반부패 세계포럼 전체회의 기조연설(노무현사료관)

그리고 2004년 2월 18일 제1회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에서는 "부패 문제는 단순히 적발하는 수준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면서 "부패는 투명하지 않고 책임이 불분명한 데서 싹틉니다. 법과 제도, 행정 관행 전반에 부패가 끼어들지 못하도록 전면적인 분석과 접근이 중요한다"고 강조했다. 즉,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말보다는 시스템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국가청렴위 출범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월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가청렴위원회,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합시켜 '국민권익위원회'를 출범 시켰다. 공직사회 부패척결과 청렴도 향상을 위해 조직을 더 강화하기 보다는 도리어 없애 버린 것이다.

결국 부패인식지수는 하락했다. 한국투명성기구에 따르면 2008년 5.6점을 정점으로 찍은 후, 2009년(5.5점), 2010년(5.4점), 2011년(5.4점), 2012년(56점-100점 만점)에 이어 올해는 0.1점이 더 하락해 55점을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한국투명성기구는 3일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투명성기구 "이명박 정부 4대강사업과 박근혜 정부 고위공직자 낙마"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의 연이은 하락은 최근 몇 년간 나타난 우리 사회의 권력부패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4대강 사업에서 발생한 거대부패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으며 지난 정부의 정보책임자인 원세훈 전국정원장이 비리혐의로 기소되었다. 현정부 들어서도 국무총리 후보자와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비리혐의로 줄줄이 낙마하였고 법무부차관은 성접대 동영상이 유포되는 치욕 속에 사퇴하였다. 무엇보다 원전납품비리로 많은 원전의 가동이 중단되어 올해 여름 국민들 모두가 찌는 듯한 더위 속에 큰 고통을 겪었다."

한국투명성기구는 부패인식지수 하락 원인으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과 박근혜 정부 고위공직자 낙마로 꼽았다. 말로는 부패척결을 외치지만, 정책과 제도는 이명박 정부 들어 후퇴한 결과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월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새 정부가 부정부패 뿌리만은 반드시 끊어내겠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부패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이며, 경제시스템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사회적 질병"이라며 부패척결을 선언했다.

하지만 공염불이다. 법인카드 유용 혐의를 받았던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을 야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였다. 정말 박근혜 대통령이 부패를 척결하려면 이명박 대통령이 없애버린 국가청렴위를 부활 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부 때보다 더 강력한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문형표 장관 같은 공직자를 더 이상 임명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부패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에 쓸 것이다.


태그:#부패인식지수, #노무현, #국가청렴위, #이명박, #부패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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